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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로하다 May 18. 2020

투고원고를 읽으며

1인 출판사 사장의 일상

다른 출판사에 다닐 때나 내 사무실에서나, 출근하면 먼저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하는 일로 업무를 시작한다. 그래서 투고원고는 아침에 읽을 때가 많다. 거절할 메일은 바로 답장을 보내기도 하고, 거의 없지만 무조건 잡아야 할 원고는 최대한 빨리 검토해서 연락하기도 한다.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한 원고는 따로 모아 오후에 다시 읽는다. 오전에는 어제 업무와 연장된 원고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편집자로서 내가 이렇게 투고원고를 나누는 기준이 있다.

1) 원고 주제와 분야의 시장성

2) 원고의 짜임새와 완성도

3) 원고 주제와 관련한 저자의 프로필

이외에 기성 작자일 경우 전작의 판매성적과 완성도를 검토한다.


며칠 전 출판사 메일로 투고된 원고를 읽었다. 소재는 자아성찰, 분야는 자기계발로 보이는데, 원고의 형식은 워크북이고, 저자분이 적은 원고 분야는 에세이였다. 저자분이 전혀 방향을 못 잡는 것 같았다. 평소라면 거절 메일을 보냈어야 맞는데, 구성과 표현은 거칠어도 진정성이 보였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간단히 피드백을 보냈다. 저자분이 방향을 잘 잡아서 수정하면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적한 사항에 동의하시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도 적었다.

곧 답장이 왔다. 내 이야기에 동의하고, 만나서 원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전화 통화로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통화를 마친 지 얼마되지 않아 그쪽에서 먼저 약속 취소 문자를 보내왔다. 다른 출판사 연락을 기다려보고 싶다는 이유였다. 아마 자기 원고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일 거라고 생각한다. 최소 10만 부를 팔 거라고 장담하는 저자의 투고원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책쓰기에 관심 있는 분이 많아지면서 원고 투고에 대한 팁을 물어오는 일도 많아졌다. 쓰고 있는 원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면 거기에 맞게 조언하지만, 그렇게 구체적으로 물어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질문이 디테일하면 답도 디테일할 텐데, 일반적인 질문이라 내 답도 일반적이다. 우선 출판사를 잘 찾으라는 얘기다.

원고를 투고할 때 무조건 많이 보내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 원고 맡길 출판사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그냥 마구잡이로 보내는 건 좀 곤란하다. 내 원고를 이해하고 가치를 발견해서 확장해줄 출판사를 만나고 싶은 예비저자라면 아래 방법대로 해보시길 권한다.


본인 원고의 주제가 무엇인지 정리해보고, 책으로 나올 경우 서점의 어느 분야에 있게 될지를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자아성찰을 통해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라는 주제라면,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자기계발 분야 코너에 몰려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이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야기를 적었다고 하면, 자연과학 의학 코너로 가야 할까? 과학적 지식을 정리한 것이 아닌 자기 기록이므로 에세이 코너로 가면 된다. 실제로 서점에 방문해서 어떤 책들이 나와 있는지 알아보면 더 좋다. 자기 원고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더 좋은 책을 확인하고 상처받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책이 있는지 주욱 살펴보면서, 출판사 이름도 눈여겨보자. 자기 원고와 비슷한 소재의 책을 발견했다면 그 책의 출판사 이름은 따로 기록해두자. 익숙해지면 눈에 띄는 출판사들이 생긴다. 그 분야에 집중하는 전문 출판사, 그 분야에서 전형적인 틀을 탈피해 독특한 기획을 하는 출판사, 제목을 잘 짓는 출판사, 디자인이 좋은 출판사가 눈에 보인다. 그중에 내 원고를 기다리는 출판사가 있다. 책의 판권면에 있는 투고메일 주소를 메모하거나, 출판사 이름으로 검색하면 홈페이지나 SNS 계정이 있으니 그곳에서 투고 방법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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