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 나 좀 칭찬해 주라

2021년 11월 18일 어제 팬 분한테 선물을 받았어

by 맹무

to. 사랑하는 해나에게


해나, 안녕 오랜만이야. 음…. 어쩌면 아주 엄청 오랜만 까지는 아닌가? 해나, 있잖아. 나 어제 팬 분이 나한테 선물을 주셨어. 그게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너도 엄청 신기하지? 나도 엄청 신기해! 나 우울증이 생긴 이후로 올해쯤? 내가 식물을 좋아하게 됐거든. 식물이 너무 예쁘더라고.

식물이 마치 나 같아서 좋아하게 됐어. 나는 식물 완전 똥 손인데 식물들이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위로를 받더라고. 식물 초보인 내게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이 큰 힐링이 되더라. 그러다 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초록색, 연두색, 민트색이 되었어.

원래는 내가 분홍색을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했었었는데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 이런 인식이 강하다 보니까 그냥 학습된 것 같더라고. 여자들은 분홍이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듣고 살고. 여자는 분홍이었잖아? 일기장이나 노트를 사더라도 문구점에 여아용 남아용이 있을 정도니까. 그 당시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나는 보통의 아이들처럼 살고 싶었던 것 같아. 배척당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선택했던 분홍색이 사회적 학습으로 인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인 것처럼 살아갔던 거겠지.

아, 그러고 보니 내가 받은 선물은 꽃 무드등이야. 생화는 아무래도 시들다 보니까 평생 시들지 않는 꽃 무드등을 선물해줬어. 그게 내 마음속의 감동으로 자리 잡았어. 물론 내가 문화예술 쪽으로 일을 했었을 때, 간혹 손님들이 내게 고생하신다며 커피를 사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진짜 선물다운 선물은 받아본 적은 없었거든. 그래서 우울에 침식당하는 날이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너무 기쁘고 좋았어.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다니까!

응? 본론을 이야기하라고? 맞아, 해나 너는 눈치가 너무 빨라. 눈치 빠른 꼬맹이는 이래서 싫다니까.

뭐? 드립 치지 말라고? 알겠어, 알겠어. 진짜 해나한테는 정말 못 당한다니까. 내가 웃는 척하고 괜찮은 척 해도 사실은 마음이 너무 많이 다쳤다는 사실을 아니까 참 고마우면서도 뭔가 미안해.

나는 요즘 힘든 것 같아. 사실 재판도 어느 정도 진행됐고 (2심) 나는 사실 고소하기 전까지만 해도 1년이면 재판이 끝날 줄 알았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니야. 살기가 점점 더 팍팍해져. 내가 걸어 다닐 수 있는 반경이, 내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비좁아져. 자꾸 고립이 돼 그래서 나는 너무 살기가 힘들다 보니 ‘그냥 그래 딱 35살까지만 살자.’하고 생각했어. 뭐 정말 35살 넘어서 생명을 끊는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라도 정해놔야 내가 살 수 있겠더라고. 정말 웃기지만, 죽고 싶을 때 죽을 날짜를 미리 정해놓으면 그나마 좀 버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왜냐면 죽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죽어야 하거든! 예를 들어서 죽기 전에 이거 하나는 해보자, 그래도 오늘은 좀 꽃향기도 좀 맡아볼까? 어차피 곧 있으면 죽을 거 오늘 하루는 조금 마음을 편하게 가질까? 이런 거지.

오히려 살아가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그게 더 힘들어. 내일이 있다는 거고. 이 고통스러운 내일이 계속 반복된다는 거잖아? 그래서 나는 너무 지겹고 싫어. 그래서 35살까지 살겠다고 내 자신과 합의 본거야. 뭐 그때까지 버티다 보면 그때는 또 생각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난 말야 어디서 죽을지 어떻게 죽을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볼 친구는 누군지를 정해놓고 살아서 더 그랬던 것 같아. 나름 철저했다고! 갑자기 사라지면 누군가가 나를 추적할 것 같아서 현금으로 버스표를 사서 끊은 후 친구한테 연락하거나 찾아가서 그 친구랑 며칠간 놀다가 나는 사라져야겠다 하고 생각했어.

