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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는 사생활을 조금은 밝혀라

프랑스에서 이는 잡담이 아니라 연결이다

by 마담 히유

언제였던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한 밸런스 게임을 본 적이 있다

"회사에서 동료들과 스몰톡 많이 하는 분위기 vs 인사 제외 업무 관련 대화만 하는 분위기" 이런 식이 었는데, 결과는 반반정도 갈렸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일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이 결과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프랑스에서는 스몰톡이 없는 회사생활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는 분이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계신데, 딱 "절간"분위기 속에서 일을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친해진 동료와는 다르겠지만, 그 외 일반 동료에는 절대로 개인사를 털어놓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프랑스는 어떤 상황인가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매우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프랑스는 TMI의 나라다.



Oxford Languages 영어사전에 따르면 스몰톡이란 다음과 같다.

Polite conversation about unimportant or uncontroversial matters, especially as engaged in on social occasions.

주로 사교적으로 행해지는, 중요하지 않거나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안에 관한 예의 바른 대화.

하지만 나는 프랑스의 스몰톡은 미국의 스몰톡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고 느껴진다.

미국의 스몰톡이 말 그대로 분위기를 위한 겉도는 대화라면, 프랑스에서는 대화를 통해 "사람" 이 있음을 확인하는 절차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단순 스몰톡이 아니라 "TMI"로 넘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친한 사이는 아니고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정말 "동료"사이인데 나는 이 정도의 개인 사생활을 알고 있었다. 물론 모든 것이 커피머신 "스몰톡"에서 시작되었다.


한 40대 초반 직장동료의 아들이 내 딸과 동갑이며 5월생인데, 키가 굉장히 큰 편이고 이 부부는 첫째를 가지는데도 고생을 많이 했고, 나이도 있기 때문에 둘째를 가질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락밴드를 좋아하고 타투가 많다.

최근에 은퇴한 한 전 직장동료의 손자가 내 딸과 이름이 같은 것을 알고 있다. (남성형 / 여성형 차이) 그 손자는 칠삭둥이로, 1.5킬로대에 태어났다.

내 상사는 게이이고 여가시간에는 밴드활동을 한다. 남자친구는 중국인이다. 최근 비자 문제가 있었고, 그 때문에 결혼을 할까 고민 중이다. 그는 가족이 중국에 있기에 국적을 바꾸기는 싫어한다. 그의 직업 또한 알고 있다.

한 40대 중반의 여자 직장동료는, 이탈리아계의 진지하던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헤어지고 지금은 고양이와 살고 있다. 외동이라 가족은 부모님과 고양이뿐이다.


이 정도만 해도 한국 기준으로 어질어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회사생활을 해본 적은 없어서 어떨는지 모르겠다. 아는 분이 있다면 꼭 답글 부탁드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들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전혀 하지 않는 정말 공적인 관계이다.





이렇듯, 프랑스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한국보다 훨씬 유연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회사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고 하는 일은 "커피 마시러 가서 동료들과 스몰톡 나누기"이다.

당신이 커피를 좋아하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가서 물이라도 마시면서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어야 한다. 물론 그 '시시콜콜'의 경계는 당신이 정하는 것이다.


종교나 정치 같은 민감한 주제는 피한다고들 하지만, 그 경계조차 애매하다.

점심시간에 카페테리아에서 여러 동료들과 섞여서 밥을 먹는데, 왜인진 모르겠지만 이민자에 대한 토론으로 주제가 바뀌었다.


한 동료가 이민자들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고, 나는 반 농담으로 "얘들아? 나도 이민자인데?"라고 하자, 민망하다는 듯이 "아니 너 같은 이민자 말고"라고 발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첫 의도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은 당연히 알지만, 사실 두 번째 발언에서 나도 약간 불편해졌던 기억이 난다. “나 같은 이민자” 와 “나같이 않은 이민자”의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을 나쁘게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런 일이 있었을 뿐이다.

그 사람의 성향이 그런 것이고 (토론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겠지만) 일은 일이니 협업은 잘하고 있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지만, 대부분의 스몰톡은 안전하다.





약 10년간 프랑스에서 회사생활을 하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혀 오픈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항상 뒷말이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회사에 다닐 시절, 한 한국인 남자분은 본인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으셨는데,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게이가 아니냐"라는 소문이 떠돌 정도였다.


오해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을 옹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뒷담화을 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고, 누군가가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면, 그건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한 선택이다.

다만 나는 내 브런치북을 통해 프랑스인들의 정서와 일터에서의 "사회적 코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옳고 그름은 다음으로 치고.


그들은 꼭 알아야 할 정보를 묻는 게 아니라, 상대가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주고받고 싶은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쓸데없는 잡담"으로 치부되겠지만, 프랑스에서는 이런 "인간미 넘치는 사생활 오픈"이 신뢰를 쌓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직장에서 완전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감추는 사람은 오히려 "차갑다"는 인상을 주고, 당연하게 협업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억하자,

프랑스 회사에서의 작은 사생활 고백은 사적 영역의 침해가 아니라, "뒤에 사람 있어요"를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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