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남자. 큐레이터 5 <시즌1>

시트콤: 루브르에서 놓친 '인문학적 통찰'

by 새벽별노리


4화 시리즈 엔딩 시점


이언은 그녀의 얼굴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손이 그녀의 뺨에 닿자, 파리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온기가 번져왔다. 이군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이언

"그럼... 믿게 해 주면 되죠. 현실에서."

그의 말이 끝나자, 주변의 모든 소리가 아득해졌다.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파리 밤의 고요를 채웠다. 계획에 없던 키스가 이어졌고, 그들의 파리 여행은 이제 완벽한 로맨스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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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루브르에서 놓친 '인문학적 통찰'


그 달콤하고도 비현실적인 밤이 지나고, 지베르니에서 돌아온 다음 날, 이언은 다시 완벽한 '큐레이터' 모드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미리 동선까지 체크해 둔 루브르 박물관 지도가 들려 있었다. 어제 파리의 밤공기 속에서 나눈 뜨거운 키스는 온데간데없다는 듯, 그는 철저하게 이성적인 안내자이자 전문가의 모습이었다.



이언

"루브르는 단 하루 만에 전부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핵심 작품만 완벽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감상해야 합니다. 자, 시작하죠."


이언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그의 첫 번째 목적지는

<밀로의 비너스>였다.


밀로의 비너스

이언은 <밀로의 비너스> 앞에서 멈춰 섰다. 관광객들의 웅성거림 속에서도 그는 평온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밀로의 비너스


이언

"이 조각상은 신비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사라진 두 팔은... 많은 이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선사하죠."


담미는 조각상을 빤히 보더니, 이언의 말을 잘라먹고 혼잣말처럼 말했다.

(완벽해 보이는 아름다움 그 뒤에 불완전한 형태라니..)


담미

“난 왜 저 언니 팔이 어디 갔는지 알 것 같은데?

밀로의 비너스? 딱 봐도 '해외 직구' 잘못한 거야. ‘부속품 누락’으로 배송 와서, 반품하려고 애쓰다가 결국 지쳐서 저렇게 된 거라니까. “



이언은 담미의 엉뚱한 해석에 잠시 굳었다. 그의 완벽한 지식 체계에는 없는 이야기였다.



모나리자

다음은 루브르의 최고 인기 스타, <모나리자>였다.

방탄유리 안에 조그맣게 걸려 있는 작품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앞다투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언은 이 혼잡한 상황 속에서도 그림의 원근법과 스푸마토 기법을 설명하려 노력했다.


이언

"스푸마토 기법은..."

(스푸마토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창안하고 주로 사용한 회화 기법입니다. 이탈리아어로 ‘연기’를 뜻하는 ‘sfumato’에서 유래했으며, 이름처럼 마치 연기나 안개에 싸인 듯 부드럽고 은은한 효과를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담미

“저기 저 아저씨 봐! 사진 찍으려고 몸을 360도로 돌리는데 거의 팽이야!”


담미는 사진 찍기에 열중하는 한 아저씨를 보며 킥킥거렸다.


담미

“아니면...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가, 이 언니가 과거에 엄청난 인싸여서 그런 거 아니야? SNS 팔로워 10만 명쯤 되는...”


이언은 한숨을 쉬는 대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루브르 투어는 여전히 이언이 완벽한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담미의 엉뚱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언은 흔들림 없이 다음 목적지인 이집트 유물 전시실로 향했다.


그들의 발걸음은 <모나리자>의 혼란스러운 인파를 지나, 엄숙한 침묵이 흐르는 이집트 유물관으로 이어졌다. 이언은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기다, 한 조각상 앞에서 멈춰 섰다.



앉아 있는 서기

그가 가리킨 조각상은, 꽤 평범해 보이는 남성이 두 손을 무릎 위에 얹고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다른 조각상들과는 달리, 웅장하거나 비장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이언이 학구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이언

“이것은 기원전 2600년경에 만들어진 <앉아있는 서기>입니다. 왕이나 신이 아닌, 평범한 서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죠. 이는 그 시대에 서기라는 직업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과... 비스듬한 자세는... ”


그가 설명을 이어가려는데, 담미가 조각상 앞으로 껑충 다가섰다. 그녀는 조각상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담미

“저 사람 엄청 힘든가 봐. 저 얼굴은... 딱 마감 직전인데 영감이 안 와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고 현타(현실 자각 타임) 온 얼굴이잖아요.”


