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돈을 사고파는 장사꾼이다.

by 필립일세


은행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바꾸어서 질문을 한다면 은행을 바라보는 독자분의 시각은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저축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맡기면 예금과 적금이라는 상품을 이용해 원금에 대한 이자를 주면서 우리의 자산을 살찌우는 금융회사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은행에 대한 한 쪽 모습만 알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라는 곳은 돈 장사를 하는 곳이다. 그렇다. 장사다. 은행은 이자라는 상품으로 일반국민들의 돈을 유혹한다. 국민들이 돈을 맡겨서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우리에게 던지는 미끼인 이자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그 이자를 받기 위해 선택한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일반 재화상품과의 차이라면 상품구매로 얻는 것 외에도 일정기간 뒤에 원금이라는 것을 돌려받는 것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사람이 존재한다. 돈을 가진 사람과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돈을 가진 사람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아쉬운 소리와 부탁을 한다. 그래야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통념인 갑을(甲乙)관계로 볼 때 돈을 빌려주는 자가 갑이고 빌리려는 자는 을이다. 그러나 돈을 빌리려는 자가 일반개인이 아닌 은행이라면 갑을은 바로 바뀌게 된다. 은행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돈을 받아주는 것처럼 상황이 바뀐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그것은 바로 오랜 시간 은행이 금융의 중심에 있도록 장려한 국가의 정책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갑작스런 전쟁으로 모든 생산시설이 파괴되어 산업은 농업이 전부였다.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로 당연히 내일을 위한 저축은 없었다. 연평균 5.8%에 그쳤던 저축률은 박정희대통령 집권이 시작된 1963년에 겨우 7%정도였다. 파괴된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기업에 투자될 돈이 필요했지만 정부도 국민도 돈이 없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미국의 원조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1965년 8월까지 예금금리는 15%였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금리였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9월부터 ‘금리현실화조치’로 인해 금리가 30%까지 올라가면서 많은 국민들은 은행에 돈을 맡기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바뀌면서 저축을 유도하기에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 이를 기초로 1966년부터 시작된 ‘저축증강계획’은 상업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이 자리 잡는 결과를 낳는다. 정부에서는 저축목표액을 은행들에게 할당하고 강제저축을 시켰다. 200억 원의 저축증가 목표 금액을 달성하려고 3급 이상의 공무원과 정부가 관리하는 기업의 계장이상 직원의 급여는 봉투가 아닌 통장으로 직행하게 됐다. 그리고 급여의 10% 이상을 무조건 적금에 가입해야 했다. 건설공사나 물품에 지급하는 대금에서도 일부는 꼭 저축하도록 했다. 이런 저축목표는 학교도 동참시켜 설정한 목표를 채우려고 학생들에게 강제로 저축을 시켰다.








국가의 정책이라는 강제성으로 밀어붙인 저축은 1993년 34.9%까지 저축률이 증가하면서 이를 기초로 1980년대 후반부터는 투자재원을 외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되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성공하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돈을 유통하던 은행은 국민들의 저축으로 유치된 자금으로 기업에 장사를 하면서 많은 이득을 챙긴다.








<국민저축률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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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국가기록원








이렇게 성장한 은행은 세계경제의 흐름에 따른 금리의 변동과 마켓이 변하면서 ‘예대 마진’을 통한 돈 장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이제는 각종 수수료와 금융상품의 수수료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완전판매로 금융소비자들에게 혼돈과 피해를 주고 있다. 이익은 은행이 챙기면서 피해는 성장하는데 은인이었던 국민의 몫이 되었다. 이러한 불공정한 상태가 유지된다면 은행에 대한 불신을 넘어 국민들의 외면이 조만간 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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