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우리를 스쳐 지나갔고, 우리로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시끄러운 것들이 잠드는 순간까지, 모든 덩치 큰 것들이 시야에서 멀어지는 순간을 찾아 나섰다. 다레살람(Dar es salaam)에서 음트와라(Mtwara)로, 다시 음트와라에서 음심바티(Msimbati)로 이동하는 내내 지치지도 않았다. 그렇게 그냥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느 한 곳에 멈춰 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도로는 쭉 뻗어있었다. 쉬운 길이었고 복잡한 방향이나 읽지 못할 신호 같은 것은 없었다. 쭉 뻗은 도로를 따라, 우리는 함께 달렸다. 계속해서 달릴 수만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었다. 그 어느 것도 우리의 뒤에 남기지 않고 달렸다. 쭉 뻗은 도로 위를 쭉 뻗은 햇빛을 곁에 둔 채 쭉 뻗은 마음으로 계속해서 달렸다. 감정도 미련도 추억도 남기지 않는 것이 신기하게도 가능해지는 시간이었다.
단지 그 순간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지만, 그렇기에 그 순간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만 같았다. 필요한 것은 모두 가지고 있었고,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하다한들 금방 다시 필요 없어질 것 같았다. 그렇게 지닌 모든 것이 이내 내 손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가면, 나 또한 모든 것의 표면을 지나갈 뿐이었다. 모든 것은 우리를 스쳐 지나갔고, 우리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시간 심어놓은 작은 순간들마다 싹이 피어나기 시작했을 때, 이미 나는 그곳을 떠나간 뒤일 뿐이고, 그러한 시간의 순서는 매우 당연한 결과였다.
다른 누군가가 될 것만 같기도 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되고 싶었다. 나 자신을 간직하고 싶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내가 투영된 씨앗에 불을 밝히고 싶었다. 가장 먼저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너에게도 같은 불을 밝혀주고 싶었다. 둘이서만 간직한 작은 불빛을 계속해서 두 손에 가둔 채,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우리는 음심바티를 계속해서 돌고 돌았다. 주변의 풍경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왼편으로는 닿을 듯 말듯한 바다의 끝자락이 이어졌고, 오른편으로는 무성한 나무들이 저마다의 손바닥을 잔뜩 펼쳐놓고 있었다. 나무가 알려주는 방향대로 가보니 음심바티의 끝에서 끝으로 움직였고, 다시 손짓하는 대로 가보니 음트와라와의 경계에 닿기도 했다. 또다시 다레살람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고, 국경을 넘어 모잠비크(Mozambique)를 갈 수도 있었다.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어디든 갈 수 있는 이정표가 있었고, 바람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우리를 이끌어주었으며, 햇빛은 넉넉하게 우리를 안아주고 있었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 것들, 그리고 언제까지고 굉장한 영향을 끼칠 것들이 혼재해 있었다. 영리한 방법을 생각해내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 모든 것을 지나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사이를 버겁지 않다는 듯, 가볍게 사뿐히 지나가고자 했을 뿐이었다 우리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움직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하늘이 계속에서 푸르르길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때가 되면 비가 그치기를 바랐고, 비의 양이 상당하더라도 우리가 어디를 지나치고 있는지 정도는 볼 수 있기 바랄 뿐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는 다레살람으로 돌아가는 대신, 국경을 넘는 대신, 바다를 건널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해내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서, 갈 수 없는 곳이란 것은 없어서, 그렇게 모든 곳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계속해서 한낮의 해도 우릴 향해서만 비춰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멈출 줄을 몰랐고, 자꾸만 꿈을 품었다. 서로의 꿈을 바라보고, 아득한 바다를 품었다. 바라볼 수 있는 만큼 바다를 바라보고, 그 너머의 섬을 품었다. 그렇게 우리는 멈추는 법을 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