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페루, 태평양을 바라보며 – 미라플로레스
LA에서도 9시간, 먼 길 리마 Lima로 들어왔다. 인천공항을 떠난 지 하루 이상이 지났나 보다. 밤 10시가 조금 넘어 리마의 Jorge Chavez 공항에 도착, 기대와 들뜬 마음으로 낯선 도시의 냄새를 들이 마신다. 인적이 드문 어두운 리마의 밤거리를 택시를 타고 센트로에 있는 호텔로 향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Quanto Tiempo a Hotel?" 하고 물었더니 5분 정도 더 가면 호텔이란다. 태어나서 처음 써 보는 스페인어가 통한다. 하하
총독의 도시 리마
체 게바라가 '총독의 도시 The city of the viceroys'라 불렀던 리마에 왔다. 호텔과 항공사 사무실, 환전소 등이 모여 있는 산 마르틴 광장에서 환전을 하고, 센트로의 중심축인 라 우니온 거리를 따라 걸으니 많은 사람들이 리마에 와서 여행을 시작한다는 아르마스 광장 Plaza de Armas이 나온다.
1535년 프란시스꼬 삐사로는 꾸스꼬에서 교역이 용이한 리마로 수도를 옮긴다. 과연 광장 주위에는 식민시대의 옛 건물들이 즐비하다. 볼 것이 많은 곳이어서인지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 선생님을 따라 야외 수업을 하는 학생들, 뭔가를 외치며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군중들, 주위의 떠들썩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데이트에 열중하는 연인들, 엄마 아빠 손을 붙들고 산책을 나온 아이들, 여기저기 눈에 자주 띄는 경찰들, 그러고 보니 여자 경찰의 유니폼이 멋지다.
피사로가 초석을 세웠다는 대성당을 보고 나오니 대통령궁 앞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들더니 뭔가를 기다리는 눈치다. 시간을 보니 12시, 아마도 위병들의 교대식을 기다리나 보다. 페루인들 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행객에겐 있는 게 시간뿐이니 웬 호사!
12시에서 30분간 펼쳐지는 위병 교대식은 가히 정오의 음악회이다. 빨강과 파란색의 복장이 돋보이는 근위병들의 화려한 행진과 음악교대식은 어찌됐든 대통령과 국민들의 친근함을 과시하는 계획된 제스처로도 보이지만 그들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이 나빠 보이지 않는다.
연주에 따라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이 나와서 조금은 수줍은 듯, 진지하게 능숙한 스탭을 밟으며 춤을 춘다. 어쨌든 경직된 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사소하지만 부러운 풍경이다.
대통령궁 좌우측으로 볼만한 곳들은 위치를 하고 있어 웬만한 곳은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대통령궁의 오른쪽에 위치한 산또 도밍고 교회 Iglesia y Convento de Santo Domingo 뒤에 있는 수도원은 전형적인 스페인 건축양식을 보여주는데 아줄레주 Azulejos로 불리는 스페인산 청색 타일이 인상적이다.
수많은 유골들이 가득한 지하묘지로 유명한 산 프란시스꼬 교회 Iglesia y Convento de San Francisco를 보고 난 후엔 한바탕 비둘기들과 놀아 주는 것으로 우울한 기분을 털어 내었다. 식민지의 유뮬로 가득한 센트로는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볼거리들로 차 있다. 하지만 이것도 리마의 얼굴인 것을..
프란시스꼬 교회 앞에 마추픽추란 레스토랑 상호가 눈에 들어온다.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그 지역의 음식을 즐기는 것이다. 쇠고기 야채볶음은 양이 많고 맛있으나 새로운 것을 맛보는 즐거움에 기대를 했던 세비체는 향신료 때문인 듯 살짝 거북했다. 코카콜라도 맥을 못 추었다는 잉카콜라는 완전 접수.
라 우니온 거리를 중심으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루 종일 쏘다니다가 저녁나절엔 세계에서 가장 큰 분수공원으로 향했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분수공원 Parque de la Reserva의 분수 쇼는 오후 7시부터 매 시간마다 쇼가 시작되어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으로 다양한 형태의 멋진 쇼를 보여 준다. 가족과 연인들, 리마 시민들에겐 특별한 휴식처임엔 분명한 듯 추운 겨울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쇼를 즐긴다.
태평양을 바라보며 – 미라플로레스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씨였지만 절벽에서 아름다운 태평양이 보이는 해안으로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미라 플로레스 지역으로 향했다. 심하게 내리는 비가 아니어서 혹시나 했건만 오늘은 꽝이다.
미라풀로레스 지역의 해안은 공원과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어 태평양을 바라보면서 걷기가 좋다. 걷다 보면 사랑의 공원 Parque de Amor이나 전망이 좋은 대형 쇼핑몰인 라르꼬마르 Larcomar 등이 나타난다.
걷다 보니 대부분의 자동차들에는 페루 국기를 걸어 운행하고 있고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들 틈에서 “비바 페루!”를 외치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알고 보니 오늘이 7월 22일이니 독립기념주간의 전 주이다. 페루의 독립기념일은 7월 28일, 28일이 낀 주를 통째로 쉬며 즐긴다고 한다.
라르꼬 에레라 박물관 Museo Rafael Larco Herrera을 찾아가니 어렵게 찾아온 박물관은 휴무로 문을 닫았는데 웅성웅성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 Viva Peru!"를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독립기념일 행사를 하거나, 정치적인 집회가 열리고 있나 보다.
넓은 뜰의 한편에는 장이 서 있다. 아주 헛걸음 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시장보다 더 좋은 구경이 어디 있으랴. 햄과 치즈, 꿀, 방금 구운 빵과 과자, 갖가지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은 눈에 익은 것들도 있지만 생소한 농산물들이 더 많다. 잉카는 세계 농산물의 고향인 것을.
내일은 아마존의 도시 이키토스로 들어가야 하니 오늘은 박물관을 꼭 가야만 했다. 혹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가는 것을 따분해하기도 하지만 그 지역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는 것은 가장 빨리 그 곳의 문화와 역사를 파악하는 길이기도 하다.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려 박물관에 도착했다.
페루 국립 박물관 Museo de la Naciőn은 입구부터 거대한 현대적 건축미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워낙 넓다 보니 여유 있게 공간을 배치해서 시야가 편하다. 대부분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는 격조 있는 분위기의 카페나 레스토랑이 있어 착한 가격과 맛으로 여행객을 잡아당긴다. 지친 발걸음으로 피곤하거나 때가 되어 출출하다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카페나 레스토랑을 찾아보자.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곳의 커피와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디저트로 맛 본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인 츄러스도 꿀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