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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Jul 16. 2024

Brain in Black Box

두개골이라는 블랙박스 안에 갇힌 뇌는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에 떠있다. 말랑말랑한 뇌가 딱딱한 두개골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다칠까 봐, 그리고 뇌는 제법 무거우니까(1.4~1.6kg) 부력을 제공해서 가볍게 만들 목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떻게 보면 엄마의 자궁 안에서 양수(amniotic fluid)에 떠 있는 아기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빛, 소리 등의 물리적 자극이 두개골과 뇌척수액을 통과하여 뇌에 도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뇌에겐 바깥세상을 감지할 도구가 필수적이다.


 필자가 군의관 시절 여름휴가 때 제주도에서 운전하던 중에 갑작스러운 폭우를 만난 적이 있다. 와이퍼가 열심히 닦아주었지만 앞이 보이지 않았고, 사이드 미러, 룸미러로 옆, 후방 모두 볼 수 없었다. 소리도 빗소리 말고 다른 소리라고는 들리지 않았다. 운전하기를 포기하고 비상등을 켜고 도로 갓길에 조심히 차를 정차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나의 뇌가 두개골 바깥세상을 감지할 도구가 없다면 내가 폭우 속에서 운전하기를 포기했던 것처럼 ‘몸’을 운전하는 것을 포기해야만 할 것이다.


 뇌는 두개골 바깥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12쌍의 뇌신경(cranial nerve)을 갖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 뿐만 아니라 파충류, 조류 등의 동물들도 모두 12쌍의 뇌신경을 가지고 있다. 12쌍의 뇌신경은 진화 과정에서 잘 정착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 번째부터 열두 번째 뇌신경까지 뇌 바닥으로부터 순서대로 뻗어 나오게 끔 되어있다. 이 도구들 덕분에 뇌는 냄새 맡고, 보고, 듣고, 맛보고, 씹고, 삼킬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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