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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Jul 15. 2024

"나 = 마음 + 신체"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자신의 다른 저서 <불안의 철학>에서 '나'를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였다.


"나 = 마음 + 신체"


 뇌(brain)는 마음(mind)에 속할까, 아니면 신체(body)에 속할까? 눈, 심장, 폐, 콩팥, 간, 그리고 위장 등과 마찬가지로 뇌는 우리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장기(organ) 중에 하나이다. 기시미 이치로도 위의 공식을 이렇게 다시 쓰고 있다.


"나 = 마음 + 신체(뇌)"


 우리의 신체는 어느 한 부분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하지만 평소에는 각 신체 부위가 있는지 없는지 우리의 마음은 관심이 없다. 하지만 한여름 모기가 내 피를 빨아가는 순간에는 피부가 부어오르면서 가려워 미칠 지경이 된다. 물파스를 바르면서 '내 피부가 여기 있었지' 깨닫는다. 눈에 티끌이라도 들어가는 순간에는 통증과 함께 눈이 빨갛게 되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버린다. 거울을 마주하며 눈의 존재를 깨닫는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짝사랑하는 아이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심장은 마치 돌격 신호에 숨어있다 위장막을 벗어던지고 돌진하는 군인처럼 쿵쾅거린다. '내 심장이 미쳤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심장이 존재함을 깨닫는다. 혹시나 그 아이가 친구랑 이야기하던 중에 내 이름이라도 언급하면 온 신경이 귀에 집중되면서 '내 귀가 여기 있구나' 깨닫는다. 이렇게 깨닫게 도와주는 친구가 '뇌'이다.


 그런데 뇌 스스로는 '내가 여기 있구나'라고 깨달을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뇌는 통각 수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장기들의 존재를 뇌가 느끼는 것처럼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뇌는 두개골에 갇혀 있다. 물론 뇌는 생존을 위해 중요한 장기인 데다가 물렁물렁하니까 단단한 두개골은 뇌를 보호해 주는 필수적인 방어 수단이다. 하지만 창 하나 없는 두개골은 물리적으로 외부로부터 빛을 완전히 차단한다. 뇌는 깜깜한 블랙박스(black box) 안에 들어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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