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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이라는 당근과 채찍

by 필립일세

7월 칼럼




신용이라는 당근과 채찍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평일 아침에 출근을 한다. 누군가는 걸어서 누군가는 자가용 차량으로 누군가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자기차량으로 이동하며 주유나 충전을 할 때 일반적으로 카드를 사용한다.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단말기에 카드로 결제하고 승차를 한다. 현금이용도 가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카드를 사용한다.







이러한 카드도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나뉜다. 체크카드는 자신의 결제통장에 존재하는 금액 내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보유한 현금을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그러나 신용카드는 결제통장에 0원이 있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이는 빚을지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 조심하기란 쉽지 않다. 빚이라는 원래 모습을 신용이라는 명칭으로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빚’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느낌을 줘서 많은 사람들이 꺼린다. 그래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시키고 사람들의 경계심을 무디게 하려고 만들어진 단어가 ‘신용’이다. 결국 빚을 만드는 외상거래는 신용거래로 치장되었고 신용창출이라는 그럴듯한 허세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용카드는 1969년에 만들어진 신세계백화점카드다. 신세계백화점 직원에게만 발급이 되어 신세계백화점에서만 사용되다보니 널리 사용되지 못한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1982년에 당시 5개의 시중은행이 연합해 비씨카드의 모체인 ‘은행신용카드협회’를 만들었다. 이후부터 신용카드사용이 일반화되기 시작했고 2001년부터 신용카드사용금액의 일부에 소득공제혜택을 주면서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의 결제를 현금에서 카드로 바꾸기 시작한다.







한국은행이 2017년을 기준으로 소비자의 지급수단으로 가장 선호되는 수단은 신용카드 57.9%, 체크카드 18.0%를 차지했고 현금은 23.3%를 차지했다. 이후 2019년을 기준으로 각각57.6%, 17.9%를 차지하면서 카드사용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현금의 선호도는 21.6%를 차지했다. 이러한 추세는 사용량이 많은 교통카드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더욱 도드라졌고 최근의 온라인 구매가 활성화되면서 견고해졌다. 결국 다양한 형태의 결제 단말기 보급과 재화를 습득하는 시스템이 변화되면서 카드사용의 편이성이 여러 분야로 적용된 것이다.







물론 투명한 세원확보를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의 문제점이 항상 언급되는 부분은 바로 삶의 의미를 바꿔버려서다. 신용카드가 보급되기 전 우리는 돈을 벌기위해 살았다. 그래서 번 돈으로 생활비와 소비를 했고 저축을 했다. 그런데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우리는 돈을 갚기 위해 살고 있다. 우리에게 큰 액수의 빚을 지게 만드는 ‘할부’는 신용카드의 강력한 무기다. 이 할부 덕분에 매달매달 쌓여가는 저축보다는 쌓여가는 할부금을 갚기 위해 일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이 바로 우리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적인 가치는 돈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돈이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행복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준다. 이에 돈이 쌓여 우상향 해야 할 삶의 에너지가 빚이 쌓여 우하향하고 있다. 빚을 덧칠한 신용으로 누리는 물질적 풍요라는 당근 뒤에는 빚이 본모습을 감추며 가혹한 스트레스와 채찍을 들고 숨어있는 것이다. 그렇게 빚의 노예가 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가계저축률은 1980년 8.2%에서 꾸준히 상승하다가 88년 24.3%를 정점으로 94년까지 20%대를 넘나들지만 외환위기 때인 98년, 99년 이후로 10%대 회복을 못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가계저축률은 6.9%다. 대한민국은 88년 올림픽 때보다 더욱 부강해졌고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기업들이 넘쳐난다. 2020년 1/4분기기준으로 한국은행이 내놓은 자료에서 가계신용(빚)은 1611조 3천억 원이다. 결국 가난한 국민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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