이런 내 생각을 말하면 누군가는 분명히 내 말을 듣고 ‘당신은 당신만 생각하는군요! 타인을 전혀 생각 안 하네요? 어떻게 자기 자신만 생각할 수가 있어요? 그럼 그날 함께한 친구가 당신을 말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평생 살아갈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겠지? 그런 사람들은 진짜 내 속마음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냥 나는 그 정도로 절박하고 너무 힘들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는 건데. 뭐 실제로는 살고 싶으니까 35살에 죽겠다 하면서 열심히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거잖아? 그런데 그냥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아서 날이 선 내 말의 감성을 못 따라서 읽다 보니까 그런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건 정말 피곤해.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좋은 친구라도 내 생각과 뜻이 다르다면 그 친구는 좋은 친구는 아니라는 거야. 물론 나도 그 친구한테 좋은 친구는 아닐 테고 말이야. 서로서로 좋은 사람이라도 뜻과 생각과 가치관, 스트레스를 풀어가는 나름의 방식이 맞지 않으면 그 관계는 계속 어긋나는 것 같아. 내 경우가 그렇고. 그냥 어떤 친구랑 좀 다퉜어. 그래서 좀 마음이 아파. 아마 서로 여유가 없어서 생채기를 내는 것 같지만.

나를 위해서라도 그 친구랑은 이제 그만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어. 그 친구도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테지. 그냥 나는 이렇게 인연을 끊게 되고 사람과 멀어지게 돼. 그래서 너무 슬퍼. 내 인간관계를 자꾸 잃어가게 만들고 재판은 내 모든 삶을 뒤 흔들어. 결국에는 애초부터 내가 조금 잘 대처했었으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겠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드는 거야.

휴, 그래. 맞아 해나. 지금 와서 과거를 되돌린다고 해도 나는 똑같이 행동했을 거야. 이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지 않는 이상은 말이야. 그냥 해나, 나는 너무 답답하고….. 나보고 누가 지금 잘하고 있다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그냥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줬으면 좋겠어. 누군가가 나를 다그치는 말보다는 부드러운 말이 원동력이 되고 힘이 되니까.

해나, 난 평생을 어른스러워야 했어. 내가 초등학생 저학년일 때도 “너는 이제 다 컸어!”라는 말을 듣고 자랐고 “이제 그 정도의 나이면 어른이야!”라는 말을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보니까…. 이때까지 항상 내 감정보다는 타인의 감정을 우선으로 삼고 살아서인지 나는 이제 지쳤어. 더 이상 어른처럼 살고 싶지 않아. 내게 어른이라는 단어는 희생의 의미야. 어른이라면 다 참고 감내해야 하니까. 그 안의 내 슬픔과 분노를 속으로 삭히고 살아가는 게 미덕이라고 배우니까. 그래서 나는 별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해나, 나는 부모님한테 귀찮았던 존재였던 것 같아. 나는 어쩌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아이 같기도 해. 그랬으면 부모님도 사이가 좋았었겠지? 난 별로 축복받으면서 태어난 아이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부모님이 나를 귀찮아했던 순간순간들을 떠올릴 때마다 내 마음은 바닥을 쳐. 그래서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끔찍하게 무섭고 두려워. 생명의 무게가 너무 크게 와닿고 느껴져서 내 안의 여성이란 모든 것들을 다 부숴버리고 죽여버리고 싶어. 남성을 동경한다는 소리는 아니야. 그냥, 내 안에 또 다른 생명이 자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 공포스럽게 만들어. 부모는 아이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니까.

힘들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요즘 작가님이랑 독자님을 통해서 내가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는 거야. 그분들이 있기에 ‘내가 살아가야겠다. 살아야겠다’ 하고 생각하게 됐거든. 사실 만화를 시작한다는 사실도 너무 힘들고 두려웠어. 분명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했거든. 나를 미워할 거야. 내 밑바닥을 보게 된다면 나를 떠나갈 거라고. 하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나는 놓고 가고 싶지 않더라. 나랑 비슷한 환경,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내가 감히 무시하고 나 혼자서 잘 살겠다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 않았어. 차라리 그들과 함께하면 함께했지. 절대 그러고 싶지는 않아.

독자님과 작가님들이 나를 응원하는 만큼 나도 열심히 해서 반드시 꼭 내 만화를 완결 내고 싶어. 그럴 수 있겠지? 정말 너무 보고 싶다 해나. 나 정말 잘 해나가고 있다고 칭찬해주라. 내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손을 잡아주라. 삶이 나를 좀 먹어서 나는 너무 지쳐 해나.


202111월 18일 (목)

너의 절친 맹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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