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顧客) 고객(苦客) 고객(高客)

당신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나?

by 필립일세

6월칼럼




고객서비스, 고객 창구, 고객 센터는 서비스업이 발전하면서 생기게 된 단어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고객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싶다. 예전에는 주로 사용되던 ‘소비자 상담실’이 ‘고객 상담실’이 되었고 교통수단의 승객은 고객이 되었다. 서비스=고객이라는 등식이 성립된 지 오래다. 왠지 고객이라고 불리면 존대를 받고 대우를 받는 느낌일 수 있다. 왜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하면 높다는 의미의 ‘고(高)’자를 생각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소비자들이 ‘고객’이라고 불려서, 자신이 높임을 받는다고 착각한다는 필자의 생각이 맞는다면 고객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 순간에도 속임수에 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고객은 ‘고객(高客)’이 아니라 ‘고객(顧客)’이다. 여기에서 쓰이는 ‘고(顧)’자는 주변을 살피거나 관찰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글자다. 그러니까 주변의 물건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사람을 고객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용어정의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우리가 과연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금융회사들에게 어떤 고객으로 보이고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객(高客)으로 생각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고객(顧客)으로 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융상품에 대한 재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소비자들은 서서히 고객(苦客)으로 갈 가능성이 많아진다. 바로 ‘귀찮은 손님’ 말이다.








저금리와 경제 환경의 불안이 유지되면서 금융환경에도 변화가 찾아왔고 금융회사들은 기존에 가입된 가입자들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표적인 것이 보험 상품 판매다. 하루에도 전화로 수많은 보험 가입권유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보험을 가입한 회사에서도 담당자가 변경되면서 새로운 상품을 권유한다. 심지어는 기존에 잘 납부하고 있는 보험 상품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유받기도 한다. 이런 작업을 위해 일부 보험회사들은 모집한 담당설계사가 사라진 계약자(B)에 대해 새로운 담당자(A)를 배정하면서 1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시간을 주고 배정된 계약자(B)를 통해 신규계약을 끌어내지 못할 경우에는 A에게서 B의 계약을 빼앗아 다른 담당자(C)에게 배정을 시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B가 금액이 크건 작건 새로운 계약을 할 때까지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새로운 담당자를 만날 거다. 물론 모든 보험회사들이 이렇게 기존계약자들을 대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자본으로 만들어진 보험회사에서 외국자본으로 만들어진 보험회사들로 점차 전염되어 가는 추세고 특히 생명보험회사들의 이런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그들에게 계약자나 설계사는 소모품일 뿐이다.








이런 영업방식은 보험회사의 이익에는 부합되지만 대부분의 가입자에게는 손해를 끼친다. 이윤을 추구하려는 민간보험회사들로 인해 가입자들은 불필요한 전화와 권유로 스트레스와 금전적 손해만 있을 뿐이다. 물론 그중에는 자신이 놓쳤던 부분을 찾아내어 좀 더 알찬보험을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험시장은 필요해서 가입하기보다는 권유받아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불필요한 권유를 받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심지어 기존보험을 해지시키고 새로운 보험을 가입시킨 사례를 발표시키고 공유하며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하게 만든다.








우리가 가입한 보험으로 내고 있는 보험료에는 아프거나 사고의 위험을 대비하는 위험보험료를 비롯해 수금비와 유지비 등의 여러 사업비를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불합리한 권유로 기존계약을 해지하고 새롭게 계약을 하면 나이에 따른 위험률이 증가해서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한다. 만약 새로 가입한 보험의 보험료가 저렴하다면 보장내용을 줄였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 가입하는 상품들이 더 좋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가 고객(顧客)이라는 호칭을 들으며 안심하는 사이에 보험회사는 이런 영업방식으로 우리 금융소비자들의 통장잔고는 ‘다이어트를 하게 되고 그들의 이익은 증가되며 ’빅 맨‘이 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고객님’은 ‘호갱님’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낳았다. 다른 분야도 ‘호갱’의 사례들은 비슷하지만 대부분 일회성인데 비해 보험 상품의 문제는 오랜 시간동안 유지돼야 한다는 점에서 좀 더 크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나의 담당설계사가 바뀌지 않고 오래 유지되는 것이 다행인 시대가 와버렸다. 정부는 보험회사가 신규영업만을 하지 않고 기존가입자들의 보험을 잘 유지시키는 성실함을 갖도록 계도해야한다. 가난해지는 국민 속에서 유지되는 국가와 정부는 존재의 가치도 가난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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