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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트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by 마담말랭

뉴스 자막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편리함을 좇아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들, 이 변화 속에서 도쿄에서의 한 달 살기는 내게 사라진 시간을 되찾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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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트의 잃어버린 시간>

요즘 집 주변 마트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높은 월세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마켓 컬리, 쿠팡, 이마트에 빼앗겼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 한 달 살기를 하게 된 계기는 내가 한국관광공사에서 상품 메뉴 개발 컨설턴트로 활동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게 최대 관심사인 식재료가 다양한 일본이 궁금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알게 모르게 오르는 한국의 물가가 왠지 모르게 불편해졌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편리함을 앞세운 유통구조와 구독경제는 많이 사야 하는 불편함을 초래했다, 무료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는 내 장바구니를 늘 계획보다 많이 담게 했고. 그 사이 동네 마트는 하나, 둘 사라지고 있었다.


<소비의 미학>

일본에서 한 달을 보내기로 결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집밥을 해먹는 즐거움과 함께 로컬 마켓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도쿄에 머물면서, 집밥을 해먹게 되는 주방에서 안나오는 묘한 신데렐라 마법에 걸려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마트가 가까이 있다는 것! 요리에 부족함이 없는 야채의 종류에 놀라고, 원하는 만큼 살 수 있고 다양한 지역의 제품들이 많아 자꾸 맛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로컬 마켓을 늘 찾았던 건 아니었지만 내 주변에서 없어지고 나니 이제야 마켓을 찾게 되는 청개구리 심보가 생긴다. 너무 부럽다. 아니 내 배까지 아파온다. 마트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영귤, 스다치가 오늘은 너무 부럽다. 별모양 오크라가 너무 사랑스럽다.


<카레 한 접시에 담긴 로컬의 매력>

일본식 카레를 만들기 위해 야채와 고기를 담았다. 소고기, 버섯, 당근, 양파, 브로콜리... 소고기는 한 근에 1만 원을 넘지 않는다. 버섯은 그 종류가 참으로 다양하다. 브로콜리 종류만도 색깔별로 몇 가지 인지 모른다. 오늘따라 카레에 넣을 야채를 썰어낸 모양이 더 어여쁘다. 익은 당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카레 속 당근이 그렇게 다디달다. 제각각 야채들이 오늘따라 참으로 맛있게 느껴지는 건 그동안 한국에서 구매했던 식재료들의 불만이 표출된 듯 이곳에서의 식사가 배로 만족스럽다.


카레는 맛있다.

마트에서 구매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음식, 당고부터 초밥, 샌드위치까지 선택의 폭은 매우 다양하다. 맛 또한 어느 맛집에 견줄 만큼 훌륭하다. 가격은 비교해 무엇할까?


항상 많이 구매해서 냉장고에서 음쓰로 바로 건너뛰는 현실이 미안했다. 많이 사면 할인 되니 오르는 물가를 탓하며 잘못된 습관이 되어버렸다. 로컬마켓은 단순히 내 직업적 사명감이 아니라 당연한 욕구, 식욕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하고 담아내는 그 과정들의 즐거움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오늘따라 나의 장바구니는 달콤한 솜사탕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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