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접근성 사각지대, 미래의 차는 누구를 위힌 것인가?

혁신기술이 오히려 새로운 차별을 낳는다면…

by 조성우

우리는 모두 '자율주행의 승객'이 될 것입니다: 과연 모두에게 자유로울까요?


최근 기사 하나를 접하고 마음속에 깊은 울림이 남았습니다. 2025년 10월 22일자 Forbes 기사, "자율주행차 디자인, '접근성 사각지대'에 직면해 있다는 연구 경고"라는 제목이었어요. 기사를 읽으며, 우리가 당연하게 기대하는 '미래의 이동 자유'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먼 꿈일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눈앞의 현실: 로보택시, 그리고 아직은 부족한 시선

샌프란시스코, LA 같은 도시에서는 이미 웨이모 같은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거리를 누비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2026년부터 무인 차량 시범 서비스가 예고될 정도로, 자율주행의 미래는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죠. 상상해보세요. 운전대 없는 차에 앉아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가는 모습! 정말 꿈같은 이야기 아닌가요?


하지만 이 꿈이 '모두'에게 해당하는지는 의문입니다. 기사는 전 세계 인구의 15~20%를 차지하는 장애인들에게 자율주행차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현재 개발 방향이 이들을 어떻게 간과하고 있는지를 짚어냈습니다. 대중교통의 장벽, 라이드셰어링 서비스의 이해 부족... 장애인들에게 이동은 여전히 고단한 과정입니다.

자율주행차는 분명 이들에게 '이동의 자유'라는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언젠가 나이가 들어 운전이 힘들어지거나, 일시적으로 몸이 불편해질 때 자율주행차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게 될 겁니다.


당신은 '비용'을, 나는 '신뢰'를

영국에서 진행된 워릭 대학교와 버밍엄 대학교의 공동 연구는 정말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 비장애인 응답자들: 자율주행차를 선택할 때 '비용'과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꼽았습니다. "더 저렴하고,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거죠. 공유형 로보택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고요.


* 장애인 응답자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 '안전', '지원 가용성', 그리고 '존엄성'이었습니다. 돈을 더 내더라도 개인 자율주행차를 선호했고,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진 분들은 '인간적인 접점'과 '예측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가 저에게는 마치 "나는 이 차로 이동의 자유를 얻고 싶지만, 당신은 이 차로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고 외치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한쪽은 편리함을, 다른 한쪽은 생존과 직결된 기본 권리를 바라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우리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순간에 '신뢰'와 '안전'이 중요하다고 느끼나요? 낯선 곳에서 헤맬 때,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혹은 그저 마음 편하게 이동하고 싶을 때 우리는 단순히 목적지까지 가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를 갈망합니다. 장애인들에게는 이러한 갈망이 일상이라는 점을 이 기사는 상기시켜줍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

기사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었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요구 사항을 해결하면,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을 위한 문제도 해결된다는 원칙이죠.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넓은 공간, 탑승 보조 장치,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및 촉각(햅틱) 알림 시스템 등은 단순히 장애인을 위한 기능이 아닙니다. 저처럼 급하게 짐을 들고 타는 사람, 아이를 안고 타는 부모, 어두운 밤에 눈이 침침해진 어르신 등 우리 모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디자인"이 되는 것이죠.


자율주행, 기술을 넘어선 '사회적 프로젝트'

자율주행차의 미래는 단순히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기술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존엄성'을 얻을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기사는 자율주행차 기업들에게 큰 숙제를 던져줍니다. 단순히 기술 개발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잠재적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개발의 전 과정에 이들을 참여시켜야 합니다. (Co-Design)

당신의 자율주행차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저는 그 차가 모든 승객에게 평등하고, 안전하며, 존엄한 이동 경험을 선사하는 그런 미래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이동 수단이, 단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는 따뜻한 기술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https://www.forbes.com/sites/gusalexiou/2025/10/22/self-driving-car-design-faces-accessibility-blind-spots-study-warns/ ​ (접속일 : 2025.10.23)


#자율주행차 #접근성 #보편적디자인 #포용적기술 #미래모빌리티 #사회적가치 #기술과인간


keyword
작가의 이전글흰색 신호등: 150년 역사를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