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가 되고 싶었던 고양이

나도 드디어 날개가 생긴 거야. 저 갈매기들보다 멀리 걸 거야.

by 오션뷰

그는 갈매기와 고양이가 많은 곳에 살고 있었다. 어부들이 하루 내 수확한 것들을 바닥에 펼쳐 보이고, 여기저기 거래가 이루어질 때가 그곳의 가장 활기찬 시간이었다. 갈매기들은 있는 힘껏 꺽꺽거렸고, 고양이들은 어부들이 거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낄 자리를 노리곤 했다. 남겨진 생선 조각들을 가지고 갈매기들이 서로 물고 가겠다며 다투는 시간, 그 틈새를 노려 고양이들이 재빨리 배를 채우는 시간이 그곳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는 흔히 내가 만난 그곳 로컬 사람들과는 달랐다. 아니, 다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 또래의 남자들이 열광하는 축구 경기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고, 대신 유럽의 대도시들에서 새로 발표하는 옷 스타일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주로 늘씬하고 쭉 뻗은 다리에 꼭 맞는 바지를 즐겨 입곤 했고, 아무리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얇은 가죽재킷만 입었다. 몇 년 전 그곳을 여행하던 이탈리아 친구가 주고 갔다는 옷이었다.
그의 가족들이 기도를 하러 금요일마다 모스크를 찾을 때면 그는 늦게까지 늦잠을 잤고, 기도 후에 가족들이 모여 쿠스쿠스를 먹을 때면 그는 외출을 했다. 술을 자주 마셨고, 매일 열개 피 미만의 담배를 폈다. 그곳에서는 흔하지 않은 동양권 어느 나라의 문자를 타투로 손목에 새기고, 언제나 긴팔을 입어도 소매를 걷어올려 타투를 드러내 보이곤 했다.


그는 주로 호텔에서 게스트를 응대하는 프런트 일을 하곤 했다. 그는 제법 영어를 잘했고, 영어보다는 불어를 더 잘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시였기 때문에, 영어보다는 불어가 더욱 통하는 곳이었다. 그는 호감형 얼굴을 하고 있었다. 늘 머리는 신경 써서 매만졌고, 키가 훤칠하고 날씬하여 어떤 옷을 입어도 놀 맵시가 살았다. 그런 그는 특히나 유러피안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덕분에 그는 언제든 크고 작은 호텔에서 쉽게 일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호텔에서 일은 쉽게 할 수 있었지만, 호텔에 머무는 게스트가 되기는 어려웠다.


그에게 그곳을 벗어날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유러피안 여자를 만나게 되면, 그녀를 따라 유럽으로 가서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모든 것은 쉽지 않았다. 다시 만나고자 한 그녀들은 소식이 없었고, 남겨진 것은 언제나 작은 어촌 마을 속의 그였다. 다른 곳에서 떠나온 이들은 많이 만나보면서도, 정작 그는 그 작은 마을 한 번 떠나지 못했다. 그 작은 어촌 마을이 그 삶의 배경의 전부라고 생각하니 그는 당장이라도 생선더미 위로 뛰어들어 갈매기에게 쪼아 먹히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내다 보니 시간에 주름이 많이 생겨 있었고, 그의 몸부림도 잔잔해져 갔다.




내가 다시 그 어촌 마을을 찾았을 때, 그는 나를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 나왔다. 나는 그곳에 도착하기 이틀 전, 메신저를 통해 대략적인 도착 시간과 타고 가는 버스 회사명을 알려주었다. 버스 안에선 그와 연락이 닿지 못했고, 버스는 예정보다 30분이 늦었기에 그가 마중 나올 것이란 기대는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날 기다려 준 그가 난 매우 고마웠다. 그는 내 캐리어를 대신 끌어주었고 우리는 해변 쪽으로 걸었다. 해가 지고 있는 시간이었다. 갈매기들은 여전히 꺽꺽대며 목청껏 울고 있었다. 그는 그에겐 어울리지만 계절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자를 쓰고, 그의 다리 라인을 따라 착 감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숙소에 체크인 후 그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 긴 이동으로 점심도 거른 채였다. 그는 나를 생선 튀김 가게로 데리고 갔고, 우리는 각자 6조각의 생선 튀김을 골랐다. 생선 튀김과 빵, 소스가 놓인 테이블에서 우리는 허리를 숙이고 열심히 튀김을 먹어치웠다. 그런 그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가 있었고, 나는 무슨 의미가 있겠어? 하는 심정으로 그에게 반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나 약혼했어.”
순간 생선 가시에 목에 턱 걸렸다. 나는 컥컥거리며 빵을 씹지 않고 삼켜댔다. 말도 없이 무슨 약혼이냐며, 어떤 사람이냐며 질문들을 쏟아내었다. 스페인 여자, 인터넷을 통해 만났고, 그를 만나러 5번 정도 이 곳을 왔다 갔다고 했다. 런던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근무시간이 하루 12시간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둥, 나이는 그보다 한 살 많다는 둥, 결혼해서 런던에 가서 살 거라는 둥의 이야기를 했다.


