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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기 I

by 낭랑한 마들렌

나는 요즘 '가만히 있기'에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들판의 작은 들풀처럼, 강한 바람이 지나갈 때까지 조용히 바람 따라 누워 있는 들풀처럼 말이죠.



가만히 있기



가만히 있기. 때로는 이것만큼 힘든 일도 없습니다.


얼마 전에 본 신문기사가 떠오릅니다. 어느 지자체 소속의 운동선수가 자신의 SNS 계정에 시원한 운동복 차림의 본인 사진을 올린 것을 보고 누군가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은 겁니다. 이 선수가 SNS에 '속옷' 차림의 사진을 올려 시청 이미지가 손상되었다며 중징계를 해야 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성적인 의도 없이 운동의 결과를 보이려 한 행위가 품위 유지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라는 맺음말이었습니다. 한동안 홈트로 체중 감량에 매진했던 제가 보기에도 그랬습니다. 선수가 입은 옷은 속옷이 아닌 운동복으로 보였고 여름엔 다들 그런 거 입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선수의 '대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이 민원 내용을 언급하며 민원인에 대한 조롱과 비난, 욕설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소극적일지라도 맞대응한 결과가 되었고 그것은 품격 있는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한 신문사에서는 이런 언급을 했습니다.



다만 그의 '욕설 대응'은 OO시가 '선수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로 판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기사들도 민원의 내용이 과하거나 억지스러웠다는 내용이었고, 많은 누리꾼들도 선수 편을 들어줬습니다. 이 선수가 스스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었다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변명하고 따지고 비난하고 공격하는 건 쉽습니다. 결국 질 수도 있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맞대응은 할 수 있고 그건 쉽습니다. 정말 어려운 건 침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 가만히 있는 것은 힘이 드는 것입니다.


내가 지나고 있는 시간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침묵하고 있어요. 떠오르는 말들, 하고 싶은 행동들이 있지만 혼자서 소화하고 있습니다. 소화(消火)이기도 하고 소화(消化)이기도 하네요. 침묵하는 건 불편합니다.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고 나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까 두렵기도 합니다. 반면에, '내가 정말 나쁜 사람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고개를 듭니다. 내가 한 언행이 잘못인 줄 몰라서, 나만 모르는 나의 죄과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삶 속에서는 시간이 많은 것을 녹여 주는 법. 우리는 하루살이가 아니니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그저 나에게 집중하는 것, 그것이 답인 듯합니다. 다시 나의 내면으로 회귀하여 나를 들여다보고, 하던 일에 더욱 집중하기로 합니다.


가만히 있기




그러던 중 성경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신 말씀입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 시편 46편 10절에서



나의 피난처, 나의 힘, 나의 도움. 나는 그저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오랜만에 재미로 낭독했어요. 나를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길, 낭독.

오늘도 가만히 있은 나를 다독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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