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Ángeles Azules - Mis sentimientos
세상에는 좋은 소설이 참 많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소설은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이다.
검은 꽃은 대한제국 시기에 멕시코로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소설에서는 새로운 삶을 향해 떠난 사람들이 척박하고 낯선 땅에서 겪는 시련, 그에서 탈출해 인간다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망망대해를 건너는 배 안이다. 반상이 섞여 다 같이 존엄성을 잃어가는 그 축축하고 음울한 모습을 어떻게 그렇게 생생하게 묘사했는지, 마치 나도 한쪽 구석에서 숨죽이고 바라보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서론이 길었다. 그래서 결론은, 그 소설을 깊이 몰입해서 읽고 난 후 내게 멕시코는 그전보다 더 낯선 땅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설에서 보여준 '새로운 땅' 이상으로 이세계(異世界)의 느낌마저 든달까. 그리하여 이 노래를 들으면 마치 이세계에 흘러든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https://youtu.be/BokdSWC2R68?si=aCPVBRH6tV4NLRgb
깜깜한 밤 나는 숲 속에 떨어졌다.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머리 높이만큼 자란 무성한 풀들을 헤치고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본다. 어디선가 북소리, 환호성, 쿵쿵대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한다. 희미하던 불빛에 가까워질수록 대낮처럼 환해지고, 심장이 쿵쿵거릴 정도로 소리는 커진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풀숲에 몸을 숨긴 채로 목격한다, 나와 다른 세계의 존재들을.
그 존재들은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안에는 나와 전혀 다른 것이 깃들어 있음이 분명하다. 그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악기를 연주한다. 나의 세계에서는 본 적 없는 음악과 몸짓이다. 그것은 축제 같기도, 혹은 종교의식 같기도 하다. 넋을 잃고 바라본다. 그 존재들은 나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하다. 처음 보는 광경에 나는 넋을 잃는다.
그들의 한바탕은 새벽까지 이어진다. 진기한 가무와 연주가 변화무쌍하게 이어진다. 그들은 지칠 줄을 모른다. 마치 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풀숲에 깊이 스며든 서늘한 습기로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도리어 지친 나는 깜빡 눈을 감는다. 소리도 희미해진다. 눈을 뜨니 동이 틀 무렵이다.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놀라서 눈을 크게 뜬다. 그들은 이미 사라져 버린 후이다.
멕시코의 전설적인 밴드인 Los Ángeles Azules가 여러 가수들과 협업하여 선보이는 라이브 무대의 영상을 보면, 정말 위에서 묘사한 듯 이세계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 곡만 소개하기 아쉬워서 다른 곡들도 나열해 보자면 Kinky와 협업한 'Cómo te voy a olvidar', Natalia Lafourcade와 함께한 'Nunca es suficiente' 같은 것들이 있다. 재미있다. 때로는 음악을 들으면서 선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되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음악을 켜고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