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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Dec 20. 2019

당신도 로맨스가 필요했나요?

박현주 <서칭 포 허니맨> 리뷰

로맨스라 이름 붙여진 사건들의 뒷면에 대체 얼마나 많은 미스터리가 숨어 있을까.
- 영화감독 박현진


로맨스란 무엇일까.


어딘가 마음이 말랑해지는 이 단어를 가지고 우리는 천년은 족히 설레 왔다. 로맨틱한 풍경 로맨틱한 노래 로맨틱한 순간 로맨틱한 선물... 셀 수없이 로맨틱을 부르짖어(?) 왔는데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지...?


그런데 사실 로맨스라는 건, 미스터리가 맞다.

알고 있든, 모르고 있던 간에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상대방이 나와 완전히 마음이 통한다는 착각을 하는 과정이며,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투쟁하는 이야기니까.


처음에 어떻게 저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외모가 마음에 들어서, 친절한 말투와 행동에 반해서(혹은 반대로 '나에게 이렇게 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란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처럼),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어쩌다 딱 마음에 든 것?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저 사람이 좋다고 신호를 보냈다면, 그리고 상대방도 비슷한 신호를 보내서(이게 그린라이트구나) 두 사람이 로맨스를 시작했다면 이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얘기다.


이 소설은 로맨스의 시작인 줄 알았으나 갑자기 끊겨버린 '로미'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이름하여 <서칭 포 허니맨>. 양봉을 하는 사람이라는 단서를 가지고 그 기억에서 로맨스를 다시 꺼내어 시작하려는 계획이다. 법적으로 싱글이며,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별로 친할 것 같지 않은 세 사람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제주도로 날아간다. 세상 일이라는 게 의외로 차분히 시간을 들여 기획하기보다는, 순간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에 휩쓸리듯 진행되는 경우가 많긴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도입부는 '아니 이 사람들은 뭘 믿고 이렇게까지 남의 로맨스에 끼어드는 거지?'란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그러나 결국 한 챕터씩 읽어 가다 보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시켜서 한 일은 자신에게 필요한 일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이미 다 정해진대로 흘러가는 것 같지만 석연치 않았던 부분과 정면으로 마주 서거나(차경), 그럴 수밖에 없었고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 믿었지만 그걸 들추고 만난 사실에 몸서리치거나(하담), 자기감정에 충실한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더 제멋대로인 사람에게 부담을 느끼거나(로미). 이들에게는 로맨스도 필요했지만 저 너머의 진실이 가장 필요했음을 책을 덮으며 깨달았다.


우리가 로맨스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들

나는 차경이었고, 로미였으며, 하담이었다. 또한 수미였고, 민선이기도 했었다. 아 이 짜증날만큼 내 마음을 읽어버린 이 소설 뭐야. 기막혀.


뻔한 로맨스 소설인걸 알면서도 읽는다. 어딘가 진짜 로맨스가 있을 거라 믿으면서. 그게 이번에는 이 책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하지만 이 소설은 뻔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만가지 뻔한 설정을 다 갖다 붙이면서도 그걸 보기 좋게 깬다. 아직도 로맨스가 필요한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로맨스가 결론이어야 하는지에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예측 가능한 소재에서 놀라운 것을 이끌어 내 준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오랜만에 정말 몰입해서 읽어 내렸다.

 *이 책은 성장판 서평단 2기 활동으로 출판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위의 서평은 전적으로 제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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