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수보다 건강

by 낭랑한 마들렌


어느 날 남편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요즘, 주변에 암 환자가 너무 많다고요. 심지어 3, 40대의 젊은 사람들도 암으로 고생하는 걸 심심치 않게 본다고요. 정말 그렇더군요. 젊다고 해서 중병이 꼭 비껴가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지인 한 분이 위암으로 투병하셨는데요, 십이지장으로 전이가 됐다고 하더니 이제는 다리 등 온몸에 퍼져서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지금 보러 가지 않으면 분명 후회할 일 생기겠다는 직관이 있어 남편과 함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살이 너무 내려서, 정말 온몸의 지방과 근육이 다 사라졌는지, 사람을 알아볼 수도 없게 되었더군요. 그간 투병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며 참 마음이 아팠는데 이제는 형언할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긴 투병 생활을 지켜보니 진단받은 지 한 달 반 만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의 경우는 축복받은 죽음이었다는 감사가 다시 마음에 일었습니다.


병상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많고 많은 시간 동안 그분은 종교와 영혼의 갈 길에 대해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결국엔 그런 생각뿐, 다른 것 생각할 게 뭐가 있겠나, 하시더군요. 환자 자신도, 보살피는 가족도 힘겨워 보였는데, 아마도 모든 사람들에게서 관심과 사랑을 받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린 뒤에야 천국에 가겠다,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혹여 내가 병상에 누워 심히 앓게 된다면 나는 결코 그 누구의 병문안도 원치 않는다고요. 뭐, 어린애 같은 고집일 수 있겠지만, 그때쯤 저는 다른 사람보다는 나 자신과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삶을 정리하고, 육체를 떠날 영혼을 생각할 겁니다. 모든 것이 괜찮다고, 이제 그만 마무리해도 된다고 나에게 말해줄 겁니다. 죽음을 앞둔 흉한 꼴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사실 제게도 현대의학의 중한 도움을 받고 있는 가족이 있습니다. 엄마인데요, 요즘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많이 하시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셨네요. 2주 간격으로 양쪽 무릎의 수술이 진행됐고 한 달째 입원하고 계십니다.


두 번째로 오른쪽 무릎을 수술하시기 전, 엄마는 조금 더 불안하고 염려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지난번에 마취에서 깨어나실 때 잠깐이었지만 의학적으로 좀 힘드셨거든요. 이번에는 괜찮을 거라고, 특별히 위험한 거 없으니 안심하셔도 된다고 위로했지만 당연히 역부족이었을 겁니다. 어쨌든 회복 상태가 전보다는 상당히 좋아서 다행입니다.






병원에서 돌아오며 또 가만히 생각합니다. 나는, 다시는 병원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고요. 제왕절개수술을 세 번이나 하고 나니 수술 따위 지겹고요, 회복 단계가 너무나 힘들었기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심정입니다.


늘 생각해 왔듯, 오래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건강하게 사는 것입니다. 워낙 예민하고도 예민한 나를 알기에 병으로 몸이 힘들어지면 가까운 사람들을 꽤나 괴롭힐 겁니다. 그래서 혼자 있겠다고 하는 것이기도 해요.


요즘은 100세, 120세까지 사는 시대라고들 하지요. 글쎄요, 정말 더 나이 들게 되면 그 정도로 오래 살고 싶어 질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래 사는 것도 좋겠지만,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수명이 좀 줄어도 괜찮겠다, 생각합니다. 장수보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덧붙임: 지인은 뵙고 온 지 일주일 만에 소천하셨습니다. 원 없이 관심과 사랑을 받고 가셨길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