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남자, 큐레이터 2_8

에피소드 8_ 완벽한 오점의 결혼식

by 새벽별노리

이언의 집을 '그들만의 공간'으로 함께 꾸미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것은 질서와 혼돈의 아름다운 충돌이었다. 이언은 큐레이터적 시선으로 모든 가구와 소품의 배치를 완벽한 각도에 맞추려 했으나, 담미는 파리에서 건너온 낡은 기념품과 엉뚱한 물건들을 늘어놓으며 새로운 인테리어를 제안했다. 낡은 의자를 '빈티지 아트'라 부르고, 엉망진창인 책장을 '창조적 혼돈의 설치물'이라 명명하는 담미의 엉뚱한 명분 앞에서 이언의 완벽주의는 기분 좋게 무너졌다. 결국 두 사람은 담미의 혼돈 위에 이언의 완벽한 질서를 더해, 웃음과 사랑이 가득한 그들만의 특별한 보금자리를 완성해 나갔다.


이러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절정에 달해 준비한 결혼식 또한 한 편의 예술 작품과 시트콤 사이를 유영했다. 이언은 직업적 본능을 발휘해 모든 것이 기획된 완벽한 웨딩을 꿈꿨지만, 담미는 인생의 맛을 길들이는 것은 결국 예측 불가능한 소동이라 믿었다. 이언이 청첩장의 폰트와 조명 각도를 고민할 때, 담미는 그들의 첫 만남이었던 '빵 부스러기' 그림을 넣자고 제안하며 이언의 정교한 계획에 '완벽한 오점'들을 새겨 넣었다.


결혼식 날은 분주하고도 소박했다.

여성스러운 담미의 외형이 드러난 실루엣의 미니멀한 드레스와 이언의 남자다운 태도에서 드러나는 가늘고 긴 실루엣이 둘의 조화를 감싸 안았다. 머리를 심플하게 위로 올린 그녀의 목선 아래로 작은 진주 귀걸이가 빛을 발했고, 빛이 날 정도로 촉촉하게 달아오른 피부 속 광채가 이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부 입장의 순간, 담미는 조신하게 이언의 팔짱을 끼는 대신 오랜 동료를 대하듯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장난스러운 윙크를 건넸다. 이언은 짐짓 엄숙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이내 그녀의 보조개 속으로 무장해제된 채 나직이 속삭였다.

“사랑해요.”

지인들만 초대된 이 자리는 담미가 꿈꿔온 사랑의 세레나데였다. 촉촉하고 은밀한 둘의 순수한 감정의 고백은 보고 싶은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의 과정을 담는 깨달음의 과정이었다. 둘의 표정은 윤슬처럼 빛났고 하객들은 이 향기로운 축제에 기꺼이 그들의 온도를 나누었다. 잔디밭의 풀들은 갓 일어난 아이들의 모습처럼 뽀송하게 바람에 부들거렸다.


미니멀한 드레스 아래로 한껏 신이 난 담미의 총총거리는 발걸음이 풀들 사이로 반짝였다. 담미는 하객을 응대하는 분주한 순간에도 이언과의 눈빛을 유지했다. 그리고 이언의 손을 잡고 마이크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작가답게 준비한 글을 읽어 내려갔다.


담미

"우리의 지나칠 수도 있었던 평범한 한때에, 저와의 만남에 용기 내어 주었던 이언 씨와의 인연은 서로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우정적인 여자가 되어 함께 할 우리들의 길을 존중하면서, 태초에 그대로 왔던 그 순수한 마음을 담아 두 손을 잡았습니다. 우리의 젊음, 연애의 기록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약속이 될 것입니다."


반지를 교환하는 순간, 화면에는 이언이 준비한 화려한 영상 대신 그들의 시작이었던 '빵 부스러기' 사진이 띄워졌다. 순간, 객석에 앉아 있던 이언의 예술계 동료들과 엄격한 인사들이 술렁였다. "이것은 일상의 해체인가?", "빵 부스러기를 통한 미니멀리즘의 극치군"이라며 진지하게 학술적 토론을 벌이는 하객들의 엉뚱한 반응에 담미는 이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식장에는 파리의 지하철에서 길을 잃었을 때 불렀던 정체불명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하객들은 결국 참았던 폭소를 터뜨렸다. 이언은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이것이야말로 담미가 선물한 '완벽한 오점'임을 깨달았다. 가장 아름다운 예술은 계획대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흐트러지는 과정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말이다.

양가 부모님과 하객들이 "잘 살아, 사랑해!"를 외치는 축복 속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보폭을 맞추며 행진했다. 이언은 담미의 손을 더욱 꽉 쥐며 화답했다.


이언

"사랑해요, 허담미 씨.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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