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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Dec 17. 2019

문을 여시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전 읽기 서평

나에게 '고전'이 '고'대로 '전'해주는 이미지는 오랜 세월 동안의 베스트셀러, 대부분 읽어본 책... 이 아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는 시도 정도는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의 밥벌이만으로도 정신과 육체가 바쁘다. 여유가 없으면 뇌는 휴식을 원한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그냥 쉬기엔 심심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이 현실을 잊게 해 줄 드라마, 소설, 영화다.


연말이라 그런가? 저 상태다. 지난주부터 기욤 뮈소의 <<브루클린의 소녀>>를 시작으로 이 작가의 모든 스릴러를 다 읽었다. 어쩌다 보니<<마션>>을 읽었고, 영화 <<마션>>을 보았다. 연관 콘텐츠 추천으로 <<그래비티>>를 보았다. 호텔 델루나 생각이 나서 유사 콘텐츠인 <<도깨비>>를 보았다. 목적 없이 이것저것 보면서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빠져들었고, 주인공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함께 느꼈다. 역설적이게도 현실 도피를 위해 보았던 소설, 드라마, 영화를 통해 현실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 우리는 스토리에 빠진다. 성공하는 스토리에는 공식이 있다. 고전문학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스토리 전개가 흥미진진하고, 사람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며, 지금 현실에 비춰봐도 무리가 없고, 결국 세상사 다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고전을 읽어야 한다!



여기까지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전 읽기>> (보도사 편집부 저, 위즈덤하우스, 2019)를 읽기 위해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였다.

물론 “불멸의 베스트셀러 120편을 2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다."라는 문구도 꽤 유혹적이었다. 어쨌든 드라마를 보고 싶은 유혹을 떨치며 책을 펼쳤다.


"고전을 읽으면서 자신을 복잡한 현실로부터 떼어놓을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한다고 믿고 있지만, 대부분은 유행하는 것들을 비판 없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중략) 고전 중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대대로 읽혀온 명작에는 시대가 지나도 변함없이 굳건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실이 적혀 있다. (중략) 고전을 접함으로써 우리는 현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현대 사회 전체를 관찰하는 눈을 기를 수 있다." (들어가는 글)


그래!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면 고전을 펼쳐라! 하지만 쉽지 않다. 걱정하지 마라! 이 책은 그런 부담감은 단번에 날려준다. 책이 얇다. 문장은 몇 줄 안된다. 페이지의 2/3이 만화다. 만화를 통해 전체 스토리를 한눈에 설명한다. 각 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무게감이 상당하다. 부조화의 극치다. 1장은 세계 고전 문학, 2장은 세계 근현대 문학, 3장은 정치 경제, 비즈니스, 4장은 역사, 철학, 부록으로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서양 미술사까지 다룬다. 대단하다!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진다!


한 장씩 넘겨본다. 그래! 고전문학도 아침 드라마 뺨치는 막장 드라마가 많았다.


천일야화 - 작자미상

여자에게 배신 당해 여자를 믿지 못해 매일 한 명의 여자를 죽이는 왕(사이코패스 구만). 살아남기 위해 천일동안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여인(지금 태어났다면 드라마 작가 등으로 엄청 유명해졌을....). 천일야화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가 "알라딘과 요술램프"다. 그렇다. 그 알라딘이다. 디즈니의 <<알라딘>>을 보면서 천일야화를 떠올리지 못한 것을 탓해본다. 영화 알라딘과 차이점을 찾으며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신곡 - 단테 

100개의 노래로 이루어진 3부작 서사시이다. 이 설명은 별로 흥미롭지 않다. 서사시라니... 그냥 시도 잘 안 읽는 판에... 하지만 지옥, 연옥, 천국, 이 ‘세 개의 세상을 이리저리 드나드는 단테’라는 설명을 보자 어떤 식으로 스토리를 풀어갈지 궁금해졌다. 연옥이라니 <<신과 함께>> 영화가 떠오른다. 신과 함께에 나오는 다양한 연옥을 떠올리며 신곡을 읽으면 좀 더 생생하게 내용이 다가오지 않을까?


데카메론 - 조반니 보카치오

열흘 동안 하루에 열 가지 이야기. 총 100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다. 데카가 그리스어로 10이란 의미를 보고 아하! 디셈버(December)의 Dec 도 라틴어로 10. 발음은 달라도 10. 어떤 이야기들이 있나 궁금해져서 위키피디아에 검색해보니 "데카메론 줄거리에서 언급된 세 번째날 열 번째 이야기, 알베리크의 이야기는 소위 "남자 몸의 악마를 여자 몸의 지옥으로 보내는 이야기"로, 동서고금에 걸쳐 널리 회자되는 지금까지 가장 유명한 데카메론의 이야기 중 하나다."라는 문구가 있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번 기회에 읽어보길 추천!


변신 -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내가 벌레가 되면 어떻게 하나? 가족들이 나를 외면한다면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며 읽었던, 마음이 불편했지만 자꾸 생각나던 책이었다. 그런데 걱정하지 마시라.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전 읽기>>에서는 그 벌레를 바퀴벌레처럼 그려놓았다. 심각함은 사라지고 바퀴벌레만 남았다. 아! 천재다. 내용과 표현의 부조리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스펜서 존슨

이 책은 세계 주요 기업이 연수 교재로 사용하는 베스트셀러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변명하고 싶다.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 쥐는 바보가 아니다. 새로운 치즈를 찾아가는 것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본다. 일도 직장도 다 언젠가는 사라질 치즈인데 그럼 '변화는 필수'라는 것을 인지하고 대하는 태도라도 바꿔야겠다. 흠...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 내니 좋은 책이다.  



죽음에 이르는 병 - 쇠렌 키르케고르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에 대한 설명을 보니 내가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절망의 분류를 보니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 것이 없다! 역시 고전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구나!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는 예외자가 되라고 하는 것을 보니 인싸 말고 아싸를 추천하시는 듯하다.



이렇게 얇은 책에 모든 것을 담아내면서 게다가 만화로까지 표현해내니 읽기 쉬웠다. 살짝 아쉬운 점은 명작의 모티브를 담고 있는 최근 영화까지 함께 소개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드라마 도깨비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는 문을 열고 여러 시공간을 넘나 든다. "이 책은 고전과 만나기 위해 들어가는 문이다." 고전 읽기가 막연한 분들은 이 책을 통해 쉽게 고전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만 보고 더 안 궁금해 할  수도 있겠지만.


* 이 책은 성장판 서평단 2기 활동으로 출판사에게 제공받은 것 1권, 서평을 제때 못쓸까 봐 개인적으로 구매한 1권을 바탕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미지 일부는 책에서, 이미지 일부는 개인 구매했고, 내용은 저의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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