이언은 담미의 엉뚱한 해석에 멈칫했다.


담미

“게다가 자세 봐요. 허리랑 어깨랑... 엄청 결릴 것 같은데? 맨날 저렇게 앉아 있었을 거 아니에요? 아마 ‘아, 진짜... 내일은 작가 때려치우고 다른 일이나 해볼까’ 이런 생각도 했을걸요?”


담미는 조각상을 보며 진지하게 혼잣말을 했다.


담미

”저는 저 마음 너무 잘 알거든요. 저도 저렇게 마감 기다리다 굳어버릴 것 같다고요. “


이언은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녀의 해석에 잠시 멍해졌다. 이집트 시대의 서기와 현대 시트콤 작가가 시대를 초월한 직업의 고충으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이언은 끝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 웃고 말았다.

그의 완벽한 루브르 투어는 이미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동시에 그가 큐레이터로서 평생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얻고 있었다.


그는 담미가 보는 세상이 훨씬 더 흥미롭고, 재치 있고, 인간적인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언

“맞네요. 큐레이터로서, 가장 중요한 예술을 놓치고 있었네요."


그의 대답에 담미는 활짝 웃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그날, 그 두 사람만의 완벽한 시트콤 무대가 되었다.


<밀로의 비너스>와 <앉아있는 서기>를 지나, 그들은 그리스·로마 유물 전시실 깊숙이 들어섰다. 이언은 그의 완벽한 동선에 따라 다음 작품인 <미의 세 여신> 조각상 앞에 섰다. 나란히 서서 서로의 몸을 감싸 안고 있는 세 여인의 조각상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이언은 진지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이언

“이 조각상은 ‘아글라이아’, ‘에우프로쉬네’, ‘탈리아'라는 세 명의 미의 여신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각각 '아름다움', '기쁨', '환희'를 상징하죠. 그 시대에 이상적으로 여겨지던 '미'와 '우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던 담미가 조각상 앞으로 바싹 다가섰다.

그녀는 여신들의 자세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담미

“큐레이터님, 저는 저 언니들이 '절친'인 것 같지가 않은데요?"

이언은 담미의 엉뚱한 해석에 멈칫했다.


이언

“그게 무슨…. “


담미

“봐봐요. 맨 왼쪽 언니는 팔짱을 끼고 딱 붙어있는데, 가운데 언니는 등을 돌리고 있잖아요. 시트콤으로 따지면, 가운데 언니가 가장 예쁜데 양옆에 있는 언니들이 자기 인스타그램에만 예쁘게 나온 사진 올린 거 알고 삐져서 저러고 있는 거라니까요?"


담미는 조각상을 보며 혼자만의 스토리를 이어나갔다.


담미

“아니면... 셋이 같이 소개팅을 나갔는데, 맘에 드는 남자랑 이어져서 기분 좋았던 왼쪽 언니가 '우리 다음 주에도 만날래?'하고 말하자, 속으로 '얘네 진짜 눈치 없다'라고 생각하며 혼자 조용히 등을 돌리고 있는 거예요. “


담미는 진심으로 아쉬워하며 덧붙였다.



담미

"셋이 같이 있으면 늘 이런 시트콤 같은 일이 벌어지는 법이거든요."


이언은 그녀의 기발한 해석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다른 관광객들은 고요하게 작품을 감상했지만, 그의 눈에는 조각상들이 더 이상 차가운 대리석 덩어리가 아니었다. 담미의 말대로, 그들의 눈에는 복잡한 인간관계가 보였고, 질투와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 친구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언은 자신도 모르게 담미의 시트콤에 빠져들고 있었다.



베르니니

그리스-로마 유물관을 지나, 이언은 루브르 박물관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위해 안토니오 카노바의 작품으로 담미를 이끌었다.



큐피트의 키스로 되살아난 프시케


이언

“흠, 작품 묘사를 볼까요?

