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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May 27. 2019

Prologue

#1 어쩌다가 '강남수향'


 중국, 두 번의 첫인상  

  

칭다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낯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었던 6년 전 가을, 서 있을 곳이 없을 정도로 담배를 피워대는 사람들로 인해 괴로워서 이리저리 피해 다녔던 중국에서의 첫인상을 잊지 못한다.   

  

그로부터 몇 년 전, 중국에서의 진정한 첫인상은 더욱 강렬했다. 파키스탄에서 중국 신장 카스를 거쳐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가기 위해 들렀던 중국 신장성 타슈쿠르간Tashkurgan 국경 출입국사무소에서의 일이다. 오지에 있지만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지은 것처럼 출입국 사무실은 제법 깨끗해 보였다. 실제로 내가 중국 땅을 밟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화장실을 다녀온 옆지기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막 일어서는 나를 막무가내로 막아선다. 무조건 가지 말라는 그를 빤히 쳐다보니 못 볼 것을 다 볼 수 있는 자신도 못 들어갔다고 하면서, 이렇게 번듯한 건물에 있는 화장실을 지구에서 최고로 더러운 화장실로 만들었다면서, 마치 자신이 중국인처럼 중국인 얼굴에 먹칠을 했다면서 직무유기라며 출입국관리소장 욕을 해댄다. 어쩔 수 없이 자연 화장실을 다녀온 내게 전해준 화장실 풍경은 그냥 상상의 냄새까지 더해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다.    

 

문화혁명이 휩쓸었지만 중국땅에는 아직도 전통마을이 많이 남아있다. 부러운 것 중의 하나


그렇지만 두 번의 쌉쌀한 첫인상에도 중국 땅을 밟는 시간은 점점 더해만 갔다. 갈 때마다 달라지는 중국의 여행 인프라는 너무 빠르게 변화한다. 오지까지 뻗어있는 고속철도는 기본이며 도시의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비는 싸고 깨끗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차야 출발했던 시외버스는(물론 지역마다 다를 것이다) 이 번에 타보니 몇 사람 타고 있지 않아도 정확하게 출발한다.    

 

매우 저렴했던 음식 값은 날이 갈수록 비싸지는 편이지만 종류도 다양해져서 선택의 폭이 더 많아졌다. 오지를 제외하고 화장실은 깨끗한 편이며 게다가 숙소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하다.


거리는 깨끗하고 조용한 편이다(청두, 쿤밍, 구이양, 난닝, 쑤저우, 항저우 등). 소음의 주범인 오토바이는 대부분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물청소차가 물을 뿌리고 바닥을 닦으며 도심을 청소하고 다니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요즘은 서울도 물청소차가 거리를 청소하긴 하지만 이렇게 자주 모습을 보이진 않는다. 한국에서 미세먼지 수치만 높으면 중국이 원망스러웠는데(언론에 의하면 베이징 근처에서 중국의 동쪽 지역 또는 허난성河南省으로 이주한 공장들이 문제라고도 한다)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입장료가 매우 비싼편이지만 중국인들도 똑같이 받으니 그 부분에 관해서는 할말이 없다. 지금도 가끔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담배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지만 예전처럼 길에서 피우는 담배냄새를 피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는 않는다. 풍경구를 들어가기 위해 가끔 타게 되는 빵차의 횡포도 이젠 추억이 되어버렸다.(없어진 것은 아니다) 기차역이나 지하철에서까지 하는 잦은 보안 검색은 이들이 정해 놓은 것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것도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시스템에 적응이 되었는지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오히려 우리보다 너무 발전해버린 부분도 있으니(사회주의 행정에 의해 빠른 정착이 가능했으며, 다양성이 무시된 폐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나는 웨이신페이나 알리페이 등 큐알코드로 현금 없이 전국 어디에서나 휴대폰만 있으면 결재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제로페이와 같은 제도가 중국에서는 길거리 음식 판매대에서도 아주 간편하게 사용한다. 우전乌镇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기 위해 줄을 섰는데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현금을 안 받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두 번째는 택시 제도이다. 이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해외의 우버나 그랩, 한국의 카카오 택시 같은 띠띠추싱어플을 위쳇과 연결해 사용한다. 작년 10월에 중국을 다녀왔으니 5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어서 순전히 지도 data를 위해 한국에 비해 너무 저렴한 중국 유심을 넣을까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쳤다. 7박 8일은 길지 않은 기간이었으며 평소에 주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용하는 가오더高德지도는 오프라인에서도 훌륭하게 잘 작동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막상 택시가 필요하니(호텔이나 기차역 등을 제외하고는) 중국 유심 없이 택시를 이용하기가 힘들었다. 호텔에서 부르거나 주위에 있는 경찰이나 친절한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지만 말이다.   

