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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Mar 25. 2018

유령보다 섬뜩한 사랑이야기

영국판 사랑과 전쟁,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 리뷰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 2017)


'유령의 실' 정도로 번역하면 될까?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았다는 <팬텀 스레드>. 음악부터 마음에 들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약간 시간이 남아 SPA 브랜드들을 둘러보며 '유행'을 둘러봤는데..

유행과 너무나도 비교되는 고상한 맞춤 드레스들을 보며 '역시 이 영화를 보길 잘했어'라고 생각 중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본격 영국판 <사랑과 전쟁> 내지는 <기막힌 이야기 실제상황> 같은 스토리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50년대 영국, 괴팍한 유명 디자이너 '레이놀즈 우드콕'은 시골에서 그의 뮤즈를 찾아낸다.

레이놀즈와 알마의 첫 만남


첫 만남에 몸 치수를 재자고 하더니, 드레스를 맞춰주겠다는 의외의 제안.

본인의 몸매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시골 아가씨에게 디자이너의 동업자이자 친누나가 말한다.

그가 가장 원하는 몸이라고.


프로다운 작업 현장

옷 싫어하는 여자는 없는 법.

더구나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가 지어주는 옷이라는데..

레이놀즈는 아침식탁에서 항상 저렇게 스케치를 한다

뮤즈를 만난 레이놀즈는 더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신경이 거슬릴때는 알마가 빵에 버터 바르는 소리마저 짜증이 난다.

드레스를 살펴보는 눈빛

아름다운 음악과 의상 외에도 이 영화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예술가는 예술이 먼저다


분명 레이놀즈와 알마는 연인 관계이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은 레이놀즈의 드레스다.

그는, 헤어지기 직전이 아니라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디자인 중에는 연인이자 뮤즈인 알마가 내는 소리 하나하나까지 짜증이 난다.

알마가 이전 여인들과 달랐던 점은 그녀 역시 레이놀즈의 드레스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

소중한 드레스가 격에 맞지 않는 취급을 받자 자기가 더 화를 낸다.


드레스 제작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그녀와 헤어지려 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레이놀즈의 드레스와 그를 함께 사랑하는 것은 역시 알마였다. 그래서 끝까지 그의 곁에 남을 수 있었던 듯..


유령보다는 사람이 무섭다


한밤중 으슥한 골목길을 걷다 만난다면 다음 중 어떤 존재가 가장 무서울까?

1) 개 2) 유령 3) 사람


단언컨대 사람이 가장 무섭다. 사람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희대의 악인이 될 수도, 성인이 될 수도 있으니..


이 영화 역시 그랬다.

레이놀즈가 재혼을 위한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드렸다고 하는 돌아가신 어머니는, 항상 그를 지배하는 듯 보인다. 심지어 레이놀즈가 알마가 먹인 독버섯을 먹고 고열로 정신을 잃을 때 나타났던 유령조차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


하지만 알마는, 그의 옆에서 항상 존재감을 과시한다. 심지어 그를 쉬게 하고, 자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하려고 독버섯을 먹인다. 두 번이나...


거기다 레이놀즈는 그걸 알면서 두 번째로 버섯을 먹는다. 이게 더 무서웠다.


유령보다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



무섭지만 아름다운 영화.

이해는 잘 가지 않지만 충격적인 영화.


우연히 고른 영화인데 여운이 많이 남는다. 역시 난 유럽 배경의 시대극을 너무 좋아하는 모양이다.


상세한 정보는 네이버 영화 정보를 참고하시길.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8645

다니엘 데이 루이스(Daniel Day-Lewis, 1957~)의 은퇴작이라고 하니 더욱 아쉽다. 꽃중년 천재 디자이너를 아주 잘 연기했는데..


같은 회차를 보고 나오신 어떤 아주머니들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여자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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