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남자. 큐레이터 6 <시즌1>

시트콤: 큐레이터의 완벽한 캔버스, 에트르타

by 새벽별노리



마지막 공식적인 연수 프로그램이 끝난 파리의 아침,

이언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더 이상 빽빽한 일정이 담긴 종이가 없었다. 그 대신, 담미가 그를 이끌고 있었다.


담미

"큐레이터님, 오늘부터는 제 시트콤 특별판 촬영입니다."


담미는 캐리어에서 며칠 더 묵을 짐을 꺼내며 말했다.

이언이 웃으며 그녀의 엉뚱한 계획을 기다렸다.


이언

"어디로 갈 건데요?"


담미

"제가 예전에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정말 좋아하는 곳이 있었어요. 모네가 그린 또 다른 바다. 우리 거기에 한 번 가 봐요."


담미의 제안에 이언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더 이상 이성적인 이유를 묻지 않고,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나섰다.



담미

“자, 오늘은 제가 모십니다. 오르시죠.”

(호텔 앞, 리스해 둔 차가 대기 중이다.)

그들은 미리 렌트해 둔 작은 차를 몰고 파리의 중심부를 벗어났다.


이언

“이건 예상 못했는데요?! 담미씨! “

(놀라워하는 눈빛으로 담미를 바라본다.)



[에트르타의 첫인상]

담미는 도착 하자마자 신이 나서 외쳤다.


담미

"봐요, 큐레이터님! 저기! 우리를 위해 온 아이스크림 차예요!"


실제로 해변으로 가는 길목에는 빨간색 아이스크림 차량이 서 있었다. 이언은 고개를 저으면서도 담미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서 한 입 베어 물었다. 그의 완벽한 계획에 없던, 아주 달콤하고 소소한 일탈이었다.

그들은 모래가 가득한 해변을 걸었다. 바람이 모래 위를 굴러가는 소리는 마치 세상의 모든 근심을 씻어내는 듯 평화로웠다. 저 멀리, 거대한 코끼리 절벽과 아치형의 바위가 위풍당당하게 펼쳐져 있었다.



담미

“모네는 정말... 시간마다 이 절벽에 왔대요. 같은 그림인데, 빛이 달라지니 색이 완전히 바뀌잖아요. 이 아름다움처럼, 우리도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을지 몰라요. 내 마음도, 생각도, 지독한 고집마저도... 저 구름처럼, 자연스럽게, 유연하게 흘러가겠죠?”


담미는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담미

“이제 큐레이터님이 직접 모네가 되어볼 시간이에요."


그들은 해변 끝까지 걸어갔다. 담미는 익숙한 듯 작은 동굴을 가리켰다.


담미

"저기예요! 저 동굴을 지나서 반대편으로 넘어가야 돼요."


이언은 담미를 따라 동굴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그의 단단한 몸이 바위에 쓸리는 순간, 그는 예전의 완벽한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굴을 빠져나오자, 눈앞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코끼리 절벽의 웅장한 모습이 펼쳐졌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하늘은 분홍빛과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담미는 이언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담미

"자, 큐레이터님.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주세요."


이언은 셔터를 누르려다 멈췄다. 그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풍경보다 그녀의 얼굴이 더 아름답게 들어왔다.


이언

"담미씨, 왜 저를 여기로 데려온 겁니까?"

담미는 석양을 배경으로 서 있는 이언을 보며 말했다.


담미

"이언 씨에게는 파리에서 배운 게 너무 완벽한 미술관의 미술품뿐인 것 같아서요. 예술은 원래 이렇게, 계획에 없이 찾아와서 불완전한 모습으로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담미의 말에 이언은 옅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들의 모습은 석양을 배경으로 한 폭의 완벽한 그림이 되었다. 그들이 함께라면, 어떤 불완전함도 가장 완벽한 예술이 될 것 같았다.


(코끼리 절벽에서 쪼개지는 바다물결이 절벽과 자갈에 부딪혀 소리를 낸다.)


그들은 반대편 절벽으로 걸었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언덕 위에는 수많은 하얀 바람개비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석양을 뒤로하고 언덕으로 올라서자,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바람개비들이 나타났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바람개비들은 마치 파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사랑을 축복해 주는 것처럼 보였다.


담미

"바람개비는 바람이 불어야만 돌아가잖아요. 저기 보세요, 바람이 불고 있어요. 이언 씨."


담미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언은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의 손이 담미의 손을 감쌌다.


이언

"그래요. 이제 우리에게는... 계획에 없는 바람이 불어오고 있네요."


두 사람은 파리로 돌아와 그동안 완벽하게 계획된 일정에 쫓겨서 한 템포 느리게 걸어보지 못했던 곳( 센강 유람선, 몽마르트르 언덕 등)을 아무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둘러본다. 이언은 담미의 '계획 없이' 짜는 일정이 얼마나 낭만적인지 깨닫고, 그녀는 그런 이언의 변화에 감동한다.



에트르타에서의 감동적인 석양을 뒤로하고 파리로 돌아온 밤, 두 사람은 센강변을 따라 조용히 걸었다. 이언의 손에는 지도가 없었고, 담미의 손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그저 서로의 손을 잡은 채, 강물에 비치는 가로등 불빛을 바라볼 뿐이었다. 잔잔한 강물처럼, 그들의 마음속에는 평화로운 고요함이 내려앉아 있었다.


담미

“이언 씨, 이 찬란한 낭만의 도시, 파리를 우리만의 언어로 더욱 선명하게 채워보면 어때요?”


담미가 말했다.

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계획 없는 발걸음이 이제는 가장 완벽한 길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사크레쾨르, 파리의 파노라마

그들은 다시 한번 몽마르트르 언덕을 올랐다. 가파른 계단을 한참 동안 오르자, 마침내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는 잊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흐린 하늘 아래, 무채색의 파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도시를 가득 메운 회색빛 지붕들은 서로 겹쳐져 끝없이 이어졌고, 그 사이로 가느다란 가로등 불빛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맑은 날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그 풍경은 어떤 그림보다도 진실하고 깊은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담미가 이언을 보며 말했다.


담미

“제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에요. 맑은 날의 파리는 그냥 예쁜 그림인데, 이렇게 흐린 날의 파리는... 완벽하지 않아서 더 아름답죠. 마치 사람의 불완전함처럼요."


이언은 담미의 깊어진 눈을 바라봤다. 그동안 자신이 완벽함을 추구하며 놓쳐왔던 진짜 아름다움이, 바로 그녀가 말하는 불완전함의 미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의 큐레이터 지식으로는 절대 알 수 없었던, 가장 중요한 예술을 마주하고 있었다.



파리 시내의 소소한 일탈

언덕을 내려오는 길, 그들은 좁은 골목들을 거닐었다. 은은한 조명을 파는 가게, 작은 옷가게, 그리고 갓 구운 빵 냄새가 진동하는 빵집을 지나쳤다. 활기찬 거리의 풍경은 왠지 모르게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저 멀리 풍차가 돌아가는 물랑루주를 지나,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한 가라오케 바에서의 얼마 전, 추억을 상기시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고 서툰 솜씨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엉터리 가수로 변해 즐기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완벽한 시트콤이었다.


이언은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동안 완벽한 예술작품 속에서만 아름다움을 찾으려 했지만, 가장 날것의, 불완전한 예술이 사람들의 노래와 웃음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밤, 그들의 파리 여행은 가장 완벽한 불완전함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들은 비로소 자신들만의 시트콤을 완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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