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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Jan 09. 2023

멈춤의 이유

사업을 멈추고 갭이어를 시작하다

왜 갑자기 멈추었느냐. 그런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봐야겠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정말 자유의 몸이 되고 나니 처음엔 매일 신이 났다. 이 시간에 카페를 갈 수 있다니, 평일에 연차를 내지 않고 여행을 갈 수 있다니.. 때로는 직장인 친구들을 놀리고, 때로는 이 자유를 택하지 않는 그들을 정말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즐겼다. 그전에는 어떤 아티클을 봐도 어떻게 하면 회사에서 써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회사에서 적용할 수 없는 것들은 애써 외면하며 지냈는데 이제는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것도 행복했다.



프리랜서가 되고 싶어서 회사를 퇴사했는데, 개인사업자를 내고 뉴스레터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되었다. 누군가는 프리랜서도 사업이라고 하고,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는 사업도 아니라는 말을 동시에 들으며 그 어떤 것도 정의 내리지 못한 채 얼레벌레 내 일을 계속 굴리게 되었다.



계획에도 없었던 사업이라는 것을 시작했으니,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닥치는 대로 책과 콘텐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사 밖의 세상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하나가 아니라 열, 백, 천, 수만 가지의 사례를 알게 되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에는 1인 프리랜서부터 개인사업자, 법인, 스타트업, 전문가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재미있어서 흡수만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그들의 일침에 작아질 때가 점점 많아졌다.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닌데도 나한테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회사를 키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 컨설팅하는 것, 경력이 3년 이하인데 실무에 대한 강의를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봤을 때는 어디 쥐구멍에 숨고 싶기도 했다.



나를 작아지게 하는 다양한 말을 들었지만, 그건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사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중요한 매출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일단 생활비는 벌어야 하니까. 그리고 남들도 그렇게 말했다. 사업으로서 살아남으려면 일단 벌어야 한다고. 그리고 유튜브에는 많은 사람들이 1년 만에 얼마를 벌었다. 월에 얼마를 번다는 콘텐츠가 쏟아졌다. 내가 사업을 한다고 생각한 뒤로 그런 콘텐츠를 찾아보기 시작하니까, 끝도 없이 눈에 들어왔다. 아 사업을 하면 누구나 초반에는 힘들구나. 열심히 해야 하는구나. 하루에 열몇 시간은 해야 하는구나. 이렇게 힘들어야 나중에 성공할 수 있구나 하고. 이제는 멈출 수 없는, 사업이라는 여정에 발을 들인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어떤 성공을 하고 싶을까?


일단 시작했으니 고민을 할 수도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라고. 그렇기에 그 마음을 끄집어내서 정면으로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끄집어내는 순간, 나는 그만을 외칠 거라는 걸 알았기에. 이미 벌려놓은 일도 많고, 같이 일하는 파트너도 생각해야 했다. 또 무엇보다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매출이 달콤했다. 일은 점점 더 많이 들어왔고, 우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곳에서 계속 재구매를 해주셨다. 이대로라면 퇴사하기 전에 목표로 했던 소득은 무난하게 달성할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시내에게 추천받았던 강점 코칭을 받았다. 일은 계속 잘되는데 난 계속해서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 강점을 잘 쓰고 있는지 궁금했다. 줌으로 코칭을 받았는데 1시간 동안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다. 내가 1시간 내내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느라 제대로 말도 못 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진짜 힘들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데 끌고 가고 있구나. 안 해도 된다는 선택지가 있구나. 그날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생각해보기 시작했고, 시내에게 멈추어야겠다고 말했다. 몇 달 남지 않은 연말까지만 일하고, 내년부터는 쉬는 것으로.



물론 일을 하면서 고민하고, 일하면서 다른 일을 시도해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7월에 잠깐 쉬었을 때 알았다. 정신은 계속 일하느라 쉬지를 못했다. 그리고 1년 8개월 간 너무 다양한 시도로 지쳐있기도 했다. 그동안 부족했던 분야를 공부하면서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었다. 이미 일도 잘 들어오고 있었고, 책임감에 계속 일을 받다가 자연스럽게 일에 다시 파묻혀서 전처럼 고민을 미뤄둘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난 멈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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