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Nat’l AV Safety Forum 이야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법은 늘 뒤처진 채 헉헉거리며 뒤를 쫓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결이 다릅니다. 규제가 기술의 발목을 잡는 대신, 기술이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스스로의 틀을 해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26년 3월 10일, 미국 워싱턴 D.C. 교통부 본부에서 열린 제1회 National AV Safety Forum은 자동차 역사에 기록될 거대한 변곡점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Sean P. Duffy 미국 교통부 장관과 Jonathan Morrison NHTSA 청장은 자율주행 시대를 위한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 현대화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그들이 던진 메시지는 단호합니다. 기계가 운전하는 차에 인간 중심의 낡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기계의 시력이 인간의 시야를 대체하다
NHTSA는 자율주행 설계를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세 가지 기준, 이른바 Tranche 1 개정안을 손질합니다. 이는 단순히 문구를 고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의 하드웨어 철학을 바꾸는 작업입니다.
기존의 안전 규정은 철저히 인간의 감각에 의존했습니다. 앞유리에 서린 김을 닦고 (FMVSS 103), 와이퍼로 빗물을 훑어내는 행위(FMVSS 104)는 오직 사람의 눈을 위한 장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기준은 인간의 안구에서 LiDAR와 카메라 렌즈로 옮겨갑니다. 이제 차량은 인간의 시야가 아니라, 센서가 외부 환경을 얼마나 정교하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합격 판정을 받게 됩니다.
또한 사람이 손으로 조작하던 P-R-N-D의 변속기 조작물리적 순서와 위치를 규정하던 기준(FMVSS 102)의 변화는 레버라는 물리적 인터페이스의 종말을 예고합니다. 나는 이를 인간 소외가 아닌 기능적 최적화라고 판단합니다. 기계가 운전의 주도권을 쥐었다면, 규제 역시 기계의 언어로 쓰여야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운전자라는 성역의 해체와 책임의 전이
이번 포럼의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운전자의 정의를 생물학적 인간에서 자율주행 시스템(ADS)까지 확장한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용어의 변화를 넘어, 보험 체계와 사고 책임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뒤흔듭니다. 이는 운전자의 과실 책임에서 제조물 책임으로의 대전환이라 분석합니다.
첫째로, 보험의 성격이 변합니다. 기존 자동차 보험이 ‘운전자의 부주의(과실)’를 보장했다면, 앞으로는 ‘시스템의 결함’을 담보하는 기업용 보험이 주류가 됩니다. 개인은 보험료 부담에서 해방되는 대신, 서비스 비용에 보험료가 포함되는 구조를 마주하게 될 겁니다.
둘째로, 입증 책임이 이동합니다. 사고 발생 시 ‘누가 브레이크를 늦게 밟았나’를 따지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시스템 알고리즘이 상황을 왜 비정상으로 인지했는가’를 가려야 합니다. 블랙박스를 넘어선 시스템 데이터 기록장치(DSSAD)가 법정의 유일한 증거가 될 것이라 단언합니다.
사고 건수보다 집요한 안전 마진의 감시
NHTSA가 도입하려는 새로운 지표는 훨씬 집요합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차량이 안전율(Safety Margin)을 얼마나 침범했는지, 원격 지원 시 네트워크 지연이 주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실시간으로 감시합니다.
단순히 법규를 지키는 수준을 넘어, 결과가 아닌 '과정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스템의 반응 속도와 판단의 정교함 자체를 안전 성능으로 수치화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이는 자율주행 기업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기술적 완결성을 요구하는 강력한 압박이 됩니다.
우리는 핸들을 놓을 준비가 되었는가
규제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체질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생산 차량에 대한 자율주행 예외 프로그램(AVEP) 확대는 혁신의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이제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습니다.
기술은 이미 운전대 없는 미래를 설계했고, 법은 그 미래를 승인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기계의 판단에 생명을 맡기는 일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낍니다.
100년의 관성을 깨고 운전대를 놓는 순간, 우리는 자동차 안에서 무엇을 향유하게 될까요? 편리함이라는 보상이 당신의 불안을 잠재우기에 충분합니까?
https://youtu.be/TG9MEQnFEF4?si=OtJ1TGkIvBz-h2p1 (접속일 :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