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얼 쿵후
어느 동네나 아이들 사이에서만 도는 괴담이 있다. 빨간 마스크나 망태기 할아버지, 홍콩 할머니, 학교의 동상 이야기 등. 우리 동네에 알려진 이야기는 초 자연적인 존재가 아닌 또래 아이의 이야기였다. 시장 골목 쪽에 건이라는 아이가 살고 있다. 그 아이는 성격이 포악하고 잔인하며, 눈만 마주치면 덤벼든다. 깡패 같은 어른 몇 명을 죽인 적도 있고 수사 반장의 총알도 피할 정도로 재빨라서 아무도 건들지 못한다는 소문이었다. 나에게 가장 큰 문제는 그 시장 골목이 오락실 바로 옆이라는 점이었다.
오락실에 출입하는 것은 나만의 비밀이었기 때문에 이 공포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어쩌면 동생을 때린 것이 그 놈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락실에 갈 때면 주변 친구나 어른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섰는데, 건이라는 의문의 인물까지 경계해야 했다. 결국, 남자아이 다운 결정을 했다. 내가 건이를 무찔러야겠어! 하지만 나에게는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싸움을 해본 적도 없었다. 고민하던 중 재믹스로 즐기던 쿵후라는 게임에서 힌트를 얻었다. 당시 자주 보던 성룡 영화의 영향도 있었으리라.
이얼 쿵후는 1 vs 1로 싸우는 최초의 게임이다. 현대 대전 격투 게임의 기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봉술을 쓰는 적부터 입에서 불을 뿜는 적, 사슬을 휘두르거나 수리검을 던지고 날아다니는 적까지. 이들을 이길 수 있다면 건이도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에서 쿵후 게임의 동작을 열심히 따라 했다. 며칠간 열심히 했지만 여전히 싸움을 잘하게 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시 게임을 붙잡고 고민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거구나!
쿵후 게임에서 적을 쓰러뜨리려면 날아 차기가 필수다. 문제는 점프력이었다. 사람의 키를 가뿐히 뛰어넘는 높이와 매끄러운 포물선. 이 점프가 가능하다면 건이를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다음 수행에 매진했다. 계단 2칸 위에서 뛰어내리기, 3칸 위에서 뛰어내리기, 5칸 위에서 뛰어내리기. 점프력과 뛰어내리기가 무슨 관계인지 지금 생각하면 알 수 없지만, 결국 나는 미끄럼틀이나 정글짐 위에서 뛰어내리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제 건이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대개의 괴담이 그렇듯 내가 건이를 만나는 일은 없었다. 초등학생이 된 이후, 건이로 예상되는 다른 아이와 싸움이 붙은 적은 있었지만 그 아이는 어른을 죽인 살인범도 수사반장의 총알을 피하는 아이도 아니었다. 역시 괴담은 괴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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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1985까지
이얼 쿵후. 1985. 코나미
이 게임을 전혀 모르는 분들도 아실 만큼 유명한 BGM으로 시작하는 게임이지요. 저는 재믹스로 즐겼는데, 아케이드 판의 16가지 기술이 5가지로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덧붙여서 11명이나 되는 적 캐릭터도 5명으로 축소된 게임이었지요. 이후 패미콤 등으로도 이식되면서 더욱 알려졌습니다. UI를 보면 알 수 있듯 현대 격투 게임의 시스템적인 기초 룰을 확립한 게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