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율주행차, 정말 인간보다 10배 안전할까?

숫자 속에 숨겨진 진실

by 조성우

"자율주행차가 인간 운전자보다 훨씬 안전하다." 자율주행 기술 관련 기사나 홍보 자료에서 흔히 접하는 문구입니다. 하지만 <More or Less> 팟캐스트가 파헤친 데이터의 이면을 보면, 이러한 주장은 여러 통계적 함정을 안고 있습니다. 과연 자율주행차는 정말로 우리 생각만큼 안전할까요?


팩트체크 1: Waymo, 5배 안전하다는 주장의 한계


웨이모(Waymo)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자율주행 택시가 인간 운전자보다 5배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웨이모 차량이 특정 지역에서 7천만 마일을 주행하는 동안 발생한 사고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숨겨진 사실: 이 통계는 제한된 운행 환경이라는 큰 전제를 안고 있습니다.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오스틴 등 4개 도시의 지정된 구역에서만 운행하며, 고속도로나 악천후 등 위험한 상황을 피합니다. 따라서 웨이모의 사고율은 인간 운전자가 겪는 일반적인 도로 환경의 사고율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통계적 대표성 부족: 7천만 마일은 결코 적은 거리가 아니지만, 미국 전체 인간 운전자의 연간 주행 거리(3조 마일)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치명적인 사고는 극히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웨이모가 치명적인 부상이나 사망에 대한 통계적으로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얻으려면 수억 마일을 더 달려야 합니다. 팟캐스트에 따르면, 웨이모 차량은 7천만 마일 주행 중 48건의 사고에 연루되었고, 이 중 2건은 사망 사고였습니다.


팩트체크 2: 테슬라, 10배 안전하다는 주장의 허점


테슬라는 분기별 보고서에서 '오토파일럿'을 활성화한 차량이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보다 10배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숨겨진 사실: 이 주장은 '오토파일럿'과 '인간 운전'의 비교가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오토파일럿은 주로 교통 흐름이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고속도로에서 사용되지만,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복잡한 도심 도로에서는 인간이 직접 운전합니다. 따라서 이 통계는 사용 환경의 차이를 무시한 단순 비교입니다.


비교의 오류: 팟캐스트에서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크 매카시 선임 연구원은 테슬라와 웨이모의 안전성을 직접 비교하는 것도 "완전히 거짓(totally bogus)"이라고 말합니다. 웨이모는 운전자 없이 운행하지만,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운전자가 상시 대기하며 위험 상황 시 개입해야 합니다. 사고 회피가 시스템 덕분인지, 아니면 운전자의 개입 덕분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두 시스템을 동급으로 놓고 비교할 수 없습니다.


결론: 인간 vs. 기계, 성급한 판단은 금물


자율주행 기술은 분명 미래를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데이터만으로 "자율주행차가 인간보다 안전하다"라고 단정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웨이모와 테슬라의 보고서는 특정 조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지만, 이는 전체 교통 환경을 대변하지 못합니다.


결국,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극히 드문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데 취약합니다. 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야말로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되며, 기계 학습 시스템이 수집한 수많은 영상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히 학습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우리가 자율주행의 발전을 환영하는 동시에, 이 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할 때입니다.



출처:

<More or Less> Podcast (BBC), 2025년 8월 31일 방영분

Waymo Safety Performance Update 2023, Tesla Vehicle Safety Report Q2 2025

U.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Federal Highway Administration, Highway Statistics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율주행 레벨 3의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