그가 그녀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동안 우리는 두 번 자리를 옮겼다. 찻잔에 와인을 따라 마시며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언제 런던으로 갈 것이고,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질문을 받을 때에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일정은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언제 그녀가 부를지 모르기 때문에 그는 그녀와 약혼반지를 나누어 끼자마자 일을 관두었다고 했다. 별 다섯 개짜리 호텔 프런트에서 한 달 정도 근무를 했는데, 수염도 기르지 못하게 하는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었다고 했다.


다음 날, 그런 그와 함께 오랜만에 작은 마을의 이 곳 저곳을 걸었다. 전에는 공사 중에라 가지 못했던 곳을 함께 가고, 누구나 다 가는 광장을 가고, 어시장 근처를 맴돌았다. 우리가 므슴만(Msemmen)을 먹거나 샤왈마(Chawalma)를 먹을 때마다 고양이들이 우리를 둘러쌓았다. 그는 고양이들에게 자신의 음식을 던져주며, 계속해서 그의 앞 날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나에게 건네는 대화가 아니라, 스스로의 다짐을 억지로 토해내는 것 같았다.


“런던은 해가 뜨는 날이 많지 않다는데, 런던에 가봤어? 여름도 너무 짧다는데, 이 곳의 해가 그리울 거야. 가면 바로 일을 구해야지. 이제는 영어도 예전보다 더 자신 있고, 나야 불어도 되니까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일을 구하기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지금 그녀가 지내는 곳은 좁아서 우린 새로운 플랫을 얻어야 할 거야. 뭐 집이야 가서 구하면 되는 거니까, 그때 생각해야지. 여길 떠나면 또 언제 돌아올지 모르거든. 난 평생을 여기서만 살아와서, 어딘가 새로운 곳에서 살아본다는 것, 아니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간다는 것조차 어떤 기분인지 상상도 안 가. 매일 갈매기를 부러워했는데, 나도 드디어 날개가 생긴 거야. 저 갈매기들보다 멀리 걸 거야.”


어시장의 활기찬 기운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자, 그의 목소리 또한 한 톤 낮아졌다. 주위는 조금씩 어둑해지기 시작했고 그 작은 어촌 마을은 하루 내 피곤한 몸을 뉘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광장의 구석진 벤치에 앉아서 광장의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유난히 구름이 짙은 날이어서, 해가 지고 나서도 짙은 구름이 눈에 선했다. 짙은 구름은 가로등을 내려다보며 광장을 맴돌았다. 그때 벤치 뒤쪽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얇은 소리는 들리다 이내 힘을 잃고 끊어지고 다시 울리고를 반복했다. 언제부터 그곳에서 소리가 들려온 것일까. 우리는 동시에 벤치 뒤로 향했다. 그것은 낡은 벤치 다리에 작은 몸을 기댄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였다.


맘씨 좋은 사람들과 생선이 많은 곳에서 만나는 많은 고양이들. 그 고양이들 사이에서 맘씨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해 배를 굶주리는 고양이들. 새끼 고양이는 한눈에 보기에도 후자였다. 새끼 고양이에 휴대폰 플래시를 비추어 살펴보니 한쪽 눈은 성하지 못하고, 짧은 수염은 불에 그을려 말아 올려져 있었다. 몸은 야위었고, 검은 털에는 윤기가 없었다.


우리는 그런 고양이의 모습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내가 쉽게 고양이에게 손을 대지도 못한 채 어찌할 줄 몰라하고 있자, 그는 고양이에게 줄 치즈를 사러 다녀오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나는 바닥에 쭈그려 앉아 고양이가 그 사이에 어디로 가지 못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고양이에게는 감히 도망칠 힘조차 없어 보였다. 성치 못한 한쪽 눈에서는 진물이 말라붙어있었는데, 꽤나 오래전부터 그런 듯했다.


