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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리스크라면 시스템의 문제

by 필립일세

7월 칼럼




오너가 리스크라면 시스템의 문제


모든 투자에 있어 항상 존재하는 것이 바로 변수와 그에 대한 리스크다. 이를 줄이는 만큼 성공확률이 높아져 기업은 이익을 내며 성장한다. 그런데 기업을 진두지휘하는 의사결정권자가 리스크의 원인이라면 그 기업은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다각적인 상황을 대비하고자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위기는 환경이 바뀌면서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 이에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은 2017년 3월에 있을 정기주주총회를 대비해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냈고 그 내용이 언론을 통해 2월 5일 보도된다. 그 안에는 광범위한 리스크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 대응을 위해 관습적으로 행하던 업무방식과 위기에 대응하는 관리시스템 개선하겠다는 의지표명이 담겼다. 당시는 탄핵심판으로 헌법재판소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던 탄핵정국이었다. 그 핵심에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분명하게 언급되던 상황이었고 이런 위기극복을 위해 위기관리시스템 개선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2017년 2월 17일 삼성그룹 오너가의 후계자인 이재용씨가 구속된다.







모두가 걱정을 했다. 이재용씨가 없는 삼성이 경영이 제대로 될까싶었다. 그러나 삼성은 개선된 위기관리시스템의 효과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원래 튼튼했는지는 모르지만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보였다. 경영에 이상신호는 커녕 2016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83%나 급증했다. 물론 더 성장했을 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오너가 없는 상황이 위기여서 우왕좌왕 하지 않고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회사는 성장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오너의 부재가 리스크가 아니라 오너의 존재가 리스크’라는 농담들을 할 정도였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재용씨는 구속된 지 353일 만인 2018년 2월 5일 석방된다. 그러나 최근에 경영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인수합병과정이 또 다른 위법여부로 쟁점화 되면서 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됐다. 이재용씨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가 부풀려져 합병된 회사의 지분을 늘리는데 유리한 작용을 했는지와 그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회사가치에 기여했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가 적법했는지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하루 전인 6월 7일 삼성은 호소문을 발표한다. 삼성은 위기를 강조하며 검찰의 오랜 수사로 경영이 위축되었고 정상화가 힘들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인 문제들 때문에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고 주가에 영향을 준다면 정상경영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야할 책임이 있는 오너임에도 삼성이라는 회사를 방패로 삼아 자신의 구속을 막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미 경험해본 감방이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 전·현직 임원들을 주말동안 모아놓고 회의를 하며 호소문을 내걸었을까? 이에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3월 삼성과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권고했고 5월 6일 이를 위한 기자회견을 서초동 사옥에서 진행했다. 불구속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 같다는 느낌은 뭘까 싶다.







삼성은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하듯 수많은 글로벌 인재로 채워져 있다. 아버지가 이건희 회장이 아닐 뿐 이재용씨 보다도 더 똑똑하고 훌륭한 인품을 소유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금융시장에서는 이재용씨가 구속되더라도 삼성전자 경영이 악화 될 거라 예상하는 사람은 적다. 오히려 반대를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오너와 기업은 동일하지 않다. 오너가 모든 것을 좌우할 정도로 한국 기업의 체력이 부실하지도 않다. 기업은 효율이지만 국가는 공정해야 한다.







이미 금융기법을 활용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사건이다. 그리고 금융위원회가 분식회계를 확정하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내·외부의 많은 전문가들의 검증 끝에 나온 결과였다. 자본이라는 자원을 배분하는데 있어 지배구조 때문에 왜곡현상이 발생하면 금융을 넘어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되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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