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르의 날개 '마추픽추'

제7화 페루, 우루밤바 강은 마추픽추를 휘돌아 돌고

by 그루

7월 28일 오얀따이땀보발 아쿠아칼리엔데스행 오후 3시 37 분발 기차이다. 마추픽추 Machu Picchu행 기차표는 쿠스코에 들어오는 즉시 예매하는 것은 필수.



페루레일과 잉카레일이 있는데 페루레일 기차는 페루 화폐인 '솔'은 받지 않고 달러만 받는다. 알고 보니 페루레일은 칠레에서 운영하는 회사로 매우 비싼 이용료는 페루가 아니라 칠레로 들어가는 것이다. 마추픽추까지 가는 기차 편은 쿠스코에서도 출발하지만, 어차피 유적지를 보면서 다니는 것이라면 오얀따이땀보에서 기차를 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오얀따이땀보역에서


천천히 달리는 기차는 매우 쾌적하고 승무원의 서비스까지도 유쾌하고 자연스럽다. “페루기차인 잉카레일을 탈걸. 승무원도 칠레인일까?”라는 의문이 스치듯 사라진다. 우루밤바 Urubamba강과 하나가 되어 아쿠아칼리엔데스까지 가는 두 시간에 가까운 여정은 흔치 않은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페루레일의 간단한 간식


빌카밤바 계곡을 흐르며 아마존으로 들어가는 강물은 여행객의 기분에 보답하듯 힘차게 흐른다. 강가에는 트레킹 하는 사람들을 위한 캠핑장도 보이고, 마추픽추까지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우루밤바 강의‘우루’는 물이라는 뜻이고 ‘밤바’는 지역을 뜻한다고 한다. 안데스의 설산에서 흘러내리는 강으로 유속도 무척 빠르고 사시사철 물이 풍부하다고 한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강 옆에는 촌락들이 모여 사는데 농산물이 풍부하게 생산되는 이 계곡을 사람들은‘성스러운 계곡’이라 부른다.



아쿠아 칼리엔테스Aguas Calientes


기차의 차창 밖으로 풍경을 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함박웃음을 지으며 일어서는 사람들을 보니 아쿠아 칼리엔테스Aguas Calientes역이다.


아쿠아 칼리엔테스


아쿠아 칼리엔테스는 “뜨거운Calientes 물 Aguas”이라는 뜻으로 종착역이다. 지도를 살펴보니 마을의 중심에서 좀 떨어진 곳에 마을의 이름처럼 온천표시가 있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마추픽추의 마을 아쿠아 칼리엔테스, 여행자들은 바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iperu에서 마추픽추 입장 티켓과 셔틀버스 티켓을 구입해야 하는 것. 누구보다도 빨리...


마추픽추를 오르는 인원을 제한하는지라 늦게 도착한 나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버스를 못 타면 입구까지 걸어서 가야 하고, 걸어서 도착해도 입구에서 인원 제한에 걸려 들어갈 수 없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내 뒤에서 인원이 끊긴다. 이럴 때 외치는 소리“아싸!”


강물소리가 우렁찬 강변 숙소에 짐을 풀고 불빛이 하나 둘 씩 켜지기 시작하는 아르마스 광장으로 나섰다.

어느새 까맣게 내려앉은 어둠과 함께 많은 외국인들로 활기가 넘치는 광장은 정겹게 들려오는 삼포냐소리가 호객하는 상인들의 목소리와 함께 활기를 더해준다. 하지만 아르마스 뒤편 레스토랑에서 먹은 머쉬룸 수프는 실패, 짜도 너무 짜다. 뽀르 파보르, 살 뽀꼬!




새벽 4시 반, 자는 둥 마는 둥하고 마추픽추로 오르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나섰다. 어젯밤에 구하기 힘든 마추픽추입장 티켓(140 솔)과 왕복 셔틀버스표(US$15.50)를 줄을 서서 구입했었다.


어젯밤 표를 구입했던 iperu앞에 셔틀버스를 타는 줄도 장난이 아니게 길다. 새벽 5시 반부터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일찍 나와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트래픽 잼이 걸리거나 러시아워에 나타나는 현상처럼 행상들이 여기저기 커피와 간식을 만들어 호객을 한다. 새벽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최고의 커피 맛이다.


버스를 타고 여러 번 지그재그로 난 길을 20여분 오르면 마추픽추 입구에 다다른다. 걸어서 오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충분히 보고 오후에 쿠스코까지 들어가려면 시간을 줄이는 길이 최선이다.

우리나라에는 동서남북의 신(주작, 현무, 청룡, 백호)이 있듯이 잉카에도 4방위(타우안틴수유)의 신이 있다. 동쪽의 신은 콘도르, 서쪽의 신은 퓨마, 남쪽의 신은 자칼, 북쪽은 물 agua을 의미하는 뱀이다.


