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함의 필요성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몫을 책임지며 살아간다. 우리는 보통 그 몫을 미리 정하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대신 그것들이 몰려와 우리를 벅차게 짓누를 때 그제야 그래, 이것까지 내 몫이겠지. 하고 속절없이 그것들을 떠안는다.
요즘 나는 여러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반대로 생각하곤 했다. 이게 내 몫인가. 내 몫으로 떠안고 돌파구를 찾으면 정말 찾아질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의외로 내 몫이 아니었던 것들이 많았다. 타인의 감정, 내 의지와 무관하게 결정되는 것들. 나는 요즘 내 몫이 아니었던 그것들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
그렇지만 내려놓는다는 게 그리 홀가분한 일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내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내가 함께 힘들어해 주자던 다짐 대신 이건 그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건 꼭 그 사람의 손을 놓는 것만 같은 죄책감을 남기곤 하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다. 나는 내 몫을 책임지고 내 몫이 아닌 것은 섣불리, 선의일지라도, 침범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는 것을. 그 방법이 나를 지키면서도 지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끝내 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타인의 감정에 휩쓸려 나까지 만신창이가 되어버리면 자신을 위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나는 더 이상 존재할 수조차 없다.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된 지금 나는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며칠 동안 날씨가 궂고 거센 비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한결 건조해졌다. 문득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결국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감정을 지나치게 쏟지 않도록, 조금은 건조해지자고 말이다.
- 2024.9.21.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