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 사람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결혼을 앞두고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한참 사랑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를 못내리는 시기에
이제 갓 결혼 한 친구와 밥을 먹다 친구에게서 의미심장한 말을 들었다.
그 말은 현실적이었다.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책임과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분명해졌다.
사랑과 의리는 같은 것이 아니다.
의리는 관계를 유지한다.
사랑은 관계를 작동시킨다.
사람은 변한다.
10년 전의 배우자와 지금의 배우자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외모도, 관심사도, 사고방식도 다르다.
그럼에도 관계가 계속된다면,
그건 그 사람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만들어내던 ‘느낌’을 사랑한다.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내 감정을 존중했는지,
내가 안전하다고 느꼈는지.
이 감정의 경험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끝날 수 있다.
사람이 변해서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감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랑에는 유효관계가 있다.
지금 이 관계에서
– 존중이 오가는가
– 감정이 무시되지 않는가
– 서로가 서로의 상태를 인식하는가
이 조건이 깨지면,
그 관계는 이미 사랑이 아니다.
아무리 오래 함께해도.
의리만 남은 관계는 유지될 수는 있다.
하지만 살아 있지는 않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관성이고,
사랑이 아니라 구조다.
평생 가는 관계는
사랑 때문도, 의리 때문도 아니다.
감정을 다룰 줄 아는 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사랑은 감정이다.
결혼은 구조다.
이 둘을 혼동하는 순간,
사람들은 살아 있는 관계를 잃고도
“잘 버티고 있다”라고 착각한다.
그날 저녁시간에 나는 알았다.
나는 의리로 유지되는 관계보다
지금도 작동하는 관계를 보고 있다는 것을.
이건 낭만이 아니다.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