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매실 - 새벽의 온도

maesil - 새벽의 온도

by 매실

우리 둘 사이의 거리만큼 차가워진 새벽의 온도

한 걸음 한걸음에 아려오는 내 맘

우리 둘 사이의 거리만큼 차가워진 새벽의 온도

아직도 나는 이 곳에 있어

우리가 헤어지던 그 밤 까지도 꺼내지 못했던 말이 있어, 너는 모르겠지만.
maesil - 새벽의 온도


캐럿을 들으며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참 많았다. 곡의 완성도가 너무 높아 비슷한 장르의 같은 감정을 끌고 가기엔 작곡이 아닌 커버가 될 것 같았고, 다른 장르로 가져가기엔 '캐럿'에서 받은 감동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결국, 고민 없는 가사와 무의미한 코드들만 나오는 긴 시간이 이어졌다. 우습게도 바로 붙을 줄 알았던 브런치 작가 신청도 발목이 잡혀 4수를 했다. 1월을 포기하고 2월을 준비해야 할까 고민하던 고통의 시간에 몇 개의 가삿말이 떠올라 1월이 3일이 남은 시점에 다시 곡을 쓰기 시작했다.


곡을 쓰려고 자리에 앉으면 아무래도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함이 밀려오곤 한다. 올려야 하는 날짜는 다가오고 써둔 건 없을 때는 특히 더 그렇다. 곡을 쓰기 위한 예열을 하기 위해 벌스(verse)가 될 수 개의 가삿말들을 적어내려 갔다.

이게 아니면, 우리 그저 스쳐 지난 사이가 될 까 봐
밝기만 한 내 모습에 드리워진 마음도 모르겠지 넌
나 너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어


벌스의 첫마디는 인트로(intro) 만큼이나 곡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이번 곡의 핵심으로 골랐던 단어들(우리, 표정, 새벽, 거리, 가벼움)을 나열하고, 파생되는 단어들(우리 → 나, 너)을 이어 보는 아이디에이션(Ideation) 과정을 거쳐 가삿말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나 너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어 네가 너무 소중해 꺼내지 않았던 내 맘


가사를 구성하고 난 뒤 멜로디를 입혀 보며 곡의 분위기를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하행식 코드 진행을 할지, 상행식 코드 진행을 할지 코드의 탑노트를 어떤 음으로 배치할지 리듬은 어떻게 구성할지 구상을 했다. C Major Key 75 bpm의 발라드 곡을 쓰기로 결정했는데, 급한 일정에 쓰려니 내 안에 담겨있는 수십 년 치 한국 발라드의 '그것'이 자꾸만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벌스에서 이어나가는 프리 코러스(pre-chorus)를 짜기 위해 벌스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곡의 키(C Key)가 정해졌기 때문에 코드 진행을 짜는데 시간이 덜 들어갔다 정도라 할 수 있겠다. 벌스에서 꺼내지 않았던 마음이라는 소재를 썼기 때문에 마음이라는 단어를 이어가고 싶어 날 향하지 않던 네 맘, 얼어붙은 내 맘이라는 모티브를 잡고 가사를 적었다.

어젯밤에 널 데려다주며 돌아오는 길
시린 콧등보다 서늘해진 내 맘
사랑한다는 쉬운 말 조차 나오지 않아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야


곡 안에서 감정이 터져 나오는 구간이 있다면 보통 그 부분을 코러스(chorus)라고 하는데, 이 곡에서도 프리 코러스에서 뱉은 감정선을 터트리기 위해 곡의 핵심이 될 단어를 만드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과정에 곡의 제목인 '새벽의 온도'라는 떠올렸는데 서로의 마음을 깨달은 뒤 혼자 돌아간 새벽의 그 길이 얼마나 추웠을지 담아내는 좋은 단어라고 생각했다. 핵심 단어를 정하자 앞 뒤로 이어지는 가사는 금방 적혔다.

우리 둘 사이의 거리만큼 차가워진 새벽의 온도
한 걸음 한걸음에 아려오는 내 맘
우리 둘 사이의 거리만큼 차가워진 새벽의 온도
아직도 나는 이 곳에 있어


곡의 구성(Song Form)이 다 정해진 뒤 어떤 악기로 구성할지 여러 악기로 코드를 쳐보며 느낌을 보다가 피아노가 괜찮은 것 같아 메인 악기로 피아노를 잡고 현악기(String)로 코러스를 받쳐주는 형태로 가닥을 잡았다. 인트로나 벌스 같은 경우 2박자마다 코드가 바뀌기 때문에 실제 피아노가 아닌 미디(MIDI) 피아노로는 몰입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어(실력의 문제) 피아노 멜로디를 추가로 구성해 곡에 몰입을 유도하는 장치로 활용했다. 코러스는 감정선은 고조되지만 고음을 배치하거나 리듬을 바꾸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만들고 싶어 코러스에도 피아노 멜로디를 만들어 넣었다. 2절에서는 같은 구성(A→B→C)으로 가되 벌스를 줄이고 코러스를 반복해 벌스에서 자칫 풀릴 수 있는 코러스의 긴장감을 이어가도록 구성했다.


'월간 매실'이라는 프로젝트의 목적이 곡을 만드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니 만큼 담아낼 수 있는 최대한을 적어보려 했다. 곡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 부족했음을 길게 변명하는 글이 된 것 같다는 마음 한 켠의 찔림을 피할 수는 없지만 자식 같은 음악을 공개하는 떨림은 곡의 퀄리티를 떠나서 언제든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져오는 것 같다.


1월의 마지막 날 2일 밤샌 뒤 자기 직전 발행을 누르며

-maesil-


새벽의 온도(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maesil9/temperature_of_dawn

새벽의 온도(Youtube) : https://youtu.be/c7B2y1tE-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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