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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Jul 18. 2024

불안의 냄새

1. 후각신경

후각은 진화적인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오래된 감각 중 하나이고 하등 동물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매우 잘 보존되어 있다. 후각은 동물에게는 먹이를 찾고, 짝짓기를 위해 파트너를 찾고, 포식자를 감지하는데 필수적인 감각이다.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기능인 셈이다. 실제로 게의 후각 기능이 떨어져서 일부 종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도 확인할 수 있다.

바닷물 산성화, 게들 후각 세포 망가져 서서히 죽어가… 일부는 멸종 위기로(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548)


 현대의 인간은 먹이를 찾기 위해, 배우자를 찾기 위해, 포식자를 감지하기 위해 후각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아기가 똥 싼 것을 알아채서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불위에 올려놓은 냄비가 타는 냄새를 맡아서 화재를 예방하거나, 여름철 상한 음식 냄새를 구분해서 식중독을 예방하는 등에 인간도 후각을 이용한다. 실제로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는 사람들의 50%는 상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후각은 생활에 필요는 하지만 조금 떨어진다고 해서 큰일이 벌어지지는 않다 보니 현대 인간 사회에서 후각이 큰 관심을 받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 후각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COVID-19 환자들이 후각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알려지면서였다. 하지만 이 관심도 팬데믹이 끝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렸다.

 

 개는 인간보다 1만 배 이상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한다. 냄새 분자는 숨을 들이쉴 때 공기와 함께 비강 안으로 들어와 후각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함으로써 냄새를 맡게 된다. 인간은 이 후각세포가 모여있는 후각상피의 면적이 3~4 cm² 정도지만 개는 품종에 따라 18~150 cm²에 이른다고 한다. 아무리 개코라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개보다는 냄새를 잘 맡을 수 없는 이유이다. 후각상피세포는 후각신경을 통해 냄새 정보를 해마(hippocampus), 편도체(amygdala), 그리고 대뇌의 후각중추와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에 전달한다. 돌아가신 어머니 유품에서 맡은 냄새가 어렸을 때의 행복했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기분을 담당하는 편도체에 냄새 신호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럼 불안으로 인해서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거꾸로 후각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부족한데, 후각환각(olfactory hallucination; 실제로는 나지 않는 냄새를 맡거나 맡았다고 느끼는 후각적 환각)을 경험한 불안장애 환자가 보고된 바가 있기는 하다.

First-episode olfactory hallucination in a patient with anxiety disorder: A case report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sychiatry/articles/10.3389/fpsyt.2022.990341/full)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후각이라는 감각 자체가 워낙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기능이라 후각 이상 때문에 의사를 찾는 경우가 많지 않아 과도한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후각 이상을 경험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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