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의 경로를 바꾸는 항공사들' 시리즈 PART 2
코로나19 팬데믹은 항공사의 좌석 구성, 수익 구조, 브랜드 전략 전반에 결정적인 변화를 촉발했다. 특히 국제선을 운영하는 풀서비스 항공사(FSC)들은 좌석 운영 방식을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까지 FSC(Full Service Carrier)의 하이엔드 전략을 대표하던 좌석은 단연 퍼스트 클래스였다. 그러나 석당 수익은 높아도 수요는 줄었고, 넓은 공간이 필요한 구조는 운영 효율을 떨어뜨렸다. 그 결과, 많은 항공사들이 일등석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출처: Financial Times, 2022]
같은 시기, 프리미엄 이코노미(Premium Economy) 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코노미보다 높은 운임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보다 낮은 운영비, 그리고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자 심리에 부합하는 상품으로 항공사들에게는 수익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된 셈이다.
이번 칼럼은 퍼스트 클래스의 상징성을 걷어내고 Premium Economy에 전략적 무게를 싣는 항공사들의 선택을 분석한다.
팬데믹 이후 항공 수요의 가장 큰 변화는 비즈니스 출장 수요의 감소와 레저 여행 수요의 상대적 증가이다.
국제선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던 기업 고객 비중은 화상회의와 비대면 업무의 확산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반면, 봉쇄 해제 이후 억눌렸던 개인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자신의 비용으로 더 나은 여행을 추구하는 ‘프리미엄 레저’ 고객층이 부상했다. [출처 : Reuters, 2025]
이들은 전통적인 하이엔드 고객층은 아니었지만, 기꺼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더 나은 좌석과 서비스를 누리기 원하는 고객들로서, 항공사에 Premium Economy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주었다.
에미레이트항공 CEO 팀 클락은 Premium Economy 도입 후 나타난 가장 큰 변화로
“비즈니스 클래스의 이탈보다, 이코노미 고객의 업셀 효과가 훨씬 컸다” 고 분석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좌석이라는 의미다. [출처: AirlineRatings.com 2021]
결국 항공사 입장에서는 기존 First Class 의 고정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Premium Economy 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고객군은 증가하는 상황에서 좌석 전략의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프리미엄 좌석 기술의 발전은 퍼스트 클래스 축소의 또 다른 배경이다.
최근 10여 년간 항공사들은 비즈니스 시트(seat)와 서비스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왔다. 침대형 시트(seat), 문이 달린 개인 스위트, 프라이버시 중심의 캐빈 구성까지. 과거 First Class 의 전유물이었던 요소들이 이제는 Business Class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루프트한자 前 CEO 크리스토프 프란츠는
“비즈니스 클래스의 개선이 일등석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 고 밝힌 바 있다. 비용 대비 차별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더 높은 요금을 감수하고 일등석을 선택할 유인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팬데믹 기간 대형 항공기 퇴역과 맞물리며 더욱 가속화되었다. A380, B747 등 일등석을 전제로 설계된 대형 기종들이 줄줄이 운항을 중단했고, 항공사들은 보다 기동성과 연료 효율이 높은 기재로의 전환을 서둘렀다. 이 과정에서 기재 내 시트(seat) 배치 효율성을 고려해 일등석은 가장 먼저 재구성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Buseinss Class는 실질적인 최고 등급으로 격상되었고, First Class는 초부유층 또는 특수 수요에만 대응하는 선택적 좌석으로 축소되는 흐름이 자리잡게 되었다. 일등석을 운영하지 않는 FSC (Full Service Carrier)들은 이 공백을 Business 와 Premium Economy의 품질 향상으로 메우고 있다.
JAL은 자사 비즈니스석을 ‘JAL Suite’로 명명하며 최고급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으며, 터키항공 등도 일등석 없이 비즈니스+프리미엄 이코노미 체제로 장거리 노선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서비스 조정이 아니라 캐빈 등급의 위계를 새롭게 정의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Business Class의 진화는 First Class 의 존재 이유를 재고하게 만들었고, 이는 전 세계 항공사의 전략 수정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좌석 전략 전환의 배경에는 운영 효율성과 수익성이라는 실질적 고려가 자리하고 있다. 일등석은 그 숫자에 비해 과도한 공간을 필요로 하며, 탑승객 1인당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의 범위와 수준도 상당하다. 운항 단가가 높고 수익 예측은 불안정하다 보니, 업계계 입장에서는 고비용‧고위험 상품에 가까웠다. 수요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된 팬데믹 시기에는 빈 좌석이 늘어날수록 손실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2019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일등석 축소를 시작점으로 비용 절감 전략에 나섰던 것은 그 구조적 부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탑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Premium Economy는 수익성과 효율성 모두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운임은 이코노미석보다 1.5배에서 2배까지 책정할 수 있고, 서비스 구성은 비즈니스석 대비 간결하게 유지된다. 석당 단가가 낮고, 제공 서비스는 제한적이며, 그럼에도 고객 만족도는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다.
루프트한자 CEO 카스텐 슈포어는 Premium Economy를 “가장 수익성이 높은 클래스”라고 평가했고, 시장조사 기관 스카이트랙스의 평가 역시 Premium Economy 이용 탑승객의 만족도가 이코노미 대비 꾸준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공급좌석킬로미터(ASK) 관점에서도 Premium Economy 확대는 전체 기재의 수익 구조 개선에 기여한다.
