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매실

노리플라이 - 시야

by 매실
한참을 헤매던 끝없는 길가에 오래전 흘렸던 눈물이 내게 말해
조금 더 힘을 내 아직은 모든 게 희미하겠지만 네가 찾던 그날이 저 앞에 있다고 - 시야

삶에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추운 겨울입니다. 추울 때면 한데 모여 밤을 녹이던 친구들과도 쉬이 모이지 못해 마음속까지 추위가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불과 몇 년 전의 2월이면 찬찬히 풀리는 날씨에 마이크 하나만 챙긴 채 버스킹을 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지금의 추위도 끝이 있을까요?


월간 매실의 첫 곡을 작업 한 뒤 2월에는 어떤 메시지의 곡을 풀어나갈지 고민이 길어져 작성이 늦어졌습니다. 지난번 '새벽의 온도'에서 관계의 어두운 면에 대해 다뤘기 때문에 이번엔 슬픔과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다뤄보려 합니다.

노리플라이의 Road 앨범 들어보니 안들은게 억울한 명반이었습니다

사실 메시지를 정하고 이렇게 내가 우중충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떠오르는 노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Youtube Music 속 재생목록에 끼워진 음악 중 하나가 제 귀에 꽂혔습니다. 밴드 사운드로 신나고 맘을 벅차게 하는 도입부, 미래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 곡의 많은 요소들이 '2월의 매실'에서 다루고 싶던 것들로 이뤄져 있는 이 곡을 듣고 꼭 제 생각을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2월의 매실의 곡은 노리플라이(No Reply)의 시야(Sight)입니다!

내 두 눈이 아

노리플라이(No Reply)


노리플라이는 2008년 Single Album '고백하는 날'로 데뷔한 2인조 인디밴드입니다. 모던락에 기반을 둔 팝 음악을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노래들이 개인의 감정에 대한 메시지를 많이 다룬다면 노리플라이의 음악은 이 시기의 인디밴드 답게 흥겹게 들으며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노리플라이 좌 권순관 우 정욱재 출처 : Big Issue Korea

구성


곡을 듣다 보니 머릿속에 한 편의 청춘 영화가 그려졌습니다. 한 명의 소년이 숲 속을 헤치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넘어지고 굴러 일어나지 못하는 듯 보이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훌훌 털고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갑니다. 소년은 어디를 향하길래 그렇게 환한 미소로 달려가는 것일까요?

Photo by Cristofer Jeschke on Unsplash

곡의 도입부는 드럼과 건반 기타가 정박보다 빠르게 들어오며 안정감보다 곡이 진행된다는 느낌을 주며 시작합니다. 보통 4/4 박자의 정박에 연주하는 곡은 귀에 익숙한 박자이기 때문인지 조금은 차분히 곡의 뉘앙스를 전달받는 느낌이었는데 이 곡은 박자를 당겨서 치다 보니 달리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진행 감이 강한 것 같습니다.

도입부가 끝나면 드럼이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보컬이 멜로디를 얹기 시작합니다. 곡의 진행 감에 비해 담담하게 풀어내는 Verse를 지나 Pre-Chorus, Chorus로 진행되며 음역이 넓어지고 분위기가 고조되어 감정을 쏟아내는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힘을 내게 할 수 있는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의 코러스가 끝나면 Interude(간주) 없이 2절이 바로 이어지며 1절의 감정선을 이어준 뒤 마지막 Chorus 전 Interude가 시작이 되는데, 박자를 잘개 쪼갠 기타의 빠른 스트로크와 드럼이 이 곡에 없는 Bridge 역할을 맡아 감정선을 터트려주는 역할을 잘해주어 노래가 끝날 때 까지도 이 곡에 심취할 수 있었습니다.


가사


처음 접하는 노래를 들을 때는 아무래도 멜로디와 악기 구성에 더 집중하게 되지만 디테일하게 곡을 분석하고 싶을 때는 가사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글을 보시는 분들이 가사와 함께 곡을 들어 보실 수 있게 제가 느낀 부분들을 적었습니다.


먼지 쌓인 방 안에 불편해진 의자에
멈춰버린 낡은 시계 속에 나의 꿈을 봤어

화자는 지금은 살고 있지 않은 과거의 장소에 있는 것 같습니다. 머문 지 시간이 지나 먼지가 쌓인 방, 이제는 커버려 작아진 의자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멈춰버린 시계, 화자의 꿈은 이곳에서 시작했습니다.


내가 걸어온 이 길은 어딘지
멈춰버린 건 내 두 눈이 아닌지

열심히 한다고 모든 일이 잘 풀리지는 않습니다. 최선을 다한 길에서 넘어졌을 때 왜 내가 이 길을 걸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의 좌절감이 찾아올 때도 있습니다. 이 노래의 화자도 뜻대로 되지 않은 현실에 목적지를 놓쳐버린 체 좌절과 회의를 느낀 게 아닐까요?


한참을 헤매던 끝없는 길가에 오래전 흘렸던 눈물이 내게 말해
조금 더 힘을 내 아직은 모든 게 희미하겠지만 네가 찾던 그 날이 저 앞에 있다고

화자는 길이 어딘지 조차 잊어버린 체 이리저리 헤매다 과거의 장소에 왔고 언젠가 다짐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여태까지 쏟아온 노력과 흘린 눈물들이 힘을 불어넣는 듯합니다. 조금만 더 가면 그토록 바라던 나의 날들이 펼쳐질 거라고 말입니다.


희망


실패 없는 성공은 불가능하거나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경험을 겪어나가며 우리 삶의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서게 됩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넘어질 수 있고 넘어져도 괜찮을 '나' 그리고 '우리'에 대한 곡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2월의 어느 날 '노리플라이'의 '시야'를 들으며

-maesil-


https://youtu.be/QAa1G3iSqmw

노리플라이 -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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