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나른한 봄날의 오후

Nina Simone - Just in time

by 갈매나무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열어둔 창문으로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불어오고, 머리칼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그 느낌이 싫지 않다.



점심을 먹고 도서관 근처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렀다. 늘 따뜻한 카페라떼를 마시다가 오늘은 아이스 카페라떼를 샀다. 이제는 아이스 라떼를 개시해도 될 날씨야, 하고 소소하고 굳은 결심을 한 것이다. 짧은 단발을 하고 안경을 쓴 중년의 여자 사장님께, 용기 내어 여기 카페 라떼가 제가 먹어본 라떼 중에 제일 맛있어요, 하고 이야기해 본다. 사장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매장에서 파는 작은 쿠키를 선물로 주신다. 뜻밖의 선물에 기분이 좋아진다. 커피와 쿠키를 들고 다시 도서관 열람실로 돌아온다. 의자를 당겨 앉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음악을 틀어 본다. 이어폰에서는 Nina Simone의 Just in time이 흘러나온다.



https://youtu.be/CgXUeRbel3c?si=fyDoxBBuInkw6Hxe




창 밖 지나는 차들의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도란도란 소리,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가끔씩 들리는 의자 소리. 그중 무엇 하나도 이 공간을 욕심내지 않는다. 그 소리 사이사이를 니나 시몬의 목소리와 피아노가 채운다. 산뜻하다. 잔잔한 봄바람과 오후가 시작되는 무렵 따사로운 햇살이 어우러져 완벽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이 음악을 영화 Before Sunset에서 처음 들었기 때문일까, 음악을 들으며 소울 메이트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꼭 모든 생각이 일치하는 사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관심 있는 주제를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고, 때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더라도 반감보다는 존중을, 무관심보다는 흥미를 보이는 그런 사이가 좋다. 셀린과 제시처럼. 대화의 밀도는 줄곧 잔잔하게 이어지고, 장소는 오래된 서점과 카페, 공원과 강가 어디든 좋겠다. 참 즐거운 상상이다.



살짝 졸음이 온다. 즐거운 상상 속에 스르르 잠이 든다.
노래가 끝난다. 따스한 햇살과 봄바람은 여전히 나를 어루만지고 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