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고 소박한 일상을 그린 영화, <카모메 식당> 속 시나몬롤, 커피와 잘 어울리는 따뜻한 향기, 먹는 이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하는 그 빵. 오늘도 나는 그 향기를 좇아 이 특별한 기억을 떠올린다. 영화 속 그녀처럼 나도 한때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주고 싶어 주방에 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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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한 달 살기, 나의 소중한 미식여행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시나몬을 사랑하는 나는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시나몬롤이 너무 먹고 싶었다.
내가 처음 본 일본영화는 ‘카모메 식당’이다. 음식만드는 걸 무척이나 즐겼고 12년 베이커리카페 운영 동안 내게 실패의 맛도 안겨주었던 시나몬롤이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 시나몬롤에 집착해요?”
“향기가 참 따뜻하잖아요. 사람들 마음을 녹이는 것 같아서요.”
‘카모메 식당’은 매일을 충실히 살아가는 일본인 이민자들의 소박한 일상을 헬싱키의 이국적인 풍경에 담아낸 아주 귀여운 영화다. 특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핸드드립 커피, 오니기리, 그리고 시나몬롤은 충만한 일상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행복한 삶을 찾아 무작정 떠나 온 낯선 땅에서 함께 먹고 마시고 웃고 울며 '카모메 식당' 사람들은 생기를 찾게 된다. '카모메 식당' 사람들을 연결해준 시나몬롤처럼, 사람들과 나를 연결해주는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오늘은 도쿄의 벚꽃 명소 나카메구로 길에 서있다. 겨울에 와서 벚꽃을 볼 수는 없지만 수변을 따라 걷다 보면 명소도 많고 유명한 커피숍도 많다. 카모메 식당의 그녀도 헬싱키에 머무르게 된 이유가 바다 가까이 있는 도시였기 때문이 아닐까?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잔잔하고 풍요로운 휴식이 되어준다.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처럼, 우리도 낯선 땅에서 작은 위로와 일상의 기쁨을 발견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일상을 바라보며 그곳에서 우리는 바쁜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소소한 기쁨들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마치 '카모메 식당'의 손님들이 그랬듯이, 여행을 통해 조금씩 치유되어 간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요리를 즐겼던 나, 사실 카페 운영을 하면서 그 마음이 소멸되고 있었고 그걸 알아차린 순간 모든걸 내려놓게 되었다. 도쿄에 머무르면서 주방에 서 있는 모습은 내가 잊고 있던 나의 모습이었다.
사치에의 맛깔스런 음식과 달콤하고 향기로운 시나몬의 향기를 맡으며 들어온 사람들 함께 식당을 둘러싼 사연 있는 사람들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는 이야기.
어쩌면 나는 일본에서 시나몬롤을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 향기로 찾아드는 사람들을 그리워 한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식구가 뭐여, 같이 밥 먹는 입구멍이여” 라는 조인성 대사가 떠오른다. 오늘따라 식구가 더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