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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Dount ? 보다 더 맛있는 할머니 도넛”

“이거, 그냥 도넛 아니야.”

by 마담말랭

도넛을 건네며 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반신반의하며 한 입 베어 물었던 순간, 그 깊은 맛과 촉촉함에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할매 손맛 법칙’, 한국이나 일본이나 할머니 손맛의 법칙은 통한다. 일본에서 만난 할머니표 인생 도넛은 맛있는 간식의 수준을 넘어 수많은 추억과 정성을 담아 빚은 예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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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냉동실 지퍼락에 모셔둔 무언가를 툭! 하니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볼품없어 보여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의미심장한 미소로 먹어보란다. 아마 놀랄 거라나 뭐라나... 겉이 투박한 것이 뭐 하나 모양새가 통일이 안 되어 있고 겉모습으로는 특별할 거 없는 그런 도넛.


시나몬 향 때문이랄까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에 이끌려 하나 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 찬기가 아직 덜 빠진 상태였지만 그 맛이 궁금하여 한 입 베어 물었다. “이거 뭐야?” 동생은 이내 “할머니 손맛.” 이런다. 차가운데 반죽 사이로 흰 속살이 촉촉하고 쫄깃하다. 마치 페이스트리의 결이 살아 있듯 도넛의 결이 느껴진다. 딱딱한 듯하지만 서서히 입안에 녹아든다. 그렇게 우리 둘은 봉지 당 8개씩, 두 봉지를 해치웠다.


며칠이 지났을까, 아니 이틀 지났나... 도넛이 자꾸 생각났다. 결국 일본 메구로 역에 줄 서는 도넛, I’m Donut? 이 있어 서점가는 길에 들렀다. 며칠 전 먹었던 도넛도 생각나고, 얼마나 맛있길래 줄 서서 먹는지 궁금하여 그 대열에 합류했다. 7가지 맛별로 구매해서 돌아오는 길, 코를 자극하는 달콤한 냄새로 지하철 안이 가득 찼다.


결국 유혹에 못 이겨 집에 도착하자마자 7개를 둘이서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지만 결론은 할매 도넛이 최고라는 것. 안되겠다. 할매 만나러 가야지. 동생에게 부탁해 바로 날을 잡아버렸다. 90세 할머니에게 3살 아기가 조르듯 철없이...


할머니 손맛 도넛

할머니 손맛, 이것은 국룰이다. 내가 먹어본 도넛 중에 가장 으뜸이다. 그 어느 레시피도 할매 레시피를 이길 수 없지. 정성스런 저녁식사 후 할머니는 기억속에서 꺼낸 레시피를 읊어 주신다. 많이 알려주시려는 할머니와 베이킹을 모르는 동생의 통역 사이에서 레시피 정리는 그리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제과 제빵의 성지인 일본은 섬세한 질감의 밀가루부터 다르다. 할머니의 노하우 중 한 가지를 꼽자면 마가린과 버터를 함께 사용한다. 일본은 워낙 고품질의 식물성 오일을 원료로 만든 버터와 비슷한 풍미와 질감의 마가린이 많기 때문에 버터와 비율을 잘 맞추면 맛은 물론 장점을 잘 살려낼 수 있다. 이것이 냉동된 도넛을 바로 해동해 먹어도 맛있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가면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니 할머니께서 “경험이 많으니 금방 잘할 거야.” 응원해주신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발효만 실패하지 않는다면 나만의 인생 도넛 레시피를 완성할 수 있겠지. 자꾸 집에 가기 싫은 이유가 생기면 안되는데 오늘도 눈 질끈 감고 할머니와 작별인사를 억지로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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