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좋아한다면 도전해보세요
도슨트 :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도슨트(docent)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용어로, 소정의 지식을 갖춘 안내인을 말한다. 1845년 영국에서 처음 생긴 뒤, 1907년 미국에 이어 세계 각국으로 확산된 제도이다. 일정한 교육을 받고 박물관·미술관 등에서 일반 관람객들을 안내하면서 전시물 및 작가 등에 대한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전시물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에는 1995년 도입되었다.
일종의 전문 안내인으로, 미술에 대한 지식이나 안목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익힌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린다. 도슨트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재나 미술에 대한 애정과 일정한 수준의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하며,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쳐야 한다. (두산백과)
미술관에 갔다. 당신의 감상 스타일은?
전시 리플렛을 들고, 동선에 따라 차례로 돌아본다.
가기 전부터 미리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전시 설명 시간에 맞춰 안내에 따라 감상한다.
꼭 실물로 보고 싶었던 일부 작품에 대부분의 시간을 써서 관람한다.
해당 작가에 대해 아주 박식하거나, 전공자가 아닌 이상 전시 설명하는 사람을 따라다니며 안내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바로 도슨트(Docent)다.
상당수 미술관에서는 '문화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전시설명, 작품 안내하는 사람을 모집해 운영한다.
특별한 자격은 없으나, 크게 두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첫째. 관련학과 전공자로, 관심 있는 미술관을 자주 드나들고 견문을 넓힐 목적으로 지원.
둘째. 은퇴한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다 자란 주부들로, 미술 관련 문화강좌 등을 듣다가 관심이 생겨 지원. 학생들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빈번함.
미술 전시회를 자주 찾는 이라면 한 번쯤은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듯...
도슨트 모집 방법은 미술관이나 전시에 따라 다양하다.
기간을 정해 일정 인원을 선발, 상설 전시에 투입하기도 하고, 기획전마다 따로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본인이 활동하고 싶은 미술관에 상세 내용을 문의해보시길...
그러면 도슨트는 어떤 준비를 할까?
전시 성격이나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내 경우에는 전시 전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도슨트 활동을 했다.
1) 전시에 대한 기획자(큐레이터) 강의 참석
2) 작품과 작가의 배경에 대한 발제 및 스터디
3) 실제 전시장 사전 투어
4) (가능하다면) 작가와의 만남
5) 도슨트 시나리오 작성 및 작품 안내 리허설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첫째, 전시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
활동하기 전에는 '나눠 준 대본대로 외워서 설명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전시 전 최소한 4주 정도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다 보니, 제법 공부가 됐다.
먼저 전시 기획자(큐레이터)가 전시 기획 의도부터, 작가 소개, 작품에 대한 강의를 상세하게 한다. 이는 도슨트의 자의적인 해석을 막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실제 안내 시에는 본인의 경험과 역량에 따라 다양한 설명이 나올 수 있으나, 기본적인 전시 의도나 작품 해석은 같아야 하기 때문에..
작가와 작품 배경이나 시대상을 알기 위해 제공된 다양한 자료를 나눠서 발제하고, 함께 스터디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깊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둘째, 작품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관람객은 작품을 자세하게 관찰하거나 오랜 시간 살펴볼 기회를 얻기 쉽지 않다.
만약 인기 전시라서 관람객이 많이 몰린다면, 겨우 줄 서서 보고 인파에 밀려 자리를 떠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도슨트는 여유 있게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직접 설명할 작품이기에 디테일까지 관찰해서 메모하고 여러 번 곱씹을 수 있다. 전시 전에도 그렇지만, 전시 중이라도 도슨트 본인의 관람은 횟수 제한 없이(내가 활동했던 곳은 그랬다) 허락된다. 유료 전시라면 더욱더 이런 기회가 소중하다.
셋째, 작가를 만날 수 있다.
미술관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프로그램으로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몇십 명, 많게는 몇백 명이 참석하다 보니 내 궁금증을 작가가 답해줄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도슨트에게는 작가를 소규모로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작가 사후에 열리는 전시나, 단체전의 경우는 어렵겠지만 해외 거주 작가라도 전시 기간에는 전시장을 찾기 때문에 만나볼 수 있다. 궁금했던 점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도록에 사인을 받거나 같이 사진 찍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넷째, 작품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소장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일단 가격이 문제고, 관리도 걱정이다.
더구나 유명한 작품이라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작품에 대해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의 말로 설명해줄 수 있다면 그 작품은 이미 내 것이나 다름없다.
여러 번의 강의와 스터디를 거치면서 작품은 점점 나와 가까워진다. 작가를 만나고, 도슨트 리허설을 하면서 작품은 나만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직접 안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다른 도슨트들과 리허설을 하면 점점 자신이 생긴다. 걸어 다니면서 하는 프레젠테이션이다.
많이 준비할수록 자신 있게, 마음을 담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
전시 기획자도 아니면서 이만큼 작품을 깊게 공부하는 사람은 도슨트밖에 없을 듯...
다섯째, 할애한 시간 이상의 보람을 얻는다.
은퇴한 분들이 취미 삼아 도슨트로 활동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있지만, 평일 낮에도 전시 설명을 하려면 앞서 얘기한 분들이 시간을 내기 쉽다.
전시 전까지 최소 3~4회 이상의 모임을 갖고, 스스로 준비하는 시간에 실제 설명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미술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쉽지 않은 활동이 된다.
하지만 시간을 낸 만큼 보람차다.
눈을 반짝이며 내 설명을 듣는 관람객 앞에서 작품을 알려줄 때,
설명이 끝나고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며 질문이 들어올 때,
덕분에 관람 잘 했다는 인사를 받을 때...
여기에 같은 취미를 가진 다양한 인연을 만나는 것은 덤이다.
전직 기자, 교사, 사업가 등 내 활동반경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인생 선배들과 도슨트 동기가 된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나이와 경험이 다른만큼, 서로 작품 해석도 달라서 참고가 됐다. 다양한 인생 경험을 들려주신 분들도 있었다.
도슨트는 원하면 바로 할 수 있는 자원봉사는 아니다. 그러나 기회가 생기면 꼭 경험해보길 권한다. 다섯 가지 외에도 열심히 활동하면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주) 이 글은 지금은 문을 닫은 삼성미술관 '플라토(구, 로댕 갤러리)' 도슨트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도슨트 선발 방법이나 운영 세부사항은 미술관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미술에 대한 애정이나 기본 지식을 갖춰야 활동할 수 있는 것은 같다. 본인이 활동하고 싶은 미술관 누리집을 찾아보면 모집 공고나 담당자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