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식품 낭비 방지법에 대하여
전에 쓴 글에서 언급했듯, 나는 파리에서 바게트를 팔았다.
한국에 있을 때도 그 브랜드의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고는, 소시지가 들어간 달콤 짭짤한 빵을 파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정통 바게트와 크루아상을 파는 것이었다.
나는 계산대에 서서 주문을 받고, 빵 포장을 하기도 하고, 뒷정리를 한 뒤 매장 마감을 하기도 했다. 매장 마감을 할 때에는 마카롱이나 케이크류같이 조금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크루아상 같은 경우에는 '크루아상 오 자멍드 Croissant aux amandes'라고 불리는 전날 만든 크루아상에 아몬드 물을 입혀 다시 구운 비에누아즈리 (Viennoiserie)를 만들 수 있도록 따로 빼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를 할 수 없는 제품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 제품들은 전부 다 쓰레기 봉지로 직행이었다. “아니, 이 멀쩡한 음식들을 그냥 다 버린다고?” 하고 매니저에게 묻자 매니저가 당연하단 듯이 대답했다. “팔 순 없잖아?”
이 무미건조한 대답은 나에게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파리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 노숙자들도 많은데 그 사람들한테 줄 수는 없는 것인지 묻자, 그는 “이미 해봤는데, 결과적으로는 이 구역의 모든 노숙자들을 매장 앞으로 끌어모으는 꼴만 될 뿐” 이라며 쓰레기봉투를 단단하게 여미었다.
물론 기업의 입장을 생각하면 당연히 이해가 가는 처사다. 노숙자들이 매장 앞에서 배회를 하게 되면 잠재고객은 물론 단골손님들까지 다 매장에 오는 것을 꺼리게 될 수 있으니. 심지어 고아원이나 불우이웃 단체에 기부하고 싶어도, 제품의 유통기한이 짧아 며칠 가지 못하는 특성상 물류 문제로 인해 기부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이는 10년이 지난 일로, 2025년 현재 프랑스는 음식물 쓰레기 관련하여 장족의 발전을 했다. 이는 국가의 적절한 개입 덕분으로 여겨지는데, 주요 법안은 식품 낭비 방지법(Garot 법), 농업 및 식품법(EGalim 법), 순환경제 및 음식물 쓰레기 방지법(AGEC 법) 3가지가 있다.
내가 빵집에서 일했던 시기는 2015년, 즉 2016년에 발효된 ‘식품 낭비 방지법(Garot 법)’이 시행되기 전이었다. 사실 그 이후였다고 해도, 이 법은 1,000㎡(약 300평) 이상의 대형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법은 당시 환경부 장관이었던 기욤 가로(Guillaume Garot)가 가 주도한 법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가로 법(Loi Garot)’이라고 불린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기부와 연계시켰다는 점에서, Loi Garot(가로 법)은 단순한 식품 낭비 방지법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환경 보호를 위한 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법은 프랑스에서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관련 규제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000㎡(약 300평) 이상의 대형 슈퍼마켓은 판매되지 않은 식품을 폐기하는 것이 금지된다.
음식물을 폐기하지 않는 대신 기부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해야한다.
기부할 수 없는 음식(상한 음식 등)은 사료, 퇴비, 바이오가스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
슈퍼마켓이 음식물 쓰레기에 표백제 등의 화학물질을 뿌려 폐기하는 행위 금지. (놀랍게도 위에서 언급한 '노숙자들이 오거나, 그들이 쓰레기통을 헤집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멀쩡한 음식을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기부하지 않거나 고의로 음식을 못 쓰게 만든 경우에는 최대 3,75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에갈림 법 은 프랑스의 식품 소비 구조를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법으로, 가로법의 심화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법을 통해서 환경 보호를 위해 친환경 원료와 포장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기업의 음식물 기부 문화를 확산시켰다.
공공기관 및 학교 급식에서 유기농 제품과 친환경 식품 제공이 확대되었다. 2022년부터 공공 급식소(학교, 병원, 군대 등)에서 제공하는 식품의 최소 50%는 친환경 제품이거나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여야 한다.
모든 학교 급식소는 매주 최소 한 번 채식 메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여, 채식주의자를 배려하는 동시에 환경 보호를 고려한 조치를 도입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농민들에게 불공정한 가격을 강요하는 것을 방지하고, 농산물 가격이 생산 비용을 고려하여 책정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농부들은 트랙터를 동원해 도심이나 고속도로를 막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농민들에게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강요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조치가 도입되었다. 한동안 프랑스의 대형마트나 유기농 마트에서 농민들에게 불공정한 가격을 요구하는 행위, 소위 '갑질'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바가 있다.
하루 3,000인분 이상을 제공하는 대형 레스토랑들은 남은 음식 기부를 필수화 시킴으로써 Loi Garot(가로 법)이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25년까지 학교 급식소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및 슈퍼마켓에서 과일 및 채소에 비닐 포장 금지.
AGEC 법은 “Loi Anti-Gaspillage et pour une Économie Circulaire”의 약자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음식물 쓰레기 방지 및 순환 경제법”이다.
이 법은 2020년 2월 10일 프랑스에서 공식적으로 제정되었으며, 음식물 쓰레기 감축, 재활용 확대, 플라스틱 사용 제한 등을 목표로 한 친환경 법안이다. 음식물뿐만 아니라 전자제품의 수리 가능성 지수(이전에 이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나 패션 산업 규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 보호를 고려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음식물 쓰레기 관련 규제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도록 하겠다.
DLC(소비기한; Date Limite de la consommation)와 DDM(최소 보존기한; Date de Durabilité Minimale)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도록 법적으로 규정.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 위해 DDM이 지난 제품은 할인 판매 가능
가로 법의 주요 사안이었던 대형 슈퍼마켓의 음식물 기부 의무화를 중소형 슈퍼마켓, 음식 제조업체, 레스토랑, 급식소까지 확대하였다.
2024년부터 모든 가정과 사업장에서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의무화. (프랑스에 처음 도착해서 친구집에 초대를 았는데, 친구가 음식물 쓰레기를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보고 "그냥 이렇게 버려? 냄새나잖아"라고 했더니 "냄새나니까 쓰레기통에 버려야지?"라는 답변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처리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던 프랑스인데. 장족의 발전을 했다.)
10년 전의 나는, 나는 빵집에서 아직 먹을 수 있는 크루아상과 바게트를 쓰레기봉투에 쏟아부으면서 의문을 가졌다.
"이렇게 버리는 게 맞나?"
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고,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식품 낭비 방지법(Loi Garot), 농업 및 식품법(EGalim), 순환경제 및 음식물 쓰레기 방지법(AGEC)과 같은 법들이 시행되면서, 음식이 더 이상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곳으로 흘러가도록 시스템이 갖추어졌다.
한 때 친구가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보았던 나는, 멀쩡한 빵들이 그대로 폐기되는 장면에 충격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프랑스가 천천히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직접 목도하고 있다.
어쩌면 변화란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생각지도 않던 일들이 점차 사회적 논의가 되고, 제도적으로 정착되며, 결국에는 우리의 일상이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