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안녕 윌리엄!

by 마담엘리

장장 14시간을 날아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착륙했다. 세월이 느껴지는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벌써 네 번째 방문이라 그런지, 뭘 해야 될지 착착 그려진다. 착륙 완료 후, 안전벨트 해지 등이 켜지면 선반에 올려둔 휴대 수하물을 챙겨 들고 빠르게 나갈 준비를 한다. 승무원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Arrival표시를 따라 열심히 걷다 보면 긴 줄이 보인다. 입국 심사도 착착. 입국 심사를 통과하고 나면 내가 내린 비행기의 수하물은 어느 벨트에 나올지를 전광판을 보고 확인한다. 1등으로 도착할 줄 알았지만, 수하물 벨트 앞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놀러 온 한국 관광객, 한국으로 여행 다녀온 프랑스 커플 등. 그 사이에서 빨리 남자친구 윌리엄 만날 생각에 목 빠지게 수하물 기다리는 나.


현지 통신사로 새롭게 개통할 생각으로 유심카드를 따로 챙겨 오지 않아서, 공항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윌리엄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나 파리 도착했어!"


잠시 뒤 띵동 답장이 도착한다. "나 너 뒤에 있어"


'엥?' 하고 뒤를 돌아보니, 수하물 수령장소 바로 뒤의 유리창 너머로 윌리엄이 해맑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엄청 반가웠지만 괜히 안 반가운 척 시크하게 손 흔들어주고, 답장을 한다. "수하물 얼른 찾아서 나갈게"


빠르게 수하물을 스캔하다 보면 드디어 보이는 회색 캐리어. 지난번에 남의 수하물을 한번 잘못 들고 간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잊지 않고 수하물표의 내 이름 석자도 잘 확인한 뒤 오도도도 출구로 향했다. 두 팔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윌리엄. 작년 8월에 만나고 7개월 만이다. 영상통화로 매일 밤 봤지만, 항상 오랜만에 만나면 뭔가 낯설고 어색하다. 보고 싶었어 윌리엄. 공항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윌리엄 차를 타고 파리 외각에 살고 있는 윌리엄 부모님 집으로 향한다. 항상 반갑게 반겨주시는 윌리엄 부모님. 오랜만에 봬요!


이날은 내가 밤 10시가 넘어 도착을 해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 뒤에 내일 다시 회포를 풀기로 했다.


프랑스에서 맞는 첫날 아침. 새벽에 비가 왔는지 공기가 축축하다. 프랑스 빨(?)이 있는지 창문 열고 맞는 공기도 괜히 더 선선하고, 기분이 좋다. 아침으로 챙겨주신 크루아상도 너무 맛있다.



오늘은 내 프랑스 도착 축하 기념 파티로 윌리엄네 가족들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윌리엄네 가족이 좀 복잡한데, 윌리엄 부모님은 윌리엄이 어릴 때 이혼하시고, 모두 각각 새롭게 가정을 꾸리셨다. 지금 내가 하룻밤 묵은 파리 외각의 집은 윌리엄 친 아버지&새엄마가 사는 곳이고, 오늘 모일 윌리엄네 가족은 윌리엄의 새엄마와 전남편 사이의 아들들의 가족들이다. 처음에는 복잡했는데, 지금은 그냥 그렇구나 한다. 프랑스에서는 이혼도 자유롭고 가족의 형태도 다양하다.

오랜만에 보는 윌리엄 가족들에게 인사하고, 내가 낯선 꼬물이들(윌리엄 형제들의 아가들)에게도 인사했다. 항상 반갑게 맞아주는 윌리엄의 가족들. 내가 윌리엄하고 가족이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에는, 윌리엄의 따뜻한 가족들의 모습도 큰 이유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시작된 한번 발들이면 절대 못 빠져나간다는 프랑스 식사시간. 정말 말도 많고 길게 먹는 프랑스 식사시간은 마음 단단히 먹고 시작해야 된다. (언제 끝날지 몰라서)


우선 술과 간단한 간식들로 시작되는 아페호(Apéro). 프랑스 식당을 가서 그렇고, 어디 초대받아서 가면 당연히 그렇지만 식사 전에는 항상 뭘 마실지 물어본다.