 

한국에 돌아와 띠띠추싱滴滴出行을 검색했더니 영어로 된 어플이 나와 있다. 원래 깔려있던 중국어판 띠띠추싱을 없애고 글로벌띠띠추싱을 다시 받았다. 아직 이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해외여행자들을 위해 만들었다면 중국 유심 없이도 가능한 어플로 만들지 않았을까.   

  

어쩌다가 ‘강남수향’


중국 여행을 시작한 처음에는 3년 정도만 돌면 중국은 웬만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말도 안 되는 오산이었다. 쓰촨四川과 티베트 자치주, 윈난雲南 성, 간쑤甘肅 성과 칭하이靑海 성, 광시좡족廣西壯族 자치구 등 놀랍도록 스펙터클하며 아름다운 대자연과 어우러진 사람들, 각 민족의 역사와 문화는 서울로 돌아간 내 발길을 다시 잡아 이끌었다.      

 

장시성 유채꽃마을에서, 지나가는 길에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미소까지 지어준다.

  

장쑤 성江苏省과 저장 성浙江省 그리고 상하이上海는 너무나 가까워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미뤄둔 곳이지만, 어쩌다가 항저우杭州를 가게 되었다. 간 김에 가벼운 마음으로 7박 8일이면 강남수향의 면모를 어느 정도는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이 생각 역시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쑤저우나 항저우는 지나간 역사만큼이나 볼 것들이 많은 곳이다. 충분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짧은 일정이다. 많은 것을 보는 것보다 각 도시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된 쑤저우의 원림园林과 항저우의 시후西湖만은 제대로 보고 싶었다.    

 

항저우에서 쑤저우로 이동한 첫날은 동네 산책 정도로 편한 시간을 보냈으며 여행 둘째 날은 쑤저우 교외에 있는 수향 마을 통리同里를 다녀와서 오후에 호텔 근처에 있는 원림인 창랑정과 망사원을 다녀왔다. 망사원은 쑤저우에 도착한 날 늦은 오후,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다녀왔었다. 영국 BBC 촬영 팀에 밀려 30분이나 일찍 나왔지만, 처음 만난 중국 원림은 생각 없이 왔다가 깜짝 놀랄 만큼 내 머릿속에 보석처럼 각인되었다.   

  

 둘째 날 일정


셋째 날은 쑤저우苏州의 대표적인 원림인 졸정원과 사자림, 유원과 핑장루를 거쳐 쑤저우박물관을 돌았다. 졸정원은 비교하기 힘든 자연스러운 공간감으로 풍광에 여유 있게 하나가 되었으며, 사자림의 태호석은 특별했고, 특히 청대에 쑤저우 원림의 장점을 모아 조성한 유원은 졸정원보다 인공적이지만 아름다웠다.   

셋째 날 일정


넷째 날은 반문 고성을 돌아보았다. 오전에 반문 고성을 보고 쑤저우 역 근처에 있는 북터미널苏州汽车北站(북광장버스터미널 오른쪽)에서 버스를 타고 저장성 수향 마을 시탕西塘으로 향했다. 시탕에 도착하자마자 내린 비는 세상에 이럴 수가, 비 내리는 한적한 오후의 시탕은 내가 중국 수향 마을에 빠진 이유가 되어버렸다.

  

넷째 날 일정


시탕西塘


다섯째 날은 이른 아침부터 시탕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저장성의 다른 수향 마을인 우전乌镇으로 향했다. 많은 이들이 찬양하는 우전 시짜西栅마을의 아름다움은 익히 들었던 터여서 시탕보다 더 기대했던 곳이지만 오후에 도착한 우전 시짜西栅마을은 내게 인공적인 리조트에 불과했다. 사람마다 보는 눈과 취향은 너무 다르다.  

  

여섯 째날 일찍 찾은 우전 동짜東栅마을는 전날 시짜西栅에서 받은 상실감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버스로 항저우에 도착했다. 일곱째 날, 마치 집에 돌아온 것처럼 지냈던 항저우에서의 2박 3일은 시후西湖 주위를 맴돌며 지냈다.   

  

수향 마을을 다녀온 지 한 달, 지도안의 중국 강남지역에는 가야 할 곳을 표시해놓은 별표가 빼곡하다. 그나저나 비행기 표 값이 비싸지 않아 다행이다.


우전 시짜西栅
우전 동짜東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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