쿠스코가 퓨마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은 서쪽의 신을 의미하고, 동쪽을 의미하는 콘도르가 날개를 활짝 편 모습으로 건설된 곳이 마추픽추이다.



하이람 빙엄 Hirem Binghm과 마추픽추




마추픽추는 페루 쿠스코 근처 빌까밤바 계곡에 위치한 해발 2800미터 정도의 안데스 봉우리이다. 잉카 최고의 군주라고 불리는 파차쿠텍 당시 만들어졌다고 하며, 1911년 남미 독립전쟁의 영웅인 시몬 볼리바르를 연구하는 학자인 하이람 빙엄 Hirem Binghm에 의해 발견됐다. 그러나 페루 역사학자인 마리아나 모울드 데 페아세는“빙엄은 첫 발굴자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19세기에 작성된 여러 지도에는 당시 마추픽추는 이미 세상에 알려진 상태였으며 1867년 독일인 사업가 아우구스토 R. 베른스가 마추픽추에서 토지를 구입하였고 1887년에 도굴을 목적으로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페루 정부의 묵인하에 유물을 약탈하였고, 영국의 역사학자인 클레먼츠 마컴도 마추픽추가 위치한 지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1911년 발견 당시 빙엄은 이미 베른스의 자료 및 지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이후 1912년, 1915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탐험을 계속했다. 1565년 디에고 로드리게스 데 피게로아라는 스페인 사람의 저서에도 마추픽추가 '피추 Pijchu'로 적혀 있었다고 하니 빙엄이 첫 발견자가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살고 있는 땅의 공기 냄새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원래 이 땅의 사람들이라면, 남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땅을 날강도처럼 들어와서 처음 발견했다느니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빙엄은 마추픽추를 연구하여 마추픽추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와 존재를 재발견하게 한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다.


2011년 2월 14일 자 신문에 실린 마추픽추에 대한 내용을 발췌해 놓은 것을 보자. “페루 마추픽추 유물 5000여 점이 1세기 만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중략- 예일대가 페루 정부와 유물 반환 협정에 서명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반환되는 유물은 석기, 도자기, 보석, 유골 등으로 1911년 하이람 빙엄 예일대 교수는 마추픽추를 발견한 후 그곳에 있는 유물을 발굴해 가져갔다. 페루 정부는 그동안 유물을 예일대에 대여한 것일 뿐이라며 신속한 반환을 주장해 왔다.” 신문의 내용대로라면 예일대에 가 있던 마추픽추 유물은 이미 페루에 와 있다는 소리가 된다.


마추픽추의 뒤편에 있는 계단식 밭


마추픽추가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누가 발굴했는지,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는 마추픽추의 아름다운 위용을 본 순간, 그 어떤 공방도 무의미하며 중요하지가 않다. 마추픽추 입구에서도 보이지 않던 마추픽추 봉우리가 조금 올라서자마자 눈앞에 나타난다. 산봉우리를 감싸고 피어오르는 아침 안개에, 반사하는 고산의 햇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멎게 만든다.


지붕을 얹어 복원한 집의 모습


마추픽추란 케추아어로 ‘늙은 봉우리’란 뜻으로 약 200미터가량 더 높은 든든한 젊은 봉우리, 와이나 픽추를 등지고 편안하게 자리 잡고 앉아있다. 한쪽은 경사가 급한 300미터가량의 절벽 아래 풍부한 수량의 우루밤바 강이 빠르게 흐르고 한쪽은 좁고 깎아지른 울창한 계곡이라, 과연 천혜의 요새임에는 분명하다.




오래된 유적지들의 대부분은 일정한 어떤 부분은 폐허가 되어 흔적만 남아있거나, 시간의 흐름으로 군데군데 파손된 부분이 있어 조화와 균형감을 애써 추측하곤 한다. 하지만 마추픽추는 처음 본 순간부터 완벽하게 조화와 균형이 잡힌 아름다움에 휩싸인다. 목적에 따라 지어진 건축물들, 사회적 계급에 따라 조화롭게 분리 건축된 주거지며 좁은 계곡에 지혜롭게 개간된 농지들, 높은 곳에서부터 신전과 가정집은 물론 농지까지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까지 인구 3만 명의 사람들이 자급 자족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가 안데스 빌카밤바 계곡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어디에서, 언제부터 흐르는 물길인가, 지금도 여전히 흐르고 있다.


내려오는 길, 여전히 우루밤바는 격하게 휘몰아쳐 흐른다. 오얀따이땀보에 도착 꼴렉티보를 흥정 쿠스코로 돌아왔다. 하루를 쿠스코에서 쉬고 내일 밤 티티카카의 도시 뿌노(푸노)로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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