아무튼 이때부터 시작되는 프랑스인들의 말, 말, 말.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과 생각나는 모든 것들이 대화 주제이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프랑스인들은 말이 진-짜 많은 게 문화다.이전에 크리스마스에 놀러 왔을 때는 식사 시간이 너-무 길어서 중간에 한번 잠을 자고 온 적도 있었다. 나는 아직 프랑스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듣는 게 주이지만, 언제 나한테 그 대화가 뻗어 올지 몰라서 항상 귀 쫑긋 모드다. 몇 개월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아페호가 끝나면 시작되는 엉트헤(Entrée). 간단한 핑거 푸드가 나온다. 이전에는 눈앞에 음식이 차려지면 내 용량을 생각하지 않고 먹어버려서, 이 단계에서 배가 벌써 잔뜩 불러버렸는데 이제는 스스로 조절한다.


오늘은 집에서 직접 돼지고기를 갈아 만든 빠떼(Pâté)와 이냠(Igname)을 준비해 주셨다. 빠떼는 처음 먹었을 때는 텁텁하고 고기누린내가 나서 별로였는데, 몇 번 먹어봤다고 익숙해졌다. 이냠은 감자맛이 나는 뿌리채소를 마요네즈 같은 소스에 찍어 먹는데, 입에 맞아서 먹고 있는데 셀리아(윌리엄 동생의 부인)가 이냠 많이 먹으면 소변냄새가 독해진다고 웃으며 말해준다. 조용히 포크를 내려놓으니 에블린(윌리엄의 새엄마)이 하루이틀정도만 냄새가 안 좋은 거니까 걱정 말고 맘껏 먹으라고 하신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메인 디쉬. 송아지를 크림소스에 버무린 호티 오흘로프(Roti orloff)와 와 찐 감자,프랑스 사이드 식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히고 베(Aricot vert) 다. 부드럽게 쑥쑥 잘 넘어가는 호티 오흘로프. 한국음식과 비교해 프랑스 음식은 덜 자극적이고 섬세한 편인 거 같다. 그래서 프랑스 도착하면 먼저 하는 일이 비교적 구하기 쉬운 피클과 스리라차 소스를 챙겨 놓는 편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물려버려서.


이렇게 음식이 하나하나 등장할 때마다, 조리법 소개, 재료의 유래 그리고 그 음식에 관련된 그들 각각의 추억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전에 윌리엄 가족들한테 한과를 선물로 사다 드렸는데, 뭐가 들었는지, 각 재료들과 그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알려달래서 당황했다. 이번에는 오설록 차를 사 왔는데 뭐가 들었는지랑, 차가 유명한 제주에서 온 차라고 설명도 철저히 준비도 해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프랑스는 정부자체에서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야채/가공품등 모든 것에 대해 되게 철저히 관리하고 많은 규제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만큼 식재료에 대해 까다롭게 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서는 시작된 프랑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치즈 타임. 물소/젖소/염소/양 등 다양한 우유로 수백 가지 치즈를 만드는 프랑스인들의 치즈 사랑. 우리나라의 김치 포지션이랄까. 오늘 준비해 주신 치즈는 생우유로 만든 콤떼(Comté), 양의 우유로 만들어진 톰(Tomme), 그리고 크리미 한 브리(Brie) 치즈다. 내 생각에는 향이 가장 약한 꼼떼가 한국인도 거부감 없이 먹을 맛인 거 같긴 하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아몬드 크림이 가득한 아몬드 파이. 이제는 어느 정도 짬이 차서 각단계를 적당히 먹고 디저트로 적당하게 마무리한다.



3-4시간가량의 식사를 마무리하고, 모두들 나의 프랑스 생활이 찬란하기를 응원해 주시며 돌아갔다.

나도 윌리엄과 윌리엄이 자고 나란 동네인 블로아로 넘어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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