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인사부서는 이놈의 단어 '공정'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재직기간 내내 수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게 된다.
사전상 뜻은
공정하다 : 공평하고 올바르다.
그러면 공평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음을 뜻한다.
단어는 죄가 없다.
단지 그 단어를 해석하는 잣대와, 편견과, 추구하는 목적성이 문제일 뿐이다.
똑같은 일을 하니 똑같이 받자는 '평등주의'와,
일을 더 잘하는/많이 한 사람이 더 받자는 '공정주의'간의 갈등이 첨예한 곳이 바로 노사간 협상장이다.
대체로 노동조합은 평등을 주장할 확률이 훨씬 더 높고, 회사는 100퍼센트 공정주의를 지지한다.
회사 경영진들은 평등을 주장하는 노동조합원들을 싸잡아서 공산당같은 ×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일은 덜한 직원도 같은 월급을 받게 되면 일을 더한 근로자들이 화가 나서 결국 모든 근로자들이 일을 점점 더 덜하게 되니 회사는 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평등으로 가려면 사실 일도 평등하게(업무량, 질, 성과 등등) 해야 하는데, 모든 일터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면 모든 노동조합원들이 과연 평등주의를 정말로 원할까?? 일 못하면서 목소리만 큰 몇몇 강성 조합원을 제외하면 근로자들은 대부분 공정주의가 맞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왜 평등을 주장할까 고민해 봐야 할 이유이다.
근본 원인은 회사 및 경영진들, 매니저들 그리고 평가제도에 대한 '불신'이다.
성과급 혹은 연봉제의 경우 평가에 의해 급여가 결정되므로 기본적으로 이 평가제도가 공정해야 하는데,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회사의 현행 제도와 평가 시행 경과가 공정하다고 증명할 방법도 없다. 또한 진실로 공정하려면 경영진/매니저/팀장이 모두 공정한 잣대로 평가를 해야 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공정치 못하다 하면 그만이다.
평가 시기가 되면 많은 매니저들이 물어보는 질문이 평가결과에 대해 직원이 불복하면 어찌하는가 라는 것이다. 실제 평가결과에 불복하여 퇴사로 이어진 경우를 겪는 것도 인사부서의 업무중 하나이다.
아무리 저조한 영업 숫자를 들이대도 불복할 직원은 인정 안한다. 저조한 실적에 대한 여러 핑계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맡은 지역이 원래 어렵다.
중간에 목표가 변경되었다.
회사 정책상 주요 고객이 끊어졌다.
팀장이 무리한 목표를 책정했다.
평가자가 편견을 가지고 있다.
평가 요소 혹은 제도 자체가 문제다.
최선을 다 했는데도 안된다.
등등등....
회사가 아무리 평가에 대해 공정하게 노력한다 해도 받아들이는 근로자들 대다수가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면 이는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더 많은 얘기를 듣고, 더 많이 고민하고 계속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 바로 공정한 평가제도이다.
그래서 성과급은 성공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공정성에 대해 현저히 의심받는 성과급은 안하니만 못하다. 돈쓰고, 욕먹고, 핵심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주요 원인이 바로 '불공정한 성과급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