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 고속도로안전청(NHTSA)이 자율주행 기술의 혁신적인 잠재력을 인정하며, 공공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7년 최초 발표된 자율주행차(AV) 가이드라인(AV 3.0, 4.0)을 시작으로, NHTSA는 빠르게 발전하는 자율주행 기술에 발맞춰 안전 표준을 현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2025년 9월 4일, 미국 교통부(USDOT)의 NHTSA는 “AV 프레임워크(Automated Vehicle Framework)”의 일환으로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FMVSS)을 자율주행차(ADS)를 위해 현대화할 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새로운 시대를 선언했습니다. 이 발표에서 션 P. 더피(Sean P. Duffy) 교통부 장관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교통 혁신을 선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국들이 그 자리를 채울 것입니다. 도로 규칙은 21세기의 현실에 맞게 업데이트되어야 하며, 우리의 변화는 중복 규제를 제거하고 안전과 혁신을 균형 있게 앞당길 것입니다.”
“America must lead the way in transportation innovation. If we don’t, our adversaries will fill the void,” “The rules of the road need to be updated to fit the realities of the 21st century. Our changes will eliminate redundant requirements and bring us closer to a single national standard that spurs innovation and prioritizes safety.”
이는 기존의 자동차 안전 기준이 주로 '인간 운전자'의 개입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새로운 안전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중요한 시도입니다. 100년 이상 인간이 운전하는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발전해 온 기존 FMVSS는 운전대의 에어백이나 앞유리 규정처럼 운전자의 존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운전대가 없는 로보택시나 자율주행 셔틀 같은 차량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NHTSA는 이러한 비논리적이고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규제를 해소하고, 자율주행차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한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는 기업들이 새로운 형태의 자율주행차를 보다 자유롭게 설계하고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안전성도 확보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NHTSA ‘AV 프레임워크’의 핵심 원칙과 정책 변화
NHTSA의 새로운 프레임워크는 단순히 규정을 수정하는 것을 넘어, 자율주행차 시대에 맞는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합니다.
1. FMVSS 규정의 현대화 추진
NHTSA는 사람이 운전한다는 전제로 설계된 FMVSS 기준을 자율주행차에 맞게 수정하기 위한 세 가지 규제 개정(rulemakings)을 예고했습니다.
대상 조항
* FMVSS No. 102: 변속기 관련, 시프트 위치, 시동 잠금(interlock), 제동 효과 등.
* FMVSS No. 103 / 104 앞 창유리 김서림 제거 및 창닦이기 시스템(wiper)
* FMVSS No. 108 차량 조명과 반사 장치 등.
* 이러한 개정은 '운전자'의 개념에서 벗어나, '자동화된 주행 시스템(ADS)'의 관점에서 기존 기준을 재해석하고 현대화하려는 시도입니다.
2. ‘AV 프레임워크’의 3대 핵심 원칙
NHTSA는 이 계획을 통해 아래 세 가지 핵심 원칙을 구현하고자 합니다:
공로에서 운행 중인 AV 운영의 안전 최우선화
불필요한 규제 장벽 제거를 통한 혁신 촉진
AV의 상업적 도입 촉진으로 안전과 이동성 확산
3. 기준의 '기술 중립성(technology neutral)' 확보
새로운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특정 기술 방식(예: 라이다, 카메라)을 강요하기보다는, '궁극적인 안전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기존 기준의 재해석 : 운전대나 페달이 없는 차량의 경우, 기존 안전기준의 관련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지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새로운 성능 기반 안전기준 : 자율주행 시스템 자체의 안전 성능을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점진적으로 개발합니다. 예를 들어, 'ADS가 비상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는가?'와 같은 시나리오 기반의 평가가 중요해집니다.
데이터 투명성 및 공유 :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기업들이 사고 데이터나 시스템 운행 데이터를 NHTSA와 공유하도록 장려하여, 실제 도로 환경에서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4. Part 555 면제 절차의 간소화
2025년 6월, NHTSA는 ‘Part 555 면제 프로그램(AVEP, Automated Vehicle Exemption Program)’을 외국산 차량뿐 아니라 미국 내 제작 차량으로도 확대하고, 연간 최대 2,500대까지 FMVSS를 완전히 준수하지 않아도 운행 혹은 상업적 판매를 허용하는 프로세스를 대폭 간소화했습니다. 이 획기적인 변화는 AV 제작사들이 더욱 빠르고 유연하게 차량을 테스트하고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5. 사고(Incident) 보고 절차 최적화
2025년 6월 16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개정된 “Standing General Order (SGO)”는 중복 요구 사항을 삭제하고, 중요한 안전 보고에 집중하도록 간소화했습니다.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보고하던 방식을 한 명의 보고 기관(reporting entity)으로 통합하고 보고 조건을 명확히 정리하여, 신속하고 투명한 사고 파악이 가능하도록 조정되었습니다. 이는 정책의 투명성과 반응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전히 남은 과제들: '예측 불가능성'과의 싸움
NHTSA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확보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성' 문제: 자율주행 시스템은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은 '극히 드물고 예측 불가능한 시나리오'에서 비롯됩니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도, 시스템이 경험해보지 못한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이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법적 책임 문제: 사고 발생 시 자율주행 시스템의 책임과 운전자의 책임(레벨 2/3의 경우)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는 여전히 복잡한 법적, 윤리적 논쟁을 야기합니다.
사이버 보안: 자율주행차는 고도의 소프트웨어로 제어되기 때문에, 해킹과 같은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강력한 표준과 방어 체계 구축도 시급합니다.
결론: 혁신과 안전 사이의 균형점 찾기
NHTSA의 자율주행 안전 프레임워크 현대화는 기술 발전을 수용하면서도 공공 안전을 확보하려는 중요한 시도입니다. 그러나 '인간보다 안전하다'는 성급한 결론에 기대기보다,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와 도로의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 기술 중립적인 성능 기반 기준개발,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적/윤리적 문제 해결이 병행될 때, 자율주행차는 비로소 우리의 도로를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안전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NHTSA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규제의 틀을 박차고 새로운 기술을 포용하는 이 계획은, 진정한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담대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이 프레임워크는 단순히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자율주행 기술 혁신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규제 현대화를 통해 기술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동시에 공공 안전을 확보하려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NHTSA의 이번 움직임은 자율주행 기술이 단순히 테스트 단계를 넘어 상업적 서비스로 나아가려는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음을 보여줍니다. 규제 당국이 적극적으로 규제를 재정비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산업 발전에 긍정적이지만, 궁극적인 성공은 새로운 환경에 맞는 '안전'을 얼마나 철저하고 투명하게 담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혁신과 안전 사이의 줄타기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지혜로운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https://www.nhtsa.gov/press-releases/av-framework-plan-modernize-safety-standards
(접속일 : ‘2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