좌석 수 증대는 매출 총량을 끌어올리고, 비즈니스석 대비 경량 설계는 연료 효율성을 높인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가를 통한 가격 유연성까지 더해지며,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는 수요 변동에 강한 방어력을 제공한다. 실제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프리미엄 클래스 비중을 확대한 이후 프리미엄 항공권 매출이 일반석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델타는 2023년 2분기 기준, 프리미엄 매출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반면 이코노미 매출은 동일 기간 5% 하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출처 : Reuters, 2025]
수익성, 유연성, 안정성. 세 가지 기준 모두에서 Premium Economy 는 항공사들에게 실질적 대안이자 전략적 선택이 되고 있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장거리 여행 수요의 급감과 FSC (Full Service Carrier)의 생존 노력도 이러한 Class 재편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항공사들은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형 항공기와 고비용 서비스부터 운영을 중단했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B747, A380 같은 점보기와 그 안의 일등석이 가장 먼저 감축 대상이 되었다.
예컨대 싱가포르항공, 에티하드항공 등은 팬데믹 기간 A380을 장기간 그라운드시키며 일등석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항공사들은 작고 연료 효율 높은 기종으로의 전환을 가속했는데, B787, A350같은 기재들은 좌석 수용력이 상대적으로 적어 일등석을 설치하지 않는 2~3클래스 구성이 표준이 되었다. ANA의 미국 노선 일등석 축소도 결국 B777(4클래스) 대신 B787(3클래스) 투입으로 인한 결과였다. 또한 팬데믹 이후 고유가로 연료비 부담이 커지자, 1석당 중량과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일등석은 기재 효율 면에서 더 부담이 되었다. 반대로 Premium Economy는 1석당 중량이 비즈니스 대비 가벼워 항공기 운항 효율에도 유리한 편이다.
따라서 팬데믹을 계기로 항공사들은 노선 수요에 맞춰 기재를 유연하게 재배치하고, 캐빈 구성도 수익 최적화 쪽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항공사들이 팬데믹을 거치며 기재 전략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많은 FSC들이 보다 넓은 고객층을 타겟으로 한 Premium Economy 강화를 공통된 대응책으로 삼았다는 것이 업계 전문지들의 분석이다.
First Class를 줄이고 Premium Economy를 확대하는 전략은 실제로 수익 구조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Premium Economy 도입 이후 기재당 총수익이 상승했으며, 수익 기여도가 Buseinss Class 보다도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2023년 2분기 기준 프리미엄 클래스 매출이 전체 여객 매출의 43%를 차지하며 팬데믹 이전보다 8%p 증가했고, 2027년에는 일반석 매출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나이티드항공도 2023년 프리미엄 클래스 매출이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흐름은 아시아에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싱가포르항공은 장거리 노선에서 Premium Economy의 탑승률과 평균 단가가 모두 상승하면서, 2022년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도입 초기부터 유료 탑승률 100%에 가까운 실적을 보였고, CEO 팀 클락은 “우리가 제시한 어떤 요금에도 고객이 기꺼이 지불했다”고 평가했다.
Premium Economy는 수익뿐 아니라 고객 경험과 브랜드 지표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국항공은 팬데믹 이후 Premium Economy Class (월드 트래블러 플러스)의 탑승률이 주요 노선에서 평균 80%를 넘겼고, 이는 일반석보다 높고 비즈니스 클래스에 근접한 수치다.
에어프랑스는 북대서양 노선에서의 수요 증가에 따라 2022년 시트(seat) 배치 리뉴얼에 나섰고, 탑승객 만족도 역시 향상되었다. Ideaworks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높은 레저 여행객일수록 프리미엄 이코노미에 대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으며, 항공사 충성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JetBlue는 Premium Economy 도입 이후 NPS(Net Promoter Score)가 평균 10점 이상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
한편, 일등석을 유지한 FSC(Full Service Carrier)들도 시장별 전략을 기반으로 선별적 운영을 통해 높은 탑승률과 고객 만족도를 달성하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북미 노선에서 La Première 클래스의 탑승률이 상승했고, 영국항공 역시 뭄바이 노선에 일등석을 부활시키며 현지 VIP 고객의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이러한 흐름은 항공사들이 단순히 시트 (Seat) 배치를 조정한 것이 아니라, 수익성과 고객 반응을 동시에 반영하는 좌석 전략 재설계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이후 FSC(Full Service Carrier) 들이 채택한 전략의 전환은 수익성과 고객 경험 측면 모두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Premium Economy는 단순한 좌석 추가를 넘어, 새로운 가치 제안을 가능하게 한 상품으로 자리잡았고, 가격 탄력성이 높은 고객층을 유입시키는 실질적 수단이 되었다. First Class는 일부 노선과 기재에서 여전히 운영되고 있지만, 그 범위는 이전보다 명확하게 축소되었고, Buseinss Class 가 최고 등급 Class의 실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흐름이 보편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항공사들은 ‘누구에게 어떤 프리미엄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새롭게 쓰고 있으며, 그 답은 점점 더 넓은 고객층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더 이상 중간 단계의 포지션이 아니라, 고객 구조 변화에 대한 전략적 응답이며, 브랜드 포지셔닝을 재정의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좌석 하나의 이동이 만든 이 변화는, 앞으로 항공업계가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설계하고 누구를 위해 다시 정의할 것인지를 묻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Part 1. 퍼스트 클래스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Part 2. 프리미엄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의 전략적 부상 (본문)
Part 3. 프리미엄 항공, 시장 재편과 미래
'One Step Above'는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브랜드 전략과 철학을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인사이트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