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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Jul 17. 2024

이 글도 뇌신경의 도움으로 쓰고 있다.

 예전에는 의예과에서 의대 본과 과정으로 넘어가기 직전 겨울 방학 때 ‘골학(osteology; 뼈, 뼈를 움직이는 근육, 신경을 공부하는 과목)‘을 일주일 동안 고등학교 동문 또는 동아리 선배들의 강의를 듣고 공부하는 전통이 있었다. 요즘에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겨울방학이 되면 학교 중앙도서관에 사람 뼈가 든 박스를 들고 나타나는 의대생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고 이런 풍경을 처음 보는 타과 학생들은 ‘저게 뭐지?’라는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곤 했다.


 골학의 피날레는 마지막 날 합숙이었다. 말이 합숙이지 잠은 잘 수가 없었다. 밤새도록 필기시험과 구두시험을 쳤었다. 통과 못하면 계속 재시험을 쳤다. 일주일 동안 배웠던 것을 손으로 쓰고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뇌에 각인시켰다. 그때 많은 의대생을 괴롭히는 것들 중에 하나가 이름도 생소한 12쌍의 뇌신경을 순서대로 외우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힘으로’ 외워야만 했다. 의대에서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골학‘은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골학 강의는 생략하고 해부학과 신경해부학 강의를 진행했었다.


 아래는 12쌍의 뇌신경 이름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1. 후신경(olfactory nerve)

2. 시신경(optic nerve)

3. 동안신경(ocluomotor nerve; 움직일 동, 눈 안)

4. 도르래신경(trochlear nerve)

5. 삼차신경(trigeminal nerve)

6. 외전신경(abducense nerve)

7. 안면신경(facial nerve)

8. 전정와우신경(vestibulocochlear nerve)

9. 혀인두신경(glossopharyngeal nerve)

10. 미주신경(vagus nerve)

11. 부신경(accessory nerve)

12. 설하신경(hypoglossal nerve)


 지금은 저 뇌신경들의 이름은 나의 뇌에 각인되어 있다. 그만큼 신경과 영역에서 정말 중요하며 신경계 진찰에서도 빠질 수가 없다. 앞서서 뇌신경은 뇌가 바깥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라고 언급했었다. 사실 단순한 소통이 아니다. 뇌가 바깥세상(두개골 밖)을 인지하는 것은 뇌 자신을 포함한 몸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우리는 생존기계다 ‘라는 리처드 도킨슨의 말을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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