그리스 신화의 ’ 사랑의 신 큐피드‘와 ’ 인간 여인 프시케‘가 금지된 사랑 끝에 재회하는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큐피드가 죽은 듯 누워있는 프시케를 키스로 되살리는 드라마틱하고 관능적인 장면을, 대리석이라는 차가운 재료로 놀랍도록 부드럽고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기타 카노바 관련 작품으로는

카노바는 초상 흉상이나 다른 신화 주제의 조각도 다수 제작했으며, 루브르 박물관 컬렉션에는 그의 다른 주요 작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리스 (Paris): 그리스 신화 속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를 묘사한 대리석상입니다. (이외에도 카노바는 여러 조각의 파리스 상을 만들었습니다.)


•테르프시코레 (Terpsichore): 그리스 신화의 아홉 무사(Muses) 중 춤과 합창의 무사 테르프시코레를 묘사한 조각상도 루브르에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이언은 웅장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의 손이 가리킨 곳에는 ‘큐피드의 키스로 되살아난 프시케’가 보였다. 담미는 조각상을 빤히 보더니, 이언의 말을 잘라먹고 혼잣말처럼 말했다.


담미

“좋아, 프시케를 멋지게 들어 올리는 큐피드 자세. (끙- 하고 허리를 삐끗하며) 아... 안 되겠다. 저건 운동 3년 차 헬창만 가능한 자세네. 역시 사랑은 근력이야, 재력이 아니라.”


이언은 담미의 엉뚱한 해석에 멈칫했다.

(연달아 현실을 한탄하며 혼잣말을 이어나가는 담미)


담미

“와, 나는 연애하면서 남자친구한테 '일어나!' 소리만 들었는데... 이놈의 큐피드는 죽은 여자도 키스 한 방으로 살려내네. 로맨스의 기준이 너무 높잖아! 야, (관람객에게) 우리 연애 대본은 누가 썼냐? 작가 나와!”


담미는 조각상을 보며 진지하게 혼잣말을 했다.


담미

“아니, 프시케 저 여자는 눈치도 없어? 큐피드가 목숨 걸고 살려줬으면 벌떡 일어나서 감사하다고 해야지, 왜 저렇게 눕방(누워서 방송) 자세로 포즈만 잡고 있냐고! 그림이 되니까 봐준다, 진짜.”


이언은 그녀의 기발한 해석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그는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녀의 해석에 멍해졌다. 그는 담미가 보는 세상이 훨씬 더 흥미롭고, 재치 있고, 인간적인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완벽한 큐레이터가 아니었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그는 그저 '남자 주인공'일뿐이었다.



마침내 투어를 마친 그들은 루브르 박물관 중앙의 유리 피라미드 아래에 섰다. 이언은 혼란스럽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이언

“허담미 작가님, 저는 오늘 루브르의 완벽한 예술품들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실패했네요. 작가님은 작품보다 사람에 더 관심이 많으시니.”


담미는 고개를 저었다.


담미

“큐레이터님, 예술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에요. 작품을 봐도 사람 냄새가 나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제가 옳게 본 거예요.”

그녀의 말에 이언은 피식 웃었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더 이상 완벽한 예술품이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인파 속에서 빛나고 있는 유리 피라미드와, 그 아래서 자신을 바라보는 담미의 반짝이는 눈이었다.


이언

“맞네요. 큐레이터로서, 가장 중요한 예술을 놓치고 있었네요."



그의 대답에 담미는 활짝 웃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그날, 그 두 사람만의 완벽한 시트콤 무대가 되었다.


루브르 투어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는 길, 이언은 담미에게 문득 말을 꺼낸다.


이언은 진지한 표정으로 큐레이터로서 모나리자를 다시 해석한다.


이언

"담미씨, 오늘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를 다시 봤는데, 사실 제가 놓친 게 하나 있었습니다."


담미

"네? 뭘요?"


이언

"모나리자가 왜 그렇게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것 같더군요."


담미

“왜요?”


이언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내가 이걸 어떻게 다 찍어주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을 겁니다.”


(담미와 이언은 서로를 보며 웃는다.)


“하하하” “오~ 에헤헤”


(이언이 이제 담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그가 얼마나 변했는지 웃음과 함께 전달된다.)




다음 이야기, 6회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연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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