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_ 서로의 오점을 큐레이션하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서로의 약점을 껴안고 보듬어주는 진정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유쾌함 뒤에 서로를 향한 존중과 신뢰, 그리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따뜻한 시선이 비로소 '가장 완벽한 오점'이라는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서로의 불완전함을 건드리지 않고, 침범하지 않으며, 조용히 지켜주는 것.
작가의 '창조적 혼돈'을 존중하는 법
존중과 경계성.
담미의 아파트. 토요일 오후
이언은 담미의 집에 처음으로 이사 오게 됩니다. 담미의 집은 그의 완벽한 갤러리처럼 정돈된 공간이 아닙니다. 책과 소품들이 뒤섞여 있고, 대본 초안들이 넓은 책상 위에 자유롭게 널려 있죠. 이언은 이 모든 것을 보고 정돈하려는 본능적인 충동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그는 담미의 창작의 과정이며, 이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의 '완벽주의'를 억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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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미의 아파트 문이 열리고, 이언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거실 바닥에는 대본 초안들이 종이 눈처럼 흩어져 있고, 소파는 온갖 쿠션과 담요에 파묻혀 있다. 책들은 쌓아 올린 탑처럼 위태롭게 서 있고, 그 옆에는 먹다 만 빵 봉투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언
하하하, 방금 누가 왔다간 것은 아니죠?
(조심스럽게 바닥을 걷는다)
작가님... 이곳은... '전쟁터'라는 콘셉트의 설치 미술인가요?
자유로운 이 분위기가 일상을 즐겁게 만드는군요.
이언은 널브러진 물건들 위로 조심스럽게 걸어 다니고, 담미의 책상 위 엉망진창인 종이 더미 옆에 조용히 커피를 놓아둡니다. 담미는 이언의 배려를 눈치채고, 그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서로의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도, 가장 깊숙이 스며드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담미
(노트북을 든 채 소파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그를 반긴다)
이언 씨, 여기에요! 이언 씨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에피소드 하나를 더 썼더니. 영감이 폭발해서 말이죠!
이언은 담미의 옆에 앉으려다 소파 위에 놓인 알 수 없는 물건들 때문에 잠시 멈칫한다. 그는 조심스럽게 물건들을 치워 자리를 만들려 한다.
담미
이래도 다 규칙이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랍니다. 저 사선으로 미끄러지듯 놓여진 갱지색의 대본은 이미 수정이 완료된것. 그리고 중앙 옆으로 녹색펜과 함께 놓여져 있는 뭉치는 수정중인 대본들이고, 벽에 붙어 있는 포스트 잇 뒤로 붙은 것들은 이미지 작업 중인 것들이에요. 어, 그리고...(담미는 씨익 하고 웃는다)
(웃으며)
이언씨, 혹시 이 공간을 갤러리처럼 만들고 싶은 건가요?
이언
(고개를 젓는다)
아뇨. 작가님. 오해 마세요. 저는 그저... 제 안전을 확보하려는 것뿐입니다.
이언은 겨우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의 몸은 긴장되어 있지만, 그는 애써 태연한 척 미소 짓는다. 담미는 그런 이언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본다.
담미
이언 씨, 여기는 나의 '생각의 쓰레기통'이에요. 완벽하게 정돈된 공간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거든요. 내 영감은 항상 이렇게 엉망진창인 곳에서 탄생해요.
이언은 말없이 담미의 손에 묻은 펜 자국을 닦아주려다, 문득 손을 멈춘다. 담미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한다.
담미
이언 씨... 혹시 내가 내 약점도 말해줄까요? 나는 이렇게 엉망진창인 게 가끔은 불안해지기도 해요.
이언
(진지하게)
작가님, 괜찮습니다. 그 약점은 제가 건드리지 않을게요.
이언은 담미의 곁에 놓인 컵을 바라본다. 컵 받침도 없이 덩그러니 놓인 컵. 그는 자신의 재킷 주머니에서 미리 챙겨온 종이컵 받침을 꺼내, 컵 아래에 조심스럽게 놓아준다. 담미는 그런 그의 모습에 픽 웃음을 터뜨린다.
담미
이언 씨, 방금 제 인생을 큐레이션해 준 건가요?
이언
(미소를 지으며)
네. 완벽한 큐레이터는 작품을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보조 도구만 제공하는 법이니까요.
담미는 그의 팔에 기대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서로의 약점을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그 약점을 보듬어주는 것.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