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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샐러리맨 Feb 21. 2023

노사관계는 노사간 하기 나름이다.

사실 필자의 대부분의 직장 경력은 노동조합과 관련이 있었다.

외국계 기업에서 ER(Employee relations) 혹은 IR(industrial Relations)이라 불리우는 job이 노사관계 담당 업무인데, 이 업무는 통상 HR(Human Resource) 즉 인사부서의 업무에 속하기에 대부분의 HR Director들은 노사관계, 혹은 노무 업무를 포함하여 담당하게 된다.

노사관계 경험이 상대적으로 약한 임원들의 경우 험악한 관계에 대한 부담스러움을 기피하게 되는데, 이 경우 부장급 고참으로 노사관계만 분리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임원급으로 노무만 전담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10여번 이상 이직이 가능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노사관계 분야에 많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외국계 회사의 인사업무 담당 임원급 분들은 노사관계 업무를 기피하기에 어찌 보면 필자의 경력은 이 틈새를 파고 들어서 수많은 이직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 새로운 노동조합이 결성되면, 기업의 본사는 상당히 당황하게 되고, 곧 시장에는 전문 노무 담당 공고가 올라온다.

우리 나라의 노사관계는 외국계 기업의 본사에는 악명이 높은 편이다. 폭력적이고, 탈법을 일삼는데, 법대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고, 외국 본사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상한 상황`의 노사관계를 중간에서 잘 설득하면서 끌고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계 기업이 험한 노사관계로 인해 아예 한국에서 사업을 접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대체로 경영권이 제한되는 것을 외국계 기업의 본사는 극도로 싫어하는데, 우리 나라 노동조합의 방향은 어떻게든 경영권을 제한하려 하는게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필자가 경험했던 노동조합은 그 규모 면에서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1천여명까지 다양하다. 기업 노조도 있고, 산별 노조(00노총 금속노조 등)도 있으며, 복수노조 경험도 있었다. 필자의 주된 경력은 노동조합과의 협상에서 주로 회사 대표(위임된)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회사 혹은 경영진의 입장이 강할 것이다. 이제는 노사관계의 일선에서 물러나서 무노조 회사에 근무중인데, 노동조합에 대한 그동안의 생각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매스컴 상으로는 노동조합을 마치 험악한 폭력 단체처럼 묘사하곤 하는데, 20여년간 10여개의 노동조합과 협상을 해오면서 경험한 바로는 `케바케`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

회사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고, 기물을 파괴하고, 사무실을 점거한 후 비노조원들이 협박당하던 경험은 정말로 그들이 정상적인 직원인가 하는 적개심(?) 가득한 적도 있었고,

반면, 직원 알기를 매우 우습게 아는 경영진이 있는 경우 어쩔 수 없이 몇몇이 주도하여 노조를 결성했는데, 이를 약화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던 사측의 어처구니 없는 불합리한 적도 있었다. 사실 이 경우가 노사담당에겐 전자보다 더 갈등이 많다. 불법적인 것을 최대한 요령껏 합법적인 선을 지키면서 포장하면서 업무를 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illegal (불법적)한 부분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여 주로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던 필자는 그래도 큰 고민이 없었는데, 많은 지인들이 국내 기업(특히 오너가 대표인 경우)에서 노사 담당을 하는 경우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종종 보아 왔었다.


필자가 본 노동조합의 순기능은 아래와 같다.

직원 개인이 회사를 상대하기에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조직과 규정을 동원하고, 그리고 변호사 및 로펌이 합동하면 직원 개개인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여반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보호막을 해줄 수 있는 것이 노동조합이다. 조합원에게 불합리하게 불이익을 주게 되면 대부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당할 우려가 있기에, 회사는 아무래도 노동조합이 결성되면 맘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산별노동조합의 경우 자체 노무사 및 변호사의 조력을 받기도 하니, 회사는 이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노동조합의 주된 업무는 단체협약과 임금협상인데, 이 두가지는 회사가 노동조합과 합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기에, 노무부서 및 노동조합의 매년 가장 큰 이벤트는 바로 단체협약 갱신 및 임금협상을 위한 단체교섭이다. 월급쟁이들의 가장 중요한 임금/연봉을 책정하는데, 노동조합이 없다면 회사 맘대로 개인별 인상율을 정할 수 있는데, 노조가 생기는 순간 그 조합원들의 임금 조정은 노조와 회사가 합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즉, 힘의 균형 측면에서 사실 노동조합의 존재는 근로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반면, 노동조합의 역기능은 아래와 같다.

세력이 커지고 몇 년 지나면, 이제 노동조합원들, 특히 간부들(위원장, 부위원장, 간부들)은 무소불위의 힘을 지녔다고 착각하여 웬만하면 실무자들에게는 반말이 일상이 된다. 심지어는 맘에 안 든다고 회사가 임시로 채용한 60대의 노무 전문가 분에게 30대의 노조 간부들이 가차없이 반말하는 것을 협상장에서 보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었다. 사실 욕설과 조롱이 난무하는 협상 자리가 오늘도 여기저기에 굉장히 많은 편이다. 어제까지 열심히 일하던 근로자가 갑자기 1주일 정도 노동조합측의 교육을 이수한 후 투사로 변신하여 대표이사에게 반말 비슷하게 하면서 대드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 직원들이 많다.

욕설까지는 그래도 맘이 상하지 몸이 상하는 것은 아닌데, 필자가 직접 보고 들었던 것은, 경남의 모 노조 간부가 회사 회장님에게 이단옆차기를 시원하게 날렸던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고, 충남의 모 노조 간부들이 노무담당 임원을 집단폭행하여 몇주간의 병원 신세를 지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이 정도면 이게 조폭이지 노동조합이라 할 수 없다. 조폭의 사전상의 정의는 `조직을 이루어 폭력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무리`이니 이 표현이 정확하다고 본다.


회사든 노조든, 상식과 존중 선상에서 서로 대화를 통해 회사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 노무담당으로서 일선에서 경험해온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노사관계는 그렇지 않았던 적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상식과 존중`이라는 것이 쉽다면 쉬운 일인데, 회사는 수익을 창출하고, 직원들은 월급을 받으면서 왜들 그렇게 싸워 왔는지 아쉬운 점도 많다. 더 많은 수익과 더 많은 임금은, 결국 노사가 같이 협력하여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

부디, 노무 관련 후배님들(회사 노무부서, 노동조합 간부들)은 상식과 존중을 잘 지키면서 회사가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노사관계를 형성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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