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HTSA의 위험기반 안전관리
미국 도로 위에서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은 이미 익숙한 장면이 되었지만, 최근 그중에서도 특히 논란이 되는 모드가 있습니다. 이름부터 강렬한 ‘매드맥스(Mad Max)’.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이 다소 ‘공격적인 주행’을 허용하도록 설계된 이 모드는, 실제로 제한속도보다 빠르게 주행하거나 끼어들기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테슬라 FSD에는 운전 스타일을 설정하는 모드가 여럿이다. ‘안정적(CHILL)’, ‘표준(STANDARD)’, ‘적극적(ASSERTIVE)’, 또 ‘빠른’ 모드가 있고, 매드맥스 모드는 사라졌다가 이달 초 다시 도입됐다. 매드맥스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18년 오토파일럿 모드의 일환으로 사용됐다.
이 기능이 미국의 교통 규제 당국인 미연방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의 조사를 받게 된 이유입니다.
NHTSA의 그 임무를 가장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부서가 바로 결함조사국(ODI, Office of Defects Investigation)입니다.
ODI의 모든 절차는 ‘데이터’로부터 출발합니다.
이번 매드맥스 모드 사례 역시, 몇몇 운전자들의 실제 사용 경험이 조사 착수의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일부 운전자는 소셜미디어에서 “매드맥스 모드로 달리면 차량이 제한속도를 넘기도 한다”라고 언급했고, 이런 제보가 소비자 불만(VOQ, Vehicle Owner Questionnaire) 형태로 NHTSA에 접수되면서 공식적인 검토가 시작된 것이죠.
NHTSA는 매 분기마다 테슬라를 비롯한 제조사로부터 EWR(Early Warning Reporting) 데이터를 받습니다.
이 데이터에는 사망·부상 사고 보고, 보증 청구, 소비자 불만, 현장 보고서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ODI는 이를 통해 특정 기능이나 부품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합니다.
즉, 테슬라의 매드맥스 모드는 운전자들의 “작은 불안”이 데이터로 전환되면서 정부의 공식 레이더에 포착된 셈입니다.
ODI가 데이터를 확보한 후에는 위험 행렬(Risk Matrix)을 사용해 그 심각도를 분석합니다.
이 행렬은 결함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의 중대성(Severity Level)과 발생 빈도(Frequency Level)를 교차 평가하는 체계적 도구입니다.
만약 매드맥스 모드가 차량 제어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가 치명적인 사고나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이는 심각한 수준의 결함(SL-5)으로 분류됩니다. 이 단계의 평가는 단순한 감이 아닌, 통계·알고리즘·실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NHTSA는 조사를 공식적으로 개시할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충분한 근거가 모이면 NHTSA는 제조사에 정보 요청서(IR, Information Request)를 발송합니다.
이 조치는 일반적으로 예비 평가(PE, Preliminary Evaluation)의 시작을 의미하며, 테슬라의 매드맥스 모드 역시 이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테슬라가 제출해야 하는 자료는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매드맥스 모드의 설계 변수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운전자 개입 빈도 및 상황별 판단 로직
사고 또는 위험 근접(Near-Miss) 데이터 등
이런 자료들은 조사관들이 위험도를 재평가하고, 필요시 엔지니어링 분석(EA, Engineering Analysis)으로 조사 단계를 확장하는 근거가 됩니다.
테슬라는 이미 FSD와 관련된 여러 건의 조사를 받아왔습니다. 사이버트럭의 외장 패널 문제, 모델 3·Y의 배터리팩 결함, 카메라 센서 오류 등, NHTSA의 조사 대상이 된 적이 여러 차례 있죠.
매드맥스 모드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테슬라의 ‘운전자 지원 시스템 철학’ 전체를 시험하는 상징적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리콜 관리: 데이터로 마무리되는 절차
만약 조사 결과 결함이 존재한다고 판단되면, 제조사는 즉시 리콜 절차에 착수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제조사는 결함 인지 후 5 영업일 이내에 Part 573 결함 보고서(DIR)를 제출해야 하고,
소유자에게는 60일 내 리콜 통지를 해야 합니다.
이 통지서에는 ‘중요 안전 리콜(IMPORTANT SAFETY RECALL)’ 문구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NHTSA의 리콜 관리부서(RMD)는 리콜 완료율을 모니터링합니다.
최근에는 OTA(Over-the-Air) 업데이트가 리콜 수행 수단으로 인정되면서, 데이터 업데이트 로그 자체가 리콜의 증빙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매드맥스 모드 조사는 단순히 어떤 기능 하나의 문제를 따지는 게 아닙니다.
이건 자율주행 시대에 ‘얼마나 공격적으로 달릴 수 있으면서도 안전할 수 있는가’를 찾는 과정이자,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NHTSA의 ODI 프로세스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억누르기보다는 데이터로 신뢰를 증명하도록 유도하는 절차입니다. 즉, 자율주행 기술의 진화는 하드웨어가 아닌 ‘투명한 검증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죠.
자율주행 기술의 최종 목표는 단지 운전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안전 수준을 높이는 것에 있습니다. 테슬라 FSD의 ‘매드맥스 모드’는 이 기준선이 어디에 놓여야 하는지를 NHTSA와 업계 전체에 묻고 있는 상징적인 질문입니다.
결국, 자율주행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적 속도가 아니라 신뢰의 속도로 판가름 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운전자의 사소한 피드백이 조사기관을 통해 대규모 소프트웨어 변경을 이끌어내는, 미래 안전 거버넌스의 중요한 전환점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와 NHTSA가 이 과정을 어떻게 매듭지을지, 그리고 이 사례가 향후 자율주행 기술 전반의 규제와 신뢰 확보에 어떤 선례를 남기게 될지, 우리는 업계의 중대한 분기점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https://www.reuters.com/business/autos-transportation/us-agency-asking-tesla-about-mad-max-driver-assistance-mode-2025-10-24/ (접속일 : 2025.10.24)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5/10/202510250220242399be84d87674_1 (접속일 : 2025.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