몇 분이 지나자 그가 치즈 두 조각을 들고 돌아왔다. 껍질에 빨간 소가 그려진 치즈였다. 그는 서둘러 껍질을 까서 고양이에게 내밀었다. 고양이는 그것을 받아먹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치즈를 작게 잘라 고양이의 입에 억지로 밀어 넣었다. 먹으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고양이는 귀마저 성치 못한 지 치즈를 차마 받아먹지 못했다.


“이대로 거리에 두면 또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분명 이 눈은 갈매기들이 공격한 걸 거야. 내가 데려가야겠어.”
라고 말하며 그는 작은 고양이를 가방에 넣었다. 어떤 반항할 힘도 없이 고양이는 그렇게 그의 얇은 헝겊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가방에서 얇은 울음소리가 맴돌았다.


“내가 런던으로 가기 전까지 보살펴야지. 아니 어쩌면 런던으로 데려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녀도 좋아할 거야. 방법을 알아봐야겠어. 방법이야 있겠지.”
그렇게 혼자 계속 되풀이하며, 그는 고양이를 담은 헝겊 가방을 왼손으로 받치며 걸었다. 그를 런던으로 데려가 줄 반지를 낀 그 손이었다.

삼일 뒤 다시 그를 만났다. 하루 종일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날이었다. 저녁이 내려앉자, 하늘의 그 차가움에 몸을 조금 수그려 더욱 땅 가까이로 바짝 다가온 그런 날이었다. 우리는 그의 친구가 노래하는 라이브 바에 같이 갔다. 그곳에서 버스로 10시간 거리의 출신인 그의 친구는 삐쩍 마른 몸을 하고선 작은 무대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의 친구의 노래를 두 곡 연달아 들었고, 맥주를 두 병째 시켰을 때였다.


“고양이가 죽었어.”
내가 놀라움을 표현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그가 이어서 말했다.
“바로 그다음 날이었어. 일어나 보니까 죽어있더라고. 어떻게 더 이상 해 볼 겨를도 없었어. 그저 마지막은 따뜻한 곳에서 긴장감 없이 보냈다는 게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일 뿐이야. 이름도 지어줬었는데.”


내가 새끼 고양이의 이름이 뭐였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세 번째 곡이 시작되었다. 도입부부터 쩌렁쩌렁 울려대는 사운드에 말문이 막힌 나는 사운드가 잠잠해지기까지 기다렸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귓가에 가까이 대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나 런던으로 갈 수 없게 되었어. 다른 남자가 생겼데, 요양원에 새로 온 남자 동료와 자주 어울려 다닐 때부터 느낌이 이상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네. 이러나저러나 고양이를 런던으로 데려갈 수도, 데려갈 이유도 없어졌지 뭐야.”


마치 굶주린 고양이에게 하소연하듯이 그는 감정 없이 이야기했다. 하루 종일 파도가 치지 않아 심심한 바다처럼 이야기했다. 그가 내뱉은 문장에는 상실감도, 실망감도, 공허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갈매기에게 공격당해 성하지 못했던 새끼 고양이의 눈처럼 퀭했을 뿐이었다. 그가 내뱉은 문장 몇 마디가 테이블에 툭 떨어졌고 거기엔 진물이 끼기 시작했다. 무대 위에서부터 짱짱하게 흘러나오는 곡 속에서 갈매기들이 별거 아니라는 듯 웃고 있었다. 진물은 멈추지 않아 흐르고 흘러 테이블 아래로 흘렀다. 테이블 위의 낱말들은 굳어갔지만, 테이블 아래로 흐른 진물은 땅 가까이 내려온 밤하늘로 향했다.


그와 나 사이에는 빈 맥주병의 개수가 늘어갔고, 그 빈틈은 그의 친구가 부르는 노래로 가득 찼다. 그는 더 이상 테이블 위로, 나의 귀로, 밤하늘로 아무런 문장도 쏟아내지 않았다. 하늘은 조금 더 땅 가까이로 파고들었고, 거리는 온통 어둠에 잠겼다. 유독 컴컴한 밤이 길게 지속되었고, 거리의 고양이들 중 반은 밤새 두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노려보았다. 갈매기들은 반짝이는 고양이의 눈을 표시로 삼아 이곳에서 저곳으로, 다시 저곳에서 이곳으로 밤의 날갯짓을 계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