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서칭 포 허니맨>, 위즈덤하우스, 2019.11.1
저는 이전에는 원하는 게 있어도 누군가 가져다주기를 기다리기만 했어요. 가만히. 먼저 연락이 오기만.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떠나야만 가질 수 있다는 걸.
그런데 떠나면 원하는 걸 찾지 못해도, 뭔가 다른 걸 찾아낼 수 있었어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무엇. 더 좋은 무엇. 그런 걸 얻을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모든 여행이 로맨스라는 결말로 끝나야 하는 건 아닐걸. 하담은 생각했다. 또, 모든 이야기의 끝에서 커플이 키스하고 카메라가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많은 사람이 그런 결말을 만든다고 해서, 나도 그러란 법은 없어. 어떤 이에게는 로맨스인 사건이 어떤 사람에게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어딘가 떠날 때는 우리 모두 기대를 가진 척해야만 한다. 그래야 여행이 즐겁다. 그렇지만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는 여행이었다. 인생을 바꾸리라는 기대, 그 기대의 좌절, 하지만 여행의 좋은 점은 무너진 기대의 잔해도 밟고 떠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