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 망한 인생
“그런데 우리 땀나면 어디서 씻어야 해요?”
“K가 보낸 메일 봤어? 맨유 앰블럼 뭔데? 이거 족구잖아.”
“근데 이거 꼭 해야 해? 위에서 시킨 거 같은데……”
“발로 하는 건 자신 없는데 배드민턴은 안 되나?”
망하고 있는 회사에서 무슨 족구냐고 대놓고 반감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지만, 딱히 반기는 사람도 없었다. 당연히 참여도는 낮았고, 대회는 어영부영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우리의 족구위원장 K만 힘들어 보였다. 각 팀을 돌며 멤버 구성을 독려했고, 작은 목소리와 어색한 웃음을 탑재한 ‘하이팅’을 외치고 다녔다.
“하이팅. 부탁드립니다.”
“용병 써도 되니까 3명만 만들어 보시죠. 하이팅”
“하이팅!! 제가 시원한 음료수 준비하겠습니다.”
그 희미하게 친절한 ‘하이팅’. 그 목소리가 내 마음에 걸렸다. 임원들 중 누군가가 K를 앞장세워 족구 대회를 지시했음이 분명해 보였다. K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싫어했다. 인간들에게 호의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먼저 포기함으로 자신의 정신적 안위를 찾는 스타일이었다. 내 추측일 뿐이지만 아마 조직 생활이 그를 뾰족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K가 무심결에 첫 직장에서 얻은 모욕과 상처들을 내비쳤던 기억이 난다. 그런 그가 작은 목소리로 사람들 속을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그가 마음 속으로 흘린 땀냄새가 사무실 이곳 저곳에 떠다닌다. 곧 K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들릴 듯 말 듯 한숨을 쉰다.
어떤 연민은 존경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주어진 일에 항상 열심인 그가 멋져 보였다. 망해가는 회사에서 포기와 절망을 버텨내는 그가 안쓰러웠다. 나는 '맨유 엠블럼'이 박혀있는 '족구 대회' 메일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사에서 족구하는 거? 그거 어려운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