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2m가 넘는 수풀사이에 숨어있는 기병들은 말을 탄 채 숨죽이고 있다. 그들은 들판에서 텐트를 치고 숙영하고 있는 도이치 군인들을 매서운 눈으로 쳐다본다. 기병들은 각자의 목표를 정한 뒤에 서서히 수풀을 뚫고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허리에 찬 칼을 빼들고 지휘관의 돌격명령과 함께 도이치군을 향해 돌진한다. 보병으로 구성된 도이치 병사들은 갑작스런 기습에 놀란다. 총에 총탄을 장전하기도 전에 빠르게 달려오는 기병들이 휘두르는 칼에 목숨을 잃고 쓰러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숙영지가 있던 들판의 끝과 숲의 시작 지점에서 보이지 않게 진지를 구축했던 기관총에서는 불꽃과 진동소리와 함께 수많은 총탄을 내뿜었다. 말위에서 칼을 휘두르며 전진하던 기병들을 기관총 소리와 함께 말밑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이미 속도의 탄력을 받은 말을 멈추지 못한 기병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을 향해 계속 달리는 것이었다. 물론 이 장면은 제1차 세계 대전을 그린 영화 ‘워홀스(War Horse)’한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대에 달리는 말 위에서 칼을 들고 대항하는 기병대의 전투는 실제 전투사례다. 이 장면은 양측 군인들의 수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두 군대 간 무기의 수준차이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잘못된 판단으로 안타깝게 죽어가는 군인들의 무모함을 보여준다. 초반의 승기는 어느새 덫이 되었고 그 승기에 취해 멈출 줄 모르던 돌격은 일방적인 학살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런 장면은 유럽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있기 전 바로 우리나라 한반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조선에는 지금은 없어진 이름 고부가 있었다. 곡창지대였던 전라도 고부에서 조병갑의 폭정에 백성들은 전창혁을 앞세워 탄원하지만 전창혁은 곤장의 장독으로 보름 만에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아들 전봉준은 이에 분개하고 민란을 일으켜 고부군의 관아를 점령하고 병력을 모아 전라감영이 있던 전주까지 진격해서 전주성을 점령하였다. 민란에 놀란 고종은 민영준의 주장대로 청나라의 군대파병을 요청하는데 이것이 바로 국운을 가르는 결정적인 실수가 되었다. 이미 ‘텐진 조약’을 통해서 청이 조선에 군대를 파견하면 일본도 조선에 군대를 보낼 수 있었기에 일본도 군대를 파병한다. 이에 고종은 전봉준이 이끌던 동학교도와 빠르게 화평을 맺고 청과 일본의 군대를 철수시키려고 하였으나 일본이 청을 자극해 청일전쟁을 일으키고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조선에 대한 청의 개입을 차단한다. 이후 조선에 대한 일본의 간섭이 심해지자외세를 무찌르자고 의견을 모은 동학교도들은 다시 깃발을 올리고 의병을 일으켜 일본군대와 대항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의욕일 뿐이었다. 공주 우금치의 전투에서 열강들로부터 받아들인 관군과 일본군은 ‘회선포’라고 불리던 ‘개틀링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동학교도들이 가진 무기는 화승총과 칼, 죽창 같은 게 전부였다. 관군과 일본군은 자리를 잡고 밀려오는 동학군을 향해 방아쇠를 돌릴 뿐이었다. 기관총에서는 불꽃을 튀기며 총알을 연신 뿜어댔다. 달려드는 동학군은 날아드는 총탄에 몸이 뚫리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조선의 백성인 수많은 동학교도들은 무모하게 죽어갈 뿐이었다. 조선의 동학교도가 입었던 흰 옷은 쓰러진 이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로 붉게 물들 뿐이었다. 그렇게 끝이 났다.
금융시장은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파장에 불안해졌다. 주가는 흔들렸고 이를 외국자본의 ‘공매도’와 투매가 원인이라고 생각한 금융당국은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시켰다. 이에 외국인은 공매도가 아닌 진짜 매도로 시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주가가 상승할 때도 수익을 얻고 주가가 빠져도 공매도로 수익을 보던 외국인들은 위험에 대한 헤지 방식 중 하나인 공매도를 할 수 없게 되자 우리나라의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그렇게 매도한 주식을 전부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들이 받아주고 있다. 그 덕분에 주가는 오르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은 덜 손해보고 주식을 팔아 치운다. 그러나 전부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가 볼 때는 공매도가 가능해지는 시점부터 외국인의 자금이 서서히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자신들이 손해를 보는 시장에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과도한 공매도와 막대한 자금으로 한국의 금융시장을 쥐고 흔들어 주가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수준까지 떨어져야 들어올 것이다. 세계의 ATM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금융시장을 외국자본들은 쥐고 흔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동학개미혁명이라고 부르며 주식을 샀던 개미들은 외국인의 자본 앞에 무수히 쓰러져갈 것이다. 개미들의 수많은 자산은 외국인에게 털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성공하지 못한 민중혁명의 이름은 결국 또 다른 실패를 부를 수도 있다. 수퍼 개미를 제외한 서브개미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개틀링 기관총 앞에서 쓰러져가던 동학교도들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IMF와 금융위기와 같은 많은 위기를 겪으며 수퍼 개미를 제외한 서브개미들은 자금여력이 많지 않다. 지금은 언론의 선동적인 협작 분위기로 인해 감성적인 수많은 서브개미들이 이미 위험에 노출되어 버렸다.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동학개미혁명은 동학농민혁명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조심하기에는 선을 넘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더 이상의 무리한 주식매입은 푸른 화살표에 희생당할 수 있는 동학개미만 양산할 수 있다.
유동 폭이 커진 지금의 시장에서는 열정이 넘치는 뜨거운 심장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리 판단력이 가득한 